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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소밥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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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은 PainterEUN Oct 26. 2022

보이는 게 다가 아닌 볶음밥 김밥

진가


엄마의 김밥은 화려하지 않다.

찹쌀이 많이 들어간 밥에, 잘게 다져진 오이와 당근, 양파를 햄과 볶아 소금 간을 하고 참기름을 뿌린 후, 단무지 한 개와 말아내는 볶음밥 김밥.


오므라이스가 더 어울릴법한 김밥은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지만, 소박한 겉모습을 띄고 있다.


은은하게 고소하고 쫀득쫀득한 엄마의 김밥.

난 아직도 그 김밥을 참 좋아한다. 가끔 그 김밥을 먹는 날이면 특허 내거나 길에서 팔아보자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지금은 그렇지만 어렸을 때 나는 엄마의 김밥이 참 맛있는데 단무지 하나 덜렁 들어가 있는 모습을 띠어 속상했던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 저학년일 때의 잘 기억나지 않는 어느 소풍날. 

선생님들과 함께 김밥을 먹게 된 적이 있었다.

거기에는 부모님들께서 선생님들께 갖다드리라고 했던 각종 도시락이 있었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형형색색의 채소와 함께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밥이었다.

아이 눈에도 화려해 보이는 그 김밥을 보니 차마 엄마가 싸주신 김밥을 내어놓고 먹기가 부끄러웠던 기억.

주춤거리며 도시락을 슬며시 내 앞에 내려다 놓았다.

혹여 김밥을 남겨 가면 엄마가 속상해하실까 봐 엄마가 싸주신 김밥만 먹고 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아무도 손대지 않던 엄마의 김밥을 하나 먹으시곤 “보기엔 그런데 참 맛있네~” 하셨다.


투박한 표현이었지만, 엄마의 김밥에 관심 가져준 선생님께 대한 고마움 때문인지 누군가 진가를 알아준다는 것 때문이었는지 그날의 다른 기억은 흐릿한데 그 말은 아직도 기억에 맴돈다.


부끄러움이 한순간 당당함으로 기억될 수 있게 만든 잊히지 않을 그 한마디가.


여전히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엄마의 볶음밥 김밥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줬다.



Painter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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