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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Aug 25. 2020

모방, 정신적 풍요로움을 위한 사고

마음경영 시리즈 8

골마을, 마을에서 산 쪽으로 2km를 더 올라가면 20가구 정도 사는 작은 산골마을이 나왔다. 아주 조용하고 평온한 마을이었다. 

겨울이면 냇가로 가서 개구리를 잡았다. 큰 망치로 돌엉이를 내리치면 돌 밑에서 잠을 자던 개구리가 기절해서 수면 위로 올라온다. 그러면 그냥 개구리를 주워 담기만 하면 되었다. 봄에는 개나리와 진달래,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해 들판을 뛰어다녔고, 여름에는 개울에서 시원한 수박을 먹고 시원한 동굴탐험을 하며 더위를 식혔다. 가을엔 과수원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따라 사과를 땄다. 학교도 들어가기도 전인 어릴 적 기억이라 아련함으로 남지만 그 시절 아무런 걱정 없이 해맑게 살았다. 


하루는 어른들이 농약 통(농약 살포기)을 어깨에 메고 농약을 뿌리는 것을 보고 신기했는지 나도 만들어보기로 했다. 7살 아이의 어깨에 메기 위한 작은 통을 구했다. 네모난 오일 깡통이었다. 어렵게 깡통에 끈을 달고 어깨에 탁 메어봤더니 잘 맞았다. 그 다음은 물을 뿌릴 수 있는 호스가 필요했다. 아버지의 농약 통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오른쪽은 펌프질을 하는 것이고 외쪽은 호스로 농약을 뿌릴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물이 나오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 고민 하다 석유통에 석유를 옮겨 담는 손 펌프(자바라 펌프)를 활용하기로 했다. 오일통에 손 펌프를 연결하고 왼쪽으로 배수가 되게 했다. 왼쪽은 어른들이 쓰던 농약 통처럼 펌핑이 될 수 있게 지렛대를 활용해 손 펌프를 누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연결부는 아버지의 공구통에 있던 실리콘을 발라 물이 세지 않게 만들었다. 물 셈 마감을 하지 않아 한 차례 몸을 다 적신 후에 알게 된 지혜였다. 

완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뿌듯함에 나 스스로를 칭찬하며 어깨에 통을 둘러메고 밖으로 나가 어른들이 하는 것처럼 농약을 뿌리는 시늉을 하며 놀았다. 동네 친구들이 신기해하며 자신들도 만들겠다며 각자 집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잘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울며 자신의 아버지 손을 이끌고 내게 찾아왔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당시 나는 쉽다고 생각했었는데, 따라 만드는 것, 즉 모방이 쉬운 것만이 아님을 친구들을 보며 알았다.


커가면서 나는 어른들의 많은 것들을 따라했다. 모방을 통해 삶을 배웠고, 역사를 통해 사회를 익혔다. 예술작가들의 작품을 그대로 따라 그리면서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누군가의 틀을 보고 따라 배우면서 독창적인 내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것들을 보고 배운다. 때론 자연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하고, 타인들의 생활방식이나 습관을 통해 나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옆 친구가 하면 나도 따라하고, 부모가 행동하고 사고하는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우리는 살면서 모든 것들을 모방한다. 모방을 통해 조금 다른 새로운 것들을 창조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는 말은 진정 참이다. 모방을 통해 모든 창의적 활동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미메시스(mimesis), 즉 모방 혹은 재현은 단지 행동이 아니라 정신적인 활동이다. 예술은 이 미메시스로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감정까지 재현하였고, 우리는 이 재현을 통해 나와 세상을 바라본다. 어릴 적 농약 통을 재현하던 작은 손은 농약을 뿌리던 어른들의 행동을 재현한 것을 넘어 어른들의 세계를 알고자 한 것이다. 어른으로 성장하고 보니 더 큰 어른인 지혜로운 이들의 삶을, 삶의 철학을 알고자 정신적인 모방을 하고 있다. 책을 읽고 그들의 생각을 모방하기 위해 노력한다. 


행동을 만드는 것이 단지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을 가능하게 한 정신을 이해할 수 있다면 더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자가 되고자 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단지 물질적인 풍요로움만 있다면 소비와 그 소비를 충족한 이후에 오는 무기력을 견딜 수 있는 더 큰 자극을 끊임없이 추구할 것이다. 그 끝에는 탕진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부자가 되기 위한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함께 길러야 한다. 즉, 정신적 부자의 사고를 모방해야 한다. 그들이 왜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자신감에 넘치는지, 왜 비싼 옷을 입지 않아도 고급차를 타지 않아도 자신감에 차있는지 알아야 한다. 


어릴 적 오일 깡통을 어깨에 메고 물을 뿌렸던 모방에서, 내 풍요로운 정신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삶의 지혜 통을 다시 따라 배워야 한다.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의 정신적 충만함을 지금의 삶 속에서 재현해 내야 한다. 정신적 부자가 되어야 한다.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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