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조절은 여타의 소스보단 소금이 진리인, 은근한 카레 향이 맴도는 바삭한 얇은 튀김 위 뜨거운 김에 설익은 알싸한 마늘 옷을 두른 얼얼한 엄마의 마늘 치킨.
엄마의 레시피를 잠깐 소개하자면.
닭 날개와 닭 봉을 씻어 맥주에 담가놓은 후, 소금 간을 한 닭을 카레 가루와 튀김가루에 묻혀 기름에 튀겨낸다.
막 튀겨낸 닭고기를 볼에 넣고 다진 마늘과 함께 잘 섞으면 끝.
고전적인 맛의 이 요리는 치킨이라는 말보다 통닭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원래는 조각내지 않은 닭, 배를 가르고 내장을 정리한 토막 내지 않고 익힌 닭 요리를 통닭이라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후라이드치킨, 양념치킨이라는 말보단, 통닭, 양념통닭이라는 말이 흔했다.
엄마는 내가 어린 시절 치킨집을 운영하셨는데 그때는 잘린 닭이 유통되지 않아 칼로 일일이 토막을 내신 후 조리하여 튀겨내셨다.
요즘은 마트에만 가도 부위 별로 손질된 닭이 잘 나와 날개를 사실 때면 “예전에도 이런 게 나왔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라며 혼잣말을 읊조리신다.
엄마는 젊은 나이에 시작한 치킨집으로 집안 살림을 일으키셨지만, 긴 세월 닭을 토막 내느라 고장 난 팔과 어깨로 아픔을 달고 사셨다. 결국 참다 참다 양쪽 어깨를 수술하셨다.
거뭇거뭇 손에 남겨진 기름 튄 흔적을 볼 때면 그 흔적 하나마다 내가 나고 자란 것 같아 마음이 아린다.
치킨집을 그만두신 지 30년 가까이 되어서일까, 지긋지긋해하시던 닭요리도 이제는 별식이 된 건지 이따금 엄마는 닭을 튀겨주신다.
아마 치킨 먹고 싶은 날, 본인이 할 줄 아시니 돈 주고 사 먹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셔서 그런 것 같다.
프랜차이즈 치킨 한 마리에 2만 원 후반 근 3만 원에 육박하니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요즘은 에어프라이어에 넣으면 금방 튀겨낸 것처럼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류 치킨도 많은데 뜨거운 기름과 싸우는 모습을 볼 때면, 금액 절감이 엄마의 고생과 치환되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루가 멀게 신제품이 출시되고 한 집 걸러 한 집 치킨집이 들어서지만, 새로운 맛의 치킨들을 다 섭렵한다 해도 그 어떤 치킨이 이젠 돈 주고도 사 먹지 못하는 엄마의 통닭을 넘어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