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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Aug 13. 2020

무릎을 탁! 치고 일어나는 순간,

마음경영 시리즈 7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참이다. 결코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마음을 먹고 하려고 하면 결국 해내게 된다. 우린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 길이 맞을까? 이렇게 하는 것이 혹시 틀린 선택이 아닐까? 수많은 갈등과 고민을 하는데, 그 고민 속에서 어느 순간 ‘탁!’ 하고 무릎을 치고 일어나야 한다. 


미술대학 4학년 미술이론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대학원 입시 준비가 아닌 정말 현대철학에 대한 공부를 했다. 철학자들의 다양한 철학을 그냥 흡수하듯 읽어 내려갔다. 철학자들의 깊은 사유가 너무 신선했다. 조금 더 깊게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난 철학과 전공 수업을 신청했다. 교양이 아닌 철학과 3학년 전공을 선택한 것이다. 

수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철학적 논제를 가지고 토론을 했다. 당시 주제가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에 대한 논의였는데, 난 미술의 이해와 감상에 대한 페이퍼를 작성했고, 강단에 나가 발표를 하게 되었다. 발표는 3명이 했는데, 나와 철학과 학생과 국문과 학생이었다. 세 명의 발표를 듣고 종합토론 형식으로 논쟁을 벌였는데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난 그 수업에서 A를 받았다.) 

수업이 끝나고 난 내가 어떻게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던 그들과 토론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만큼 예술에 대한 원리와 이론에 대한 갈증이 많았던 것이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도서관에서 철학과 이론에 대해 공부하는 순간이 너무 좋았고, 하나둘씩 알아가는 나 자신이 너무 뿌듯했다. 


여느 4학년의 경우 취업을 위해 토익, 토플 공부를 하고 회사를 분석하고 인턴쉽을 위한 자소서 작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나는 너무 여유롭게 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급할 것이 없었다. 공부를 하면서 나는 어떤 이론 대학원을 가는 것이 적합할지를 찾아봤다. 여러 과가 있었지만 나는 예술과 철학 둘 다를 공부할 수 있는 미학과를 선택했다. 미술사의 경우는 미술의 역사에 대한 접근으로 나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난 예술의 근원에 대해 알고 싶었다. 


대학원 입시 요강을 살펴보니 수학계획서를 작성해야 했다. 바로 내가 왜 미학과를 가야 하는지에 대한 글이었다. 내가 어떤 공부를 했고, 어떤 것에 관심이 많은지에 대한 글을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도서관에서 현대철학을 공부하면서 수학계획서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다 늦은 밤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도서관 앞에서 친구와 헤어지는 국문과 학생을 만났다. 바로 철학과 수업시간 때 열띤 토론을 했던 그 국문과 학생이었다. 


난 그녀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네?” 

“제가 대학원을 들어가기 위한 수학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글 검수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네! 그럼 내일 봐드릴게요.”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었겠지만 난 그냥 부탁했고, 요청했다. 


그리고 그날 밤 열심히 수학계획서를 작성했다. 그 다음날 그녀에게 글 검수를 받았는데, 글을 쓰는 수준이 남달랐다. 논리 정연하게 빨간펜을 해주더니, 수정해서 다음 날 다시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수정해줬다. 나도 노력했지만 그녀의 도움 덕에 탄탄한 수학계획서가 완성되었다.  

난 고마움에 그녀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목표하는 바를 이루라고 방석을 선물했다. 그녀의 도움 덕분에 난 미학과 대학원에 당당하게 입학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국문과에서도 가장 스마트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때 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던 것일까? 첫마디에 도와달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공부에 대한 강렬한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은 정말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론 공부를 해야겠다고 철학과 전공 수업을 무턱대고 수강한 것과 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혀 살고, 잘 모르던 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모두 내 마음먹음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돌이켜보면 그때 그냥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면 결코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무릎을 탁 치고 일어나는 결단을 내렸기에 지금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세상의 모든 일들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내가 꿈꾸는 나의 삶을 위해 오늘도 난 무릎을 치며 당당하게 일어선다.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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