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동 단팥소
올 여름 삼삼한 단팥빙수가 땡기어 찾는 곳. 여름에 제일 맛있게 먹던 빙수는 서현 교보문고에 있는 일리커피의 커피빙수였는데 메뉴가 바뀌어서 없어졌다.
그리고난 후 근래에 먹던 건 아비뉴프랑 로이스의 보들보들한 망고우유빙수였는데 이제 그런 류는 또 질리는 듯. 나이를 먹으니 어른 입맛, 좋아하지 않던 단팥빙수가 땡긴다.
현백에 밀탑빙수를 먹고 싶지만 빙수만 먹으러 가긴 붐벼서 싫고, 정자역에 생겼던 옥루몽은 없어지고 ㅠㅠ 요즘은 까페거리에 있는 단팥소에 간다.
놋그릇에 담긴 팥빙수 S사이즈가 5800원, L사이즈가 8000원. S사이즈는 컵크기 정도의 딱 혼자 먹을 사이즈고 L사이즈가 둘이 먹기 딱 좋은 적당한 크기에 합리적인 가격. 화려하고 실속은 없는 토핑 많고 크기만 큰 프랜차이즈 까페의 만원대 빙수는 너무 별로.
단정하게 우유얼음 사이에 단팥이 한층 더 들어있고, 다시 팥 위에 인절미가 올라가 있는 심플한 빙수. 놋쇠그릇과 숟가락이 시원하다.
이렇게 여름이 간다.
고양이와 API URL이 뒤죽박죽인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깬 새벽. 머리 맡에서 골골거리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몽롱한 상태로 두 개가 무슨 관계인지 한참 생각함....;; 정신을 차려보니 왠 뻘 생각인가.
너무 신중한가, 너무 재고 있나, 너무 미루고 있나, 비겁한가. 찝찝하고 망치고 있는-망쳐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래서 도망치고 싶어지지만 나는 그런 나의 누적된 결과체라는 걸 머리로 알고 있다. 하루를 일주일을 한달을 뚝 떼어서 지워버리고 내가 아닌 것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는 거. 그렇게 오늘도 부채를 만들고 산다. 내일, 아니면 언젠가 미래의 나에게 갚아야 되겠지. 초조하다. 나는 괜찮은 걸까. 잘 할 수 있을까.
잘 됐으면 좋겠다. 곧 다시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