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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Oct 13. 2021

잘 쉬는 기술

부제: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법 10가지

휴식 - 누구도 내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상태


누군가 내게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면 나는 대개 "잘 지내요. 바쁘죠, 실은 아주 바빠요"라고 대답한다. 나는 실제로 바쁜 것 같다. 사실인 듯 느껴진다. 하지만 바쁘다는 말은 또한 나의 지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바쁘다는 것은 누군가 나를 원하며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뜻을 담고 있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바쁜 상태'의 속뜻이다. 시간 활용 연구자인 조너선 거셔니의 말대로 바쁘다는 것은 일종의 '명예 훈장'이 되었다. 19세기와 달리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에게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여가가 아니라 일이다. 바쁜 상태는 내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증명해주지만 동시에 우리는 바쁘기 때문에 지쳐버린다.
-p.10 <프롤로그 제대로 쉬어야 한다> 중에서

*연관 책리뷰: 피로사회


이 책은 전 세계 135개국의 1만 8천 명이 조사에 참여한 휴식 테스트라는 연구 결과를 통해서 사람들이 꼽은 휴식 활동 상위 10가지를 언급하고 있으며, 각 주제에 대한 기존 상식 또는 상식과 반대되는 사실과 관련된 연구결과를 진지하게 분석하고 있다. 책의 목차에도 나와있지만 휴식에 대한 설문 결과의 10위부터 1위까지는 아래와 같다.

10. 명상
9. 텔레비전 시청
8. 잡념에 빠지기
7. 목욕
6. 산책
5. 아무것도 안 하기
4. 음악 감상
3. 혼자 있기
2. 자연 속 활동
1. 독서

'명상'은 의외로 10위로 낮은 순위에 있고, 바보상자인 '텔레비전 시청'이 순위에 들어있다. 그리고 '잡념에 빠지기',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나의 활동으로 쳐준다는 게 우스웠다.


사람들은 텔레비전 시청이 스포츠 활동이나 동호회 활동보다 더 편안하다고 전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만한 결과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이들은 텔레비전이 밥 먹는 것, 심지어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것보다 더 편안하다고 여겼다. (중략) 이들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그걸 꼭 해야 할 의무를 느끼지 않아서, 그리고 이 활동에는 위태로운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모두 휴식에 대한 완벽한 묘사처럼 들리지 않는가.
 (중략) 텔레비전은 '전자 난로'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인류의 조상들이 난롯가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현대인은 텔레비전을 둘러싸고 앉아 우리를 위해 촬영한 이야기들을 공유한다.
-p.60 <텔레비전은 휴식 상자> 중에서

의외로 꼽힌 텔레비전 시청.


나는 쉬는 것 같아도 뇌는 계속 활동하며, 어떤 면에서는 잡념이 생길 때 어느 때보다 더 바쁜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잡념을 허용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 잡념이 게으른 짓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뇌과학은 그러한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해준다. 잡념에 빠진 뇌는 스위치를 끄기는커녕 다른 형태의 정신 활동을 시작한다.
-p.95 <잡념의 놀라운 능력> 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 상태를 경험할 때에도 뇌는 계속 일을 하며 심지어 어떤 활동을 집중해서 할 때보다 더 활성화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고 부른다고 함.)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그런 상태에 대해 느끼는 죄책감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 하다니, 그것은 시간 낭비이자 게으름이라는 생각.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벌떡 일어나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거나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있지 못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목욕을 하면 죄책감으로부터 완벽하게 탈출할 수 있다. 그저 따뜻하고 김이 자욱하게 피어나는 물속에 누워 있으면 된다.
-p.113 <목욕이라는 따뜻한 쉼> 중에서

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기 시작한 이후부터 주인공처럼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목욕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매일 하고 싶은데 우리 집에는 왜 때문에 욕조가 없는지 ㅠㅠ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애증 관계를 맺고 있다. 바쁠 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애타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정작 게을러도 될 때는 게을러지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는 게을러도 되는 자유 시간을 다른 활동으로 꽉꽉 채워버린다.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데도 계속 뭔가를 하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대체로 퇴직을 꿈꾸다가도 막상 퇴직할 시기가 닥쳐오면 미래를 두려워한다. 남아돌 시간과 할 일 없는 상태가 두렵다.
-p.173 <아무것도 안 하기> 중에서
현실을 직시하자. 해야 할 일들이 사라지기를 바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일을 다 마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먼저 해야 할 일들을 다 처리한다 해도 곧바로 할 일은 또 쌓인다. 그것이 인생이다. 벗어날 길은 없다. (중략) 오늘날 세계에서 어른이 되는 첫걸음은, '많은 일을 늘 해야 하는 것'이 곧 어른이 된다는 뜻임을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멈출 방도를 찾긴 해야 한다. (중략) 그토록 많은 이들이 가차 여행을 편안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여행은 물론 피곤할 수 있지만 최소한 정해진 기간만큼은 집에서 해야 할 많은 일들을 제쳐둘 수 있다.
-p.210 <아무것도 안 하기> 중에서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하는 죄책감을 두려워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기를 갈망하며, 고독을 두려워하면서 혼자 있기를 갈망한다. '아무것도 안 하기'와 '혼자 있기'가 휴식 활동의 상위에 당당하게 랭크.


외로움이 비참함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 아니 꽤 많은 사람들이 혼자 있기를 갈망한다. (중략) 극단적인 고립은 심각한 정체성 상실을 초래하지만, 짧은  기간의 자발적인 고립은 온건하면서도 이로운 종류의 자아 상실을 불러온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때의 장점은 타인들이 나의 정체성을 강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떠도는 생각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진실한 생각을 살필 수 있고 타인들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p.250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중에서

외향적인 사람들도 혼자 보낸 시간을 타인들과 함께 보낸 시간보다 더 휴식으로 여긴다는 사실. 물론 내향적인 사람보다는 덜하지만.


책을 읽는 시간이 큰 휴식이 되는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독서하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 책은 다른 형태의 매체보다 통제가 더 용이하다. (중략)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 따라서 책을 읽으면서 경험하는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
-p.331 <책을 읽는 시간> 중에서
독서가 노력을 들여야 하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휴식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독서 덕에 독자가 자신이 사는 세계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은 내 문제를 뒤로 제쳐둘 수 있고 몰입하던 생각 또한 어느 정도는 벗어버릴 수 있다. -p.336 <책을 읽는 시간> 중에서

책읽기가 휴식활동의 1위로 꼽혔다니 책을 좋아하는 나도 너무 놀라웠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유효한지는 모르겠으나. 책을 읽는 것은 현실을 완전하게 벗어나서 책 속의 세상으로 탈출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읽으면서 의미를 찾고 나의 경험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새로 정립하게 해주는 시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나는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이 두 가지 형태의 경험을 둘 다 너무 좋아한다.


책의 결론은, 책 중에서 거듭 언급되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이건 자신에게 효과가 있는 것이 바로 휴식이다'라는 것이다. 텔레비전 시청이나 목욕처럼, 세대에 따라서 청년 세대에서는 휴식으로 꼽는 활동이 노년 세대에서는 상대적으로 일상적인 활동일 뿐 휴식활동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잡념을 허용하거나 아무 생각하지 않게 하는 달리기가 휴식 활동이지만, 달리기 선수에게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러니 개인의 취존을 보장하고 자신만의 휴식 방법을 찾아보자.


책에 언급된 10가지 휴식법 중에 사실 내가 모르던 세상 참신한 것은 없다. 이미 하고 있는 것, 뻔히 알고는 있지만 하지 않는 것, 관심없는 것 등인데 읽어보면서 새삼 각각의 활동들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저것 다 잊지 말고 돌아가면서 츄라이 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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