자기의 일은 스스로

by pahadi



요새 준이가 혼자 밥을 먹으려고 한다.

우리 엄마는 그냥 네가 먹여줘라, 그걸 어떻게 다 치우냐 난리시지만

내가 먹여주면 입을 꼭 다물어 버린다.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는 눈물겨운 시도로 준이 손에 숟가락과 포크를 쥐어주는데

숟가락과 포크는 장난감이고 결국 손으로 밥을 먹는다.

어느 정도 배고픔만 가시면 밥 먹기는 촉감놀이로 변질된다.

포동포동한 손가락 사이사이에 붙은 밥알은 식탁에 두껍게 발리거나

준이의 의자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또 몇 개는 나의 옷에 덕지덕지 붙는다.

밥알이라는 것이 한 톨만 보면 귀엽기도 하고 밥그릇에 야무지게 모여있으면 든든하기라도 한데,

몇 알만 그것도 어울리는 않는 장소, 방바닥이나 티셔츠에 붙어 있으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하나하나 떼어내도 끈적한 흔적을 남기고

미처 치우지 못한 밥알이 미라처럼 딱딱해진 채 발견되기도 한다.


아. 우리의 숟가락과 포크가 엄청난 도구임을 새삼 깨닫는다.

아. 우리의 숟가락질이 엄청난 기술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심지어 젓가락을 쓰는 우리는 지니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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