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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Jun 23. 2020

7살은 되어야 알죠

마음경영 시리즈 2

많은 새들이 함께 전기줄에 앉아있다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 출처 wallpaperaccess

“네 스스로 옷을 입어. 이제 4살이잖아!”

샤워를 하고 4살 둘째 아이가 옷을 안 입으려고 도망 다닌다. 

“4살이면 자신의 삶을 사는 거야. 너 스스로 옷도 입어야지. 모든 것을 다 해주지 못해. 각자 자신의 인생이 있는 거야!

나는 옷을 안 입고 옷을 놀이를 하듯 도망 다니는 둘째 아이에게 다그쳤다. 


“아빠! 왜 어려운 말을 해요. 재는 아직 인생을 몰라요. 7살은 되어야 알죠!”

나와 둘째 아이의 실랑이를 보던 9살 첫째 아이의 말이었다. 

본인도 똑같이 옷을 안 입으려고 도망 다녔던 첫째의 말이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재치 있게 응수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그럼 너는 인생에 대해 아니? 인생이 뭐라고 생각해?”

“인생은 인생이죠.” 

“아니 너는 7살을 지나 9살이잖아. 7살이면 인생을 안다면서? 인생이 뭐라고 생각해?”

나는 정말 진지하게 물었다. 아이는 잠시 생각하고 답을 했다. 


“응! 인생은 나와 사람들이 만나 같이 사는 것이에요”  


9살 아이의 말에 난 너무나 놀랐다. 단지 말장난으로 응수하지 않고 첫째 아이는 순간 진지하게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내놓았다.

여러 비행기가 함께 움질일 때 아름다운 조화가 생긴다.  이미지 출처 wallpaperaccess


우리는 살면서 삶과 인생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이것이 인생이다’라고 바로 답을 할 수 있을까? 삶과 인생을 정의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것저것 말하다가 틀리면 바로 수정하면 되었다.

성장하고 어른이 되면서 점점 더 말에 무게가 실리고 수정을 하기 어려워진다. 무엇인가를 정의내리기가 더 조심스러워졌고, 어려워졌다. 삶의 무게에, 사회적 지위에, ‘틀렸다’라는 말을 듣기가 점점 두려워지는 것이다. 


무심결에(자신은 진지하게 고민했겠지만) 내뱉은 첫째 아이의 말은 마치 철학자와도 같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 뒤에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정말 첫째 아이의 말이 맞다. 인생은 나와 사람들이 만나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유치원을 가고 초중고를 다니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성장하여 대학교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나간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또한 타인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 답은 평생 찾아가야 할 우리 자신들의 삶에 스스로 던진 화두이기도 하다. 

인생이 자판기 처럼 원하는 것이 바로바로 나오면 정말 행복할까 이미지 출처 wallpaperaccess


세상에 태어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이 질문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있는가?

아무 생각 없이 놀며 즐길 때도, 슬픔에 빠져 괴로울 때도 인생은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간에 끊임없이 내 마음에 달라붙어 질문한다. 

‘네 스스로의 삶의 가치를 증명해봐’    


“왜 어려운 말을 해요. 7살은 되어야 알죠!” 

우리는 언제 7살이 될 수 있을까? 정말 7살이 되면 인생에 대해 당당하게 답할 수 있을까? ‘

인생은 나와 사람들이 만나 같이 사는 것’이라고 확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첫째 아이가 한 말의 여운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글|그린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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