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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Jun 11. 2016

죽은 자의 제국

이토 게이가쿠 x 엔조 도

영혼과 사후 세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 가 떠오르기도 하고, 성경을 배경으로 인류 기원의 음모론을 그린다는 점에서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떠오르기도 하고, 근 10년 간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대유행이였던 죽은 자들이 되살아나는 좀비물도 포함되어 있는, 하지만 장르는 SF? 인 장르/컨셉 믹스 소설.


34세에 폐암으로 요절했지만 일본 SF 대상과 영문 번역판으로 필립 K.딕 기념상 특별상을 수상한 <하모니> 라는 작품으로 인정받았던 이토 게이카쿠가 쓴 프롤로그를, 역시 작가이자 아쿠타가와 상 수상자인 친구 엔조 도가 이어서 집필한 책이다.


죽은 자를 되살리는 좀비 이야기를, 시체를 재료로 만들었다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이야기 그리고, 성경의 세상창조 이야기와 함께 연관지은 컨셉은 신선하나 전개는 원래 작가였다면 어떻게 풀었을까 아쉬움이 남긴 했다. SF 인 만큼 허황된 상상의 이야기를 그럴 싸한 설명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장황한데 집중이 안되는 느낌. 이토 게이카쿠의 <하모니>를 읽어보고 싶네.


이토 게이카쿠가 쓴 프롤로그는 이렇게 시작한다.

"(...) 고래로부터 '영혼'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는 끊이지 않았네. 그 문제는 최종적으로 '영소'라는 걸로 결착을 보게 되지만, 거기에 이르는 흐름에 동물 자기설이라는 게 있었어. 실제로 잉골슈타트 대학에 남아 있는 프랑켄슈타인 문헌들로 프랑켄슈타인 씨가 메스머 씨의 동물 자기에 관한 이론을 파악하고 있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 (...) 메스머 씨의 이해에 의하면, 동물 자기는 동물의 체내에 있는 몇 천 개의 채널을 흐르는 생명의 흐름이었어. 이는 영소가 주로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상'이자 '패턴'이자 '현상'이라는 현대 과학의 최신 이해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어째 됐든 프랑켄슈타인 씨는 잉골슈타트의 연구실에서 이 '동물 자기설'을 발전시켜 '영소'라는 사고에 도달해. 거기서 이미 '영소'가 빠져나간 육체의 뇌에 '의사 영소'를 덮어쓰기한다는 아이디어에 다다른 거라네."
(...)
수어드가 인스톨러에 달린 카드 리더에 일련의 펀치 카드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펀치 카드의 내용은 케임브리지의 영소 해석 연구소에서 책정된 최신 표준 모델이었다. 현재 이 모델이 죽은 자를 움직이는 데에 가장 안정적인 버전이라고들 했다. 해석 기관에서 영소의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해서 만들어진 버전이다. 카드 세팅이 끝나고 헬싱 교수가 인스톨러 측면에 달린 레버를 내리자 펀치 카드에 기술된 영소 모델이 판독되어 르클랑셰 전자에서 비롯된 전류 자극으로 두개골에 박힌 바늘을 통해 뇌조직에 입력되기 시작했다.


마치 os 를 설치하듯 시체에 흔히 영혼이라고 생각하는 '영소'를 가상으로 만든 '의사 영소'를 인스톨하면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고, 무연고 또는 훔친 시체를 되살려서 노동력으로 또는 군대로 사용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죽은 자의 비밀과 산 자의 영혼의 의미를 탐구하는 소설.


책을 보고 있는데 우리 꼬맹이가 책갈피 끈을 갖고 놀다가 기어이 끝자락을 먹어버렸다 ㅠㅠ 그래.. 나중에 헤어볼이랑 같이 토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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