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으십시오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
냉장고에서 치킨 샐러드를 만든다며 뭔가를 꺼냈다.
- 이 키위 드레스는 못 먹겠다. 유통 기한이 지났어.
- (의아한 듯 쳐다보며) 키위 드레싱 아니야? 키위 드레스는 먹는 거야, 입는 거야?
텔레비전을 보려고 이리저리 뭔가를 찾고 있다.
- 티브이(텔레비전) 틀어줄까? 저기 모니콘 줘봐.
- 리모컨 아닐까? 모 니콘은 신조어야?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정조가 덕임이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 야, 저 물제수비.
- (순간 멈칫)물수제비겠지. 그런 말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그게 무엇이건 너무 웃긴데
더 웃긴 건 내가 그 말을 알아듣는다는 거다.
1초도 안 걸리고 그 말을 재해석하고 있다는 거다.
"저기...."라고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이거?" 하며 알아서 물건을 찾아오는 아이들과
'어'라고 얘기해도 '아'라고 찰떡같이 알아듣는 상대를 보며 생각하게 된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말은 절대 믿지 않지만
우리가 성실하게 함께 한 시간들은
보이지 않는 것도 보게 만들고,
들리지 않는 것도 들리게 만드는
1초의 기적을 만들 때가 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