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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Jan 17. 2022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진짜 죽여주나요?

당신이 모르고 있는 진실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







영화 '죽여주는 여자'

65세 소영(윤여정)은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과 연애를 해주며 근근이 살아가는 '박카스 할머니'다.

노인들 사이에 '죽여주게 잘하는' 여자로 소문이 자자한 소영은 

어느 날 한때 자신의 단골고객이었던 송노인의 근황을 알게 된다. 



늘 양복에 깔끔한 신사였던 송노인은 중풍으로 쓰러져 요양원에 있었다. 

송노인은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를 비관하며 자신을 죽여달라고 소영에게 부탁한다.

소영은 이제 정말 '죽여주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윤여정의 영화란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고 싶었지만 

영화는 내 기대를 넘어서 진짜 '죽여주게 지랄 맞은' 삶의 단면을 보여줬다. 

코피노(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의 어머니를 둔 혼혈아를 일컫는 말), 양공주, 트랜스젠더, 장애인, 공원에 모여 앉은 노인들, 그들을 향해 박카스를 건네는 할머니. 

영화의 시선은 철저하게 도시의 화려함과 정반대를 향해 있었다. 



영화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노인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너무 현실적이고 무덤덤하며 차갑기까지 하다.

 

"진실? 진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없어. 사람들은 다 자기 듣고 싶은 것만 들어. 이런 거 왜 해? 젊은이도 돈 되는 거 해. 나처럼 나이 들어 고생하지 말고."

- 영화 '죽여주는 여자'중 윤여정의 대사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

잘 산다는 것과 잘 죽는다는 것.

인간답게 산다는 것과 인간답게 죽는다는 것.

생각해 봐야 하지만 생각하기 싫었고

돌아봐야 했지만 돌아보기 귀찮아 애써 외면해 온 이야기.

한동안 멍하니 앉아 정지된 생각을 풀어헤치고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영화 <죽여주는 이야기> 포스터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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