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일상 사전

당신의 ㄱㄴㄷ... 은 무엇인가요?

by pahadi



-고기

한 때는 채식주의자를 꿈꿨다. 이유는 멋있어 보여서. 채식주의자가 될 거라는 내 말에 언니는 코웃음을 쳤다. 역시 언니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었다.


-노래

가창 시험에서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부른 내 노래를 듣고 당황하시던 음악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날, 내가 노래를 정말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여전히 노래를 못한다.


-달

달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소원을 빈다. 아주 길고 간절히. 너무 구구절절해서 인지 달님은 한 번도 들어주시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 달님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다.


ㄹ-라디오

내 나이는.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공테이프에 녹음하던 시절. 쌀쌀한 초가을 저녁 바람이 불면 그 시절, 그 냄새가 떠오른다.


ㅁ-무게

한 때는 몸무게에 집착했다. 4로 시작하는 무게를 가지기 위해. 지금은 인생의 무게에 집착한다. 내가 맡은 책임을 다 하기 위해.


ㅂ-비자림

비 오는 비자림을 좋아한다. 여행에서 비는 환영받지 못하지만 비자림에서는 예외다. 촉촉한 공기 가득히 진한 나무 냄새가 퍼지면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비 오는 비자림을 걷고 나서 근처 제주 어디쯤 카페에 가 주인아저씨가 정성껏 내려주신 드립 커피 한 잔까지 마시면 더욱 완벽하다.


ㅅ-사랑

진짜 사랑을 못해 봤다고 생각했지만 사랑이란 참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거였다.


o-여유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든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여유,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여유.


ㅈ-좋아서 하는 밴드

내가 좋아하는 밴드는 좋아서 하는 밴드. 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는 몽골에 가서 별을 보며 좋아서 하는 밴드의 <길을 잃기 위해서> 부르기. "길을 잃기 위해서 나는 여행을 떠나네."


ㅊ-책

"자유는 남들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한다. 더 많은 사람의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나는 더욱더 자유로워진다. 그런 점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 세상에는 이토록 많은 책이 있는 게 아닐까? 원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라도 도리 수 있다. 이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 김연수의 <언젠가, 아마도> 中-


ㅋ-커

누구나 자기만의 기분전환 리추얼이 있을 것이다. 내게 커피는 그런 것이다. 수고했으니까 한잔. 슬프니까 한잔. 힘내라고 한잔. 제발 질리지 않길 바란다.


ㅌ-터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터키다. 전생에 터키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입에 맞는 음식이 첫 번째 이유고 아야 소피아, 블루모스크 같은 볼거리가 두 번째 이유고 세 번째는 그곳에 함께했던 내 청춘 때문이다.


- 풍기

풍기는 이탈리아어로 버섯이라는 뜻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배웠다. 쓸모없는 경험은 없지만 고생을 사서 할 필요도 없다. 웬만하면 편하게, 웬만하면 즐겁게 살자!


- 한마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이름이 한마음이다. 금호, 동아, 아이비, 그리고 이름 없던 그곳들을 지나 한마음까지. 앞으로 나는 또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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