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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Dec 06. 2020

위대한 모지스, 인생예술

[커버이미지] 모지스의 대표작 <설탕만들기 Sugaring off> , Oil on canvas, 1945. 


1. 예술가가 되기 위한 조건


세계적인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천재적으로 타고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과연 천재적으로 타고난 작가들이 몇이나 될까? 독학으로 자신의 화풍을 창조해 낸 화가와 예술가들이 너무도 많다. 예술작품은 위대해서 유명한 것이 아니라, 유의미한 표현을 해냈기 때문에 위대해지는 것이고 유명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만큼 노력하면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몇 년이 걸릴까? 예술가가 되는 시간은 노력에 정비례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마음 속 다짐에 비례한다.


76세에 그림을 시작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작가가 있다. 바로 미국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그랜마 모지스(Grandma Moses 1860~1961, 본명 Anna Mary Robertson Moses)이다.

그녀는 76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01세가 되기까지 1,60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녀의 그림은 120만달러(13억)에 팔릴 정도로 유명해졌다.


사람들은 그녀가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린 것에 집중했고, 모든 언론에서 늦은 나이에 시작한 그녀의 경력을 더욱 강조했다. 물론 그림을 전혀 배우지 않았던 76세의 할머니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그녀의 그림이 너무나 따뜻한 시골 풍경을 표현하고 있기에 더욱 친근하고 포근하다.


. 1943. oil on board. 43.82 X 60.33 cm. private collection


그러나 나는 그녀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76년 동안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술은 우리 인간의 삶에 대해, 영혼에 대해 깊은 성찰과정을 거친 후 예술작품으로 표현이 되어야 한다. 그 표현의 깊이가 깊으면 울림이 크다. 사람들이 감동하는 것은 그 울림이 나의 삶 안으로 들어올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공감되지 않으면 울림은 단지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말이다.


누가 유명한 작품이라고 하면 혹해서 바라보며 큰 감흥도 없으면서 그 말에 동의를 하며 나 스스로 교양 있는 척을 한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괜히 모르겠다고 하면 무식해보이겠지!’ 속마음은 솔직하다. 그런데 또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관계에서 능사는 아니기에 예의를 위해 애써 이해하는 척을 한다.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다. 그 작품은 나에게 감동을 주진 않았지만 다른 작품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예술 감상은 모든 편견을 버리고 오로지 나 자신이 바라보고 좋아야 한다.


1953년 12.28 타임지 표지모델이 된 모지스


2. 모지스의 첫 번째 삶


그랜마 모지스로 불리는 안나 메리 로베르손 모지스는 자신의 평생 삶에서 예술의 이치를 깨우쳤다. 그리고 76세에 그림을 그리겠다고 다짐하고 이를 표현한 것이다.

미국 뉴욕 주 그리니치의 가난한 농장에서 태어난 모지스는 10남매 중 셋째 딸이었다. 12세부터 부유한 남의 집 가정부, 농장일, 바느질로 일하며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질 못했다. 


27세에 남편 모지스와 결혼하여 여전히 주변 농장을 돌며 생계를 유지했다. 20년을 노력한 후에야 자신의 농장을 가질 수 있었다. 자식을 10명을 나았으나 5명을 병으로 먼저 보냈다.

그녀는 자수를 하며 아픔을 달랬다. 남편도 67세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였고, 70대에 가서는 관절염이 심해져 자수도 할 수 없었다.


동생이 그림을 그려보면 어떻겠냐고 권했고, 그림을 그리겠다고 다짐하고 그렇게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지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약2년 뒤인 1938년 뉴욕의 한 콜렉터가 지역의 약국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감동받아 1점에 3.5달러(3,800원)씩 총 10점을 사서 맨해튼의 갤러리에 전시를 했다. 결과는 바로 모든 작품이 솔드 아웃이 되었다.


이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현대 미술관 등에 소개가 되고 1940년 개인전을 개최하게 된다. 그림을 시작하고 3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후 20년간 미국과 유럽을 돌며 연이어 전시회가 개최되고, 그림 값도 3달러(3천원)에서 1만 달러로, 100만 달러(10억) 수준으로 치솟았다.


1949년 트루먼 대통령이 주는 <여성 프레스 클럽 상>도 수여받게 되었고, 우정국에서 그림우표로도 발행되게 되며 미국의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어머니날 등 미국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사랑받게 되었다.


우표로 제작된 모지스의 그림


그녀는 그림을 시작하고 3년 만에 유명해졌고, 10년 만에 전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그녀의 그림이 새로운 양식은 아니었다. 미국 농촌의 풍경이었고, 자신이 농장에서 겪은 일상이거나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풍경들을 그렸다.

네덜란드 풍속화가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el the Elder, 1528-1569)의 작품과도 같이 일상의 풍경을 그린 편안한 화풍을 선보였다.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el le Vieux), <월력도 연작 : 사냥꾼의 귀가 (1월)>, 1565, 목판에 유채, 162 Ⅹ 117 cm


모지스, <We Have a Turkey>,1944. Oil on pressed wood


3. 위대한 자신을 위한 두 번째 삶


그녀는 평생을 살면서 자신의 두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고, 자수를 통해 풍경들을 익혔다. 그리고 삶의 즐거움, 기쁨과 슬픔, 가난과 여유를 모두 경험하였다. 그리고 삶을 통해 깨달은 이치와 의미를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76년을 준비한 이야기이기에 사람들이 거리를 걷다 홀리듯 그녀의 그림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 편안하고 심플한 그림 속에서 삶의 철학과 예술적 감각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늘 내게 늦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사실 지금이야말로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에요.

진정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이죠.”


1960년 넬슨 록펠러 뉴욕주지사가 그녀의 100번째 생일을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선포했고,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모지스가 한 말이다.


모지스, . 1940. oil on Masonite. 41.59 X 53.34 cm. Shelburne Museum, VT



‘진정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즉 자신의 꿈과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에겐 가장 젊은 날인 것이다. 그녀는 76세에 시작하여 25년간 예술가로 살았다.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두 번 산 것이다.


우리의 두번 째, 세번 째 인생을 위해 우리는 지금도 꾸준하게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실천하고 있다. 그 실천들이 바로 우리의 꿈을 실현시키는 밑거름이 되고 있음을 믿는다.

그런데 그 삶은 시작해야 비로소 시작된다. 그러니 당신은 지금 나의 새로운 삶을 위해 진정 시작할 다짐을 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새로운 삶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시작해야 비로소 시작된다.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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