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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Jan 22. 2017

자존감 수업

윤홍균

어렸을 적 경험을 풀어내어 정신과 의사가 쓴 자존감 치유에 대한 글. 최근에 마음이 좋지 않을 때 손에 잡게 된 책이다. 서점에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올라 있더라. 부정적인 생각에 힘든 건 나 뿐이 아닌가보다.


이래저래 해라는 자기계발서와 가벼운 심리학 서적의 사이 어디 쯤에 있는, 차분하게 읽어볼만한 책.


자존감은 자신이 얼마나 쓸모있는 사람인지 느끼는 감정인 '자기 효능감'과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본능을 충족시킬 때 느끼는 '자기 조절감', 그리고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자기 안전감'의 세가지 축을 갖는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부정적인 생각을 하거나 사소한 걱정이 많아지고 타인의 감정에 감염되기 쉽고 자신의 주관이 흔들린다. 자존감은 환경에 따라 떨어지거나 회복되기도 한다.


책에는 자존감이 상처를 받는 원인과 회복을 위해서 필요한 방법 등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나한테 와닿은 것들만 조금 남겨본다.


결정을 잘한다는 의미는 뭘까? 세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번째는 적절한 타이밍이다. 아무리 옳은 결정이라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의미가 퇴색하거나 사라진다. (...) 두번째 포인트는 자신이 결정하는 범위다. 어무리 현명하게 결정한다 해도 그건 자신의 범위 안에 있다. (...) 결정에 대한 고민은 현재 자신의 범위에서만 고민해야한다. 세번째는 세상에 '옳은 결정'이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어떤 결정을 했다 해도 그게 후회할 결정인지 만족할 결정인지, 결정 당시에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p.99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괜찮다. 지금 당장 회사에 가기 싫은 건 문제가 아니다. 돈 벌 욕구가 안 생겨도 괜찮다. 문제는 생각만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뇌는 지치고, 아픈 뇌는 부정적인 생각을 만들어낸다. -p.203
마음이 예민해지는 것은 앞서 말했듯 피부가 예민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다친 피부는 예민하다. 그전엔 아무것도 못 느꼈을 감각인데, 통증을 느끼고, 평소 같으면 무시했을 자극도 간지럽게 느낀다. - p.227

요사이, 평소 같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분노하고 서러움을 느꼈다. 서러워서 펑펑 울었다, 내가 왜이러지 싶게. 평정심을 꽤나 잘 유지하는 나인데, 어른이 되고 나서 언제 그랬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랫만의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생각에 생각에 다시 생각에 꼬리를 물어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 그게 꽤 지친다. 이미 지쳐있음에도. 이런 나의 상황에 공감이 가는 구절이 많았다.


상처 받은 사람들은 급소를 어떻게 방어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방어 방법을 개발한다. 의식적으로 개발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방어 방법을 개발한다. (...) 미숙한 방어기제에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비난과 자책이 대표적이다. - p.241

내 경우의 방어 기제는 자책인가봉가. 언제나 생각의 끝은, 내가 좀더 훌륭한 사람이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으로 귀착된다. 하지만 책에서는 자신이나 남을 다치게 하는 방법은 미숙한 방어 기제라 하고, 성숙한 방법으로는 부정적인 감정을 생산적인 활동으로 발달시키는 '승화' 를 예로 들고 있다. 상처받지 않게 방어하는 방법이 '승화' 처럼 대단한 무엇이 되는 것은 아니어도 적어도 누군가를 다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마음이 다칠 때 그런 것까지 고려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we go high' 해야지 않겠는가. 나라는 사람이 그저 그런 수준의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근원에 매달린다. 지금 눈 앞에서 불이 나고 있는데 '과연 저 불이 왜 났을까? 누전 때문일까? 방화일까? 우리나라의 소방 방재 시스템은 왜 이럴까?' 하고 고민하는 것과 같다. 일단 불부터 끄고 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 p.265
겉으로 드러난 문제와 이면의 문제는 서로 악순환을 이룬다. 가령, 마음 깊이 자리한 '나에 대한 불만'이, '직장에 대한 불만'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겉의 불만은 마음속 깊은 곳의 불만을 강화한다. '회사가 싫고, 이런 회사를 다니는 내가 싫다. 내가 싫어진 이유는 회사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회사가 싫다. 그런 회사를 다니는 내가 싫다'는 식이다. - p.268


흔들리고 초라한 마음만 들 때 읽어볼만 책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것이 내 문제의 정답지는 아니었다. 내가 찾아헤매는 것은 어디에 있을까. 어딘가에 실재하는 게 아니라 할지라도 멈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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