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소밥 07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은 PainterEUN Oct 26. 2022

뜨거운 기름 솥 마늘 통닭

치환된 헌신


간 조절은 여타의 소스보단 소금이 진리인, 은근한 카레 향이 맴도는 바삭한 얇은 튀김 위 익은 듯 덜 익은 듯 알싸한 마늘 옷을 두른 얼얼한 엄마의 마늘 치킨.


엄마의 레시피를 잠깐 소개하자면.

닭 날개와 닭 봉을 씻어 맥주에 담가놓은 후, 소금 간을 한 닭을 카레 가루와 튀김가루에 묻혀 기름에 튀겨낸다.

막 튀겨낸 닭고기를 볼에 넣고 다진 마늘과 함께 잘 섞으면 끝.


고전적인 맛의 이 요리는 치킨이라는 말보다 통닭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원래는 조각내지 않은 닭, 배를 가르고 내장을 정리한 토막 내지 않고 익힌 닭 요리를 통닭이라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후라이드치킨, 양념치킨이라는 말보단, 통닭, 양념통닭이라는 말이 흔했다.


엄마는 내가 어린 시절 치킨집을 운영하셨는데 그때는 잘린 닭이 유통되지 않아 칼로 일일이 토막을 내신 후 조리하여 튀겨내셨다.

요즘은 마트에만 가도 부위 별로 손질된 닭이 잘 나와 날개를 사실 때면 “예전에도 이런 게 나왔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라며 혼잣말을 읊조리신다.

엄마는 젊은 나이에 시작한 치킨집으로 집안 살림을 일으키셨지만, 긴 세월 닭을 토막 내느라 고장 난 팔과 어깨로 아픔을 달고 사셨다. 결국 참다 참다 양쪽 어깨를 수술하셨다.

거뭇거뭇 손에 남겨진 기름 튄 흔적을 볼 때면 그 흔적 하나마다 내가 나고 자란 것 같아 마음이 아린다.


치킨집을 그만두신 지 30년 가까이 되었지만, 지긋지긋해하시던 닭요리도 이제는 별식이 된 건지 이따금 엄마는 닭을 튀겨주신다.

아마 치킨 먹고 싶은 날, 본인이 할 줄 아시니 돈 주고 사 먹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셔서 그런 것 같다.

프랜차이즈 치킨 한 마리에 2만 원 후반 근 3만 원에 육박하니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요즘은 에어프라이어에 넣으면 금방 튀겨낸 것처럼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류 치킨도 많은데 뜨거운 기름과 싸우는 모습을 볼 때면, 금액 절감이 엄마의 고생과 치환되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루가 멀게 신제품이 출시되고 한 집 걸러 한 집 치킨집이 들어서지만, 새로운 맛의 치킨들을 다 섭렵한다 해도 그 어떤 치킨이 이젠 돈 주고도 사 먹지 못하는 엄마의 통닭을 넘어설 수 있을까.


역시 난 엄마의 마늘 버무린 통닭이 최고다.


기름 앞에 선 엄마를 보고 싶지 않지만, 엄마의 치킨을 다시 맛보게 된다면 흡입할 테다.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르기에

잊지 않기 위해

더 음미하며.



PainterEUN

이전 06화 보이는 게 다가 아닌 볶음밥 김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