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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Mar 15. 2022

공연비 정산내역서

그 돈이 다 어디서 나나요?





숨만 쉬어도 돈이 필요한 세상이다. 

먹고 사는데야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우리가 아침 해를 보며 일터로 가는 이유도 먹고살기 위해서니까.

그래서 먹고사는 일을 벗어난 것은 사치일 때가 많다.

더군다나 공연이나 전시는 보면 좋지만 안 본다고 숨 쉬고 사는데 눈곱만큼의 문제도 없다.

그런 연극을 보기 위해, 뮤지컬을 보기 위해, 전시를 보기 위해

시간을 쪼개 움직이니 지인들은 궁금해했다.

- 그걸 다 어떻게 보니?

- 그거 보러 갈 시간도 있고 좋겠다.

- 난 여유가 없어서......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시간이 없어서 미술관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갔다가 부리나케 일을 하기 위해 집으로 오기도 한다. 

주말 하루를 온전히 미술관, 공연장 로테이션을 돌기도 한다. 

아무리 공연 리뷰를 위해 초대되어 가도 나머지는 내 돈 내산이 필요하다.

한때는 공연비(공연이나 전시를 보기 위해 사용되는 비용)를 충당하기 위해 방과 후 강사를 하기도 했다. 

온갖 할인을 이 잡듯이 뒤지기도 하고, 리뷰단 체험은 필수코스가 되었다. 




하루는 공연비로 내가 얼마를 쓰는지 궁금해졌다. 

몇 년 전이기는 하지만 일주일간 전시나 공연을 보고 온 하루의 지출을 기록해본 적이 있었다.

이것은 내가 한 달 동안 공연이나 전시를 보는 횟수와 기사 작성을 위해 보는 공연 관람료는 제외하고 계산한 것이다. 내 경우 공연이나 전시를 보는 것이 목적이라 주변 맛집을 가거나 친구들과 다른 일정을 겸하지 않기 때문에 식사와 커피값조차 들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런 이유로 물가인상분을 반영해도 지금과 크게 차이는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전시나 공연 비용보다 식사비용, 교통비 같은 부대비용이 대부분이었다. 주로 시와 나라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을 갔기 때문에 관람료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고 하루 3만 원 정도의 돈을 매주 2,3회씩만 쓴다고 해도 6만 원에서 9만 원이다. 한 달로 치면 24만 원에서 36만 원인 셈이다. 여기에 공연을 본다고 하면 최소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가 일반적인 관람비이니 매주 1편씩이면 12만 원에서 20만 원인 셈이다. 공연비와 부대비용을 합산하면 36만 원에서 56만 원이 된다.(공연 할인은 고려하지 않았음) 일반적으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공연이나 전시를 본다면 이 합산 금액의 절반, 또는 그 이하의 비용이 든다고 볼 수 있다. 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인지 아닌지는 다른 취미 활동에 드는 비용을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문화예술을 즐기기 위해 시간 내서 가는 건데 저렇게 돈을 따지면 피곤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 또한 맞는 말이다. 이 자료와 조언은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개인적인 경험을 적은 것이다. 나는 10년 넘게 매년, 매주 꾸준하고 규칙적으로 공연과 전시를 보고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업과 공연리뷰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의 한계도 있다. 

요즘 말로 전형적인 n 잡러이다. 과외, 학원강사 등 청소년들과 20년간 부대끼며 살았던 사교육 종사자이기도 했다. 스물일곱 청년과 열아홉 살 청소년을 기르고 있는 엄마이기도 하다. 



문화비의 문제는 문화예술에 접근을 어렵게 하는 요소이기도하다. 일단 비싸다는 인식이 크다. 돈 쓸 곳도 많은데 굳이 거기까지만 뜻이다. 청소년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어떤 공연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도 잘 모르지만 비용의 문제도 크다. 아이에게 친구와 공연을 같이 가라고 하면 친구들이 비싸서 못 간다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이것은 반은 사실이고 반은 사실이 아니다. 비싼 공연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는 청소년은 거의 모든 공연 관람료가 50% 할인된다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대부분 내가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비용보다 훨씬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으니 꼭 돈이 없다는 것도 이유는 아니라고 보인다. 



돈을 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와 '효용'이다. 정해진 돈을 써야 하는 일반 사람들에게 이 기준은 중요하며 나 역시 그렇다. 문제는 필요와 효용에 문화예술 항목은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경쟁사회 정 중앙에서 살아남기를 강요당하는 아이들을 오랜 시간 보며 살았다. 하루 종일 욕을 달고 있는 전따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고 학원을 십여 개를 다니다 전과목 시험 답안지를 밀려 써서 학교 요주의 인물이 된 목동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돈은 얼마든 줄 테니 입주과외를 해달라며 '우리 아빠 시청 공무원이야'를 입에 달고 오던 학생도 만났다. 하루 종일 게임 속 세상을 헤매는 아이들, 온라인 속 사람을 오프라인으로 만나 협박에 시달리는 아이를 보기도 했다. 물론 내가 유독 그런 아이들을 가르친 실력 없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만 내가 20년간 만난 아이들을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10년을 단 한 주도 쉬지 않고 공연리뷰를 쓰는 일을 놓지 않는 것은 내가 이 일을 사랑해서이지만 그것 못지않게  문화예술이 우리 아이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영양제란 생각이 들어서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양질의 문화예술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경험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일이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작동하는 모든 제도와 정책을 최대한 활용해서 아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다. 내가 몸으로 체험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다. 공연비 정산 내역서를 공개하는 이유는 적은 돈으로 문화예술을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어서다. 이렇게 말을 늘어놓으니 굉장히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지만 거대한 커뮤니티와 더 거대한 플랫폼을 통해 바위에 계란을 던져보겠다는 의미다. 



아이가 어릴 때는 책을 들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행복하다. 우리 아이의 정서 발달을 위해 없는 돈에 전집도서를 들여놓는다. 공연장에 들어가 10분도 못 채우고 울고 나올지라고 주말이면 아이를 위해 공연을 보러 간다. 미술 학원, 피아노 학원, 발레와 바이올린은 그저 기본적인 코스에 속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서면 우리의 태도는 돌변한다. 독서나 그림, 음악 같은 것들은 '필요'와 '효용'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제 그 필요와 효용에 무엇을 넣고 뺄 것인지를 한번 더 생각해 보면 좋겠다.





다음 이야기



어쩌다 내가 쓴 돈을 계산해본 그날 이후, 아이와 함께 연극을 보는데 드는 비용을 계산해 보고 아이와 함께 대극장 뮤지컬을 보는데 드는 비용을 계산해 봤다. 이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으며 알아낸 사실들은 생각보다 좋은 정책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는 제도나 서비스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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