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드 다이아몬드
이 책은 세계가 불평등하게 발전하게 된 이유를
총으로 대표되는 무력의 차이
병원균으로 인한 대규모 전염병
금속을 활용한 기술발전의 차이
이 세 가지로 찾고, 국가와 지역 별로 이와 같은 차이가 나타나게 된 궁극적인 원인을 설명하는 책이다.
다양한 매체에서 많이 언급된 책이고 제목으로 유추하건대 세계역사를 언급하겠거니 라고 생각은 했지만, 세계의 불평등한 발전에 대한 책의 핵심 주제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생태학자인 저자는 뉴기니의 섬에서 조류의 진화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한 원주민 지식인과 대화를 하게 되었고 왜 구대륙의 백인들이 신대륙의 원주민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에게 질문을 받았다. 그때로부터 인류의 진화, 역사, 언어 등에 대해 연구를 거듭하고 25년이 지나 드디어 이 책을 통해 그 질문에 답하게 되었다고 도입부에서 말하고 있다.
인류 문명의 초기에 작물화/가축화에 적합한 야생동식물의 유무, 동식물이 자라기 좋은 기후를 가진 지역에서 인구 밀집사회가 나타나고, 인구가 폭발하면서 많은 사람들 간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고도화된 사회 구조가 생겨났다. 그리고 기술/문화/언어를 전파하기 유리한 대륙의 연결성을 가진 곳에서 지역 간에 발전된 성과물이 빠르게 공유되고 선순환되었다. 그리고 가축화가 이루어진 지역에서 가축 사이에 전염되던 병원균이 인간에게 옮겨오고 인구 밀집사회에는 이 전염병에 대한 면역이 생겼지만, 고립된 지역에서 수렵채집 위주로 인구가 밀집되지 않았던 신대륙에서는 유럽인들이 옮겨온 전염병이 원주민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구대륙의 유럽인들이 더 발전한 기술과 함께 신대륙을 침략했을 때 원주민들은 자원을 빼앗기고 노예의 위치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는 결론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치명적인 세균들이 갖는 중요성은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정복하고 원주민들을 말살시킨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유럽의 총칼에 의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아메리카 원주민보다 유럽의 병원균에 의해 병상에서 목숨을 잃은 원주민 수가 훨씬 더 많았다. 이 같은 병원균들은 대부분의 인디언과 그 지도자들을 죽이고 생존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림으로써 인디언들의 저항을 약화시켰다.
-p.319 <11. 가축의 치명적 대가, 세균이라는 사악한 선물> 중에서
다른 대륙들보다 유라시아가 앞선 출발을 하고 야생 동식물과 더불어 그 발전이 가속화된 또 하나의 이유는 아메리카에 비해 동물, 식물, 아이디어, 기술, 사람 등의 확산이 용이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여러 가지 지리적/생태적 요인 때문이었다. 아메리카의 남북 축과 달리 유라시아의 주요 축은 동서 방향이므로 위도 변화와 그에 따른 환경 변화를 겪지 않고도 각종 문물이 확산될 수 있었다. 유라시아의 동서 너비가 전체적으로 넓은 데 비해 신대륙은 중앙아메리카, 특히 파나마에서 폭이 좁아졌다. 더구나 아메리카는 식량 생산이나 조밀한 인구에 적합치 않은 지역이어서 그 분열이 더 심했다.
-p.566 <18. 남북아메리카가 유라시아보다 낙후됐던 원인> 중에서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을 수 있었던 까달가은 백인 인종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리적/생물지리학적 우연(특히 두 대륙의 면적, 축의 방향, 야생 동식물 등)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역사적 궤적이 달라진 것은 궁극적으로 부동산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p.616 <19. 아프리카는 왜 흑인 천지가 됐는가> 중에서
고대에는 그리스를 포함한 지중해 동부 일대와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많은 지역이 숲으로 덮여 있었다. 이 일대가 원래의 비옥한 삼림 지대로부터 침식된 잡목 지대 또는 사막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고식물학자들과 고고학자들에 의해서도 자세히 밝혀졌다. 이곳의 숲은 농업을 하기 위해 개간하고 건축용 목재를 구하기 위해 벌채하고 땔감으로 쓰거나 회반죽을 만들기 위해 태우는 바람에 사라지고 말았다. (중략) 북유럽과 서유럽이 그러한 운명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지역 사람들이 더 현명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더 강인한 환경, 즉 강우량이 더 많아서 식물이 더 빨리 재성장할 수 있는 곳에 사는 행운을 타고났다.
-p.625 <에필로그> 중에서
B.C. 221년 마침내 중국이 통일되자 그때부터 중국에서는 다른 독립국가가 창건되어도 오래 버텨내지 못했다. (중략) 이 책에서 나는 대체로 강력한 장애물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기술 확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의 연결성은 불이익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어느 한 폭군의 결정은 당장 혁신을 중단시킬 수 있었고 또 실제로 그 같은 일들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유럽의 지리적 분할 상태는 서로 경쟁하는 수십 또는 수백 개의 독립 소국과 혁신의 중심지들을 만들어냈다.
-p.631 <에필로그> 중에서
한줄 요약하자면, 유리한 환경을 가진 지역에서 발전한 문명과 사회가 현재의 세계 불평등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운이 좋았다 는 결론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