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질과 박음질 사이

by pahadi


초등학교 실과시간에 기본 바느질을 배운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웠으니 바느질과 거리가 먼 사람도 어렴풋이 기억날 것이다.


가장 기초 바느질은 홈질이다. 실 꿰인 바늘을 천에 통과시키고 직진 그리고 다시 천에 통과시키고 직진하기를 반복한다. 홈질을 크게 하면 시침질이 된다. 시침질은 본 바느질을 하기 전, 임시 고정을 위한 바느질로 본 바느질을 마치면 잘라낸다. 홈질이 시침질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촘촘한 간격으로 땀을 고르게 해야 한다. 하지만 미적인 요소를 포기하고 오직 실용적인 목적만 따른다면(대충 한다면) 홈질은 최소의 노력으로 바느질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고마운 바느질이다.

그리고 박음질이 있다. 홈질의 장점을 스피드에 둔다면 박음질의 장점은 견고함이다. 박음질은 한 땀을 뜨고 앞서 바늘이 들어갔던 곳에 바늘을 넣어 다시 한 땀만큼 앞으로 나간다. 간단히 말하면 되돌아 박으며 직진하기. 앞에서 보면 바늘땀이 빈틈없이 직선을 이루고 뒤에서 보면 바늘땀이 겹쳐져 있어 그만큼 튼튼하다. 하지만 품이 많이 들고 홈질보다는 익히는데 시간이 든다.


내가 주로 애용하는 바느질은 반박음질이다. 홈질의 스피드와 박음질의 견고함을 적당히 타협한 방법. 누가 만들었는지 참 영특하다. 반박음질은 한 땀을 뜨고 앞서 뜬 한 땀의 중앙에 바늘을 넣는다.(꼭 중앙이 아니어도 좋다.) 반박음질은 앞에서 보면 홈질같이 바늘땀 사이에 빈틈이 있고 뒤에서 보면 박음질처럼 바늘땀이 겹쳐져 있다.


홈질은 빠르기는 하지만 견고함이 떨어지고 박음질은 꼼꼼하게 해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홈질은 불안하고 박음질은 불편하다. 그래서 걱정 많고 성격 급한 내게 반박음질이 딱이다. 반박음질은 대충 해도 홈질보다 튼튼하고 박음질처럼 더디지 않다.


맹숭맹숭 중도를 선호하는 나는 바느질에서도 한결같다. 적당히 튼튼하고 적당히 빠른 것이 좋다. 앞에서는 여유 있어 보이고 뒤로는 최선을 다하는 그 깊은 속내가 좋다. 이쪽인지 저쪽인지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그 편안함이 좋다. 홈질인 척하는, 박음질인 척하는 그 앙큼함이 좋다. 홈질과 박음질 사이, 그 애매모호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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