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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Jan 10. 2022

선택은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야

영화 '어바웃 리키'




서른한 번째 이야기






메릴 스트립의 출연만으로 선택한 영화였다.

가죽 재킷과 요란스러운 장신구, 가죽 부츠, 그리고 기타,

락밴드를 이끄는 여성 락커의 모습만으로도 신선했다. 



‘리키’(메릴 스트립)는 음악을 향한 꿈을 위해 집을 떠나온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가출쯤 되겠다. 


리키는 자신의 락밴드 '더 플래시'와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힘든 생활을 버텨가고 있다. 

어느 날, 전 남편 ‘피트’(케빈 클라인)에게서 딸 ‘줄리’(마미 검머)가 파경의 위기에 처했단 연락을 받게 된다. 하지만 20년 만에 재회한 가족과의 심리적인 거리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비밀리에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던 아들 ‘조시’, 이제 와서 엄마 행세를 하려는 그녀가 못마땅한 아들 ‘아담’, 그리고 폐인이 되다시피 한 ‘줄리’, 어느 누구도 그녀를 환영하지 않았다. 



물론 이야기는 미국 영화다운 가족주의로 아름다운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 흔한 가족애도 해피엔드의 결말도 아닌 오십이 훨씬 넘은 리키의 모습이었다. 영화에서 노래하는 중년의 여자 리키의 얼굴은 행복  그 자체였다.  

전남편의 화려하고 안락한 대저택을 돌아볼 때에 리키의 얼굴에선 순간 묘한 아쉬움과 후회가 스쳐 지나간다. 그녀가 집을 나오지 않았다면, 그깟 꿈 따윈 잊고 살았다면 아름다운 저택의 안락한 삶은 그녀의 것이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리키는 돈도 없고 미래도 불안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동생의 결혼식에 들러리로 나선 딸 줄리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 하자 엄마 리키는 말한다. 

"뒤돌아보지 말고 도망가지 말고 가. 앞으로 나가"


내가 그러질 못해서 영화 속 주인공의 삶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 결코 엄마이길 포기한다거나 아이에 대한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란 걸 누군가 대신 항변해 준 것 같아 좋았다.  그건 잘못이 아니라 단지 선택의 문제니까.


"당신은 도대체 날 왜 사랑해? 난 이해할 수 없어. 날 봐. 난 돈도 없고 나이도 먹었고 계속 살이 쪄. 음식도 못하고 살림도 못해."

리키는 자신을 좋아하는 애인에게 묻는다. 

답은 뻔하다.

당신은 당신이기 때문에. 용기 있게 자기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

당신은 사랑받기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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