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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Dec 31. 2020

2020, 올해의 땡땡땡

Best of the year

- 커버 사진은 어느 날씨 좋았던 날의 회사 옥상.

2020 년을 마무리하는 글을 쓰러 브런치에 들어왔는데, 오잉. 2020년에 글을 한 개도 안 썼네. 상징적이다. 평생 제일 바쁘고 일을 제일 많이 한 해.

뒤늦게 작년을 마무리하며 작성해뒀다가 시기를 놓쳐 올리지 못했던,  2019, 올해의 땡땡땡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지난 일 년을 돌아본다.




올해의 뷔페 |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딸기뷔페

매년 같은 친구들이랑 정례 의식처럼 가는 놀이가 있는데, 호텔 라운지에서 하는 딸기 디저트 뷔페이다. 하지만, 이제 다시 언제 갈 수 있을지 기약 없는 놀이가 되었지. 그래서 괜히 더 애틋하고 아쉽다 ;ㅁ; 이렇게 예쁘고 달달하고 말랑말랑한 것들을 배 터지게 먹고 내적 외적 포만감을 오버해서 채울 수 없다니.


올해의 호캉스 | 워커힐 더글라스 하우스

평소에 집에 있을 때에는 완벽한 귀차니즘 집순이인데, 신기하게도 해외여행으로 휴양지는 절대 간 적 없고 분 단위로 여행 계획표를 짜는 것을 물론이요, 핫스폿을 체력이 다할 때까지 돌아다니는 스타일이다. 밖에 나가긴 싫지만 왠지 밖에 나가면 최대한 열심히 성실하게 돌아다니고 싶은 기분이랄까. 하지만 올해 만족스럽게도 숙소에서만 휴식을 취하는 호캉스를 다녀왔다.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 있는 더글라스 하우스라는 별장형 객실인데 산자락에 있어서 한적하고, 한강뷰도 시원하다. 거리두기를 하면서 조용히 힐링하기에 좋은 호텔. 비용을 조금 더 투자해서 스위트룸에 묵었는데 방도 널찍하고, 책상도 크고, 방 안에 해먹도 있고 더 만족스러웠다.


올해의 고양이 쇼핑 | 빨간 날개 하네스

이 하네스를... 심지어 2년인가 3년 동안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면서 살까 말까 고민함 -_- 고민하는 시간에 샀겠다. 너무 귀엽다. 날개를 펼치고 도도도도 걸어 다니는 건 더 귀여움.

우리 집 예쁜 고양이와 함께 한지 만 5년이 되어가고 있다. 계속 행복해.


올해의 라이프스타일 | 재택근무

이렇게 얼떨결에 재택근무를 하게 되다니. 코로나19 무엇. 좋으면서도 싫었다. 내가 이렇게 사람과 사무실을 좋아했던가.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집에만 있었더니 정말 외롭더라. 그래서 일부러 회사에 나가는 날도 있었다.

회사에 가는 날은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활기차게 소통하면서 일할 수 있어서 좋고, 집에 있는 날은 외출 준비 안 하고 편하게 있어서 좋고. (회사에 가는 날은 밖에 나가느라 귀찮고, 집에 있는 날은 외로워서 싫고)


올해의 식생활 | 키토제닉

코로나19 때문에 얼떨결에 3월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얼떨결에 키토제닉(a.k.a. 저탄 고지) 식단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즈음 우연히 2019 지방의 누명 이라는 MBC스페셜 방송 프로그램을 보게 되면서, 마침 집에서 요리를 해 먹기 좋기도 하고 성공적으로 식단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6kg 감량. 나이를 먹으면서 몸무게가 증가하는 속도가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었는데, 6년 전 몸무게로 돌아갈 수 있었던. 몸이 가벼워져서 너무 좋음. 내가 너무 좋아하는 밀가루(빵, 과자, 라면, 파스타, 떡볶이... 떡볶이... 떡볶이...) 와 거리두기를 한지 9개월째... 식생활을 지키고 있는 내가 기특하다.


올해의 착한 일 | 헌혈

작년 겨울, 가족 중에 헌혈이 필요한 분이 있어서 평생 처음으로 헌혈을 해봤는데 (고등학교 때 한번, 대학교 때 한번 시도했었는데 매번 철분 부족으로 빠꾸 먹음) 올해 코로나19 이후 혈액보유량이 금감 했다는 소식을 우연히 보게 돼서 헌혈을 해보고 싶어 졌다. 올해 3번 헌혈함. 이 세상을 위한 착한 일을 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모처럼 착한 일을 해봤다.


올해의 일일일 | 3번째 회사

작년 말 회사가 본체에서 분사를 했고, 올해 12월 1주년을 맞이했다.

인생의 챌린지는 왜 끝이 없는 걸까. 챌린지를 극복하고 나면 언제나 하나 더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매번 너무 힘들다. 작년에도 새로운 역할을 맡아 어려웠는데, 올해 더 큰 역할을 맡아 부담감이 너무 컸다. 해야 할 일도 많고, 해야 할 것처럼 보이는 일도 많고, 해내고 싶은 일도 많고.


올해의 힐링 |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정신없이 지나간 한 해 동안, 머리를 비우고 휴식을 취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내일 할 일을 생각하면 밤에 잠이 오지 않았고, 자다가도 잠이 깨기 일수. 그리고 일 생각에 다시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새우거나, 그런 일이 반복되자 아예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울 수 있었던 유일한 휴식의 시간.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중에서 나 혼자만 레벨 업, 검을 든 꽃 강추. 나는 그림이나 영상보다는, 텍스트라 웹툰보다는 웹소설이 좋다.


올해의 책 |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돈 지랄, 하고 가만히 불러보면 가슴이 뛴다(아이고 아련해라). 뭘 지를까, 생각만으로 이미 설렌다. 세상엔 수많은 지랄이 있고 그중 최고는 단연 돈지랄이다. (중략) 돈을 쓴다는 건 마음을 쓴다는 거다. 그건 남에게나 나에게나 마찬가지다. '나를 위한 선물'이란 상투적 표현은 싫지만, 돈지랄은 '가난한 내 기분을 돌보는 일'이 될 때가 있다. - p.11 프롤로그 중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에 가장 가까이 있는 쾌락은 온라인 쇼핑이다.

마켓컬리, 쿠팡, 배달의민족, 네이버쇼핑과 함께 한 2020년.




올해의 키워드는 우연, 코로나19, 키토제닉.

우연히 키토제닉 식단을 시작하게 되고, 우연히 헌혈을 하게 되고. 삶은 여전히 우연으로 만난 사건에 대해서 내가 대하는 태도로 흘러간다.


새해의 목표는 지치지 않는 것.
모두 다 해내고 "하얗게 불태웠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년 올해의 땡땡땡 글에 남겼던 2020 새해 다짐이었는데, 정말 이루어져버렸다. 다행히 아직은 지치지 않았고, 해냈고, 올해를 하얗게 불태웠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2021 새해 다짐도 똑같다는 것이다. 지치지 않고 싶다. 하얗게 불태우고 싶다. 내가 무엇까지 해낼 수 있는지 지켜 보고 싶다.


허지웅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 라는 책을 좋아한다.

2021년에도 버티어 내는 것이 목표.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넌덜머리가 나고 억울해서
다 집어치우고 싶을 때마다
그 문장을 소리내러 입 밖으로 발음해보며
끝까지 버팁시다.
저는 끝까지 버티며
계속해서 지겹도록 쓰겠습니다.
여러분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모두들, 부디 끝까지 버티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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