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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Mar 30. 2022

작은 우주가 온다!

당신을 인터뷰합니다




몇 년 전 나는 노동조합에서 일을 하는 선배의 권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책을 쓴 적이 있다. 그때 전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했었다. 누군가를 인터뷰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고, 그 사람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는 경우는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유명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라면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그 사람이 출연한 작품이나 경기를 미리 보거나 자료 조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에는 그런 기본 정보조차 알기 어렵다. 일반 사람들은 인터뷰의 취지를 미리 알려줘도 승낙을 받기 힘들다.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봐도 그건 당연하다. 그러니 인터뷰에 응해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울 뿐이다. 


사전에 아무 정보도 없이 가니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그분들을 따라다니며 같이 일을 하거나 일하시는 현장에 함께 있는 것이 필수다. 비정규직이다 보니 인터뷰를 한다고 반차를 낼 수도 없고 그렇게 하시라고 할 수도 없다. 출근 30분 정도 전에 사전 인터뷰를 하고 일을 따라다니다가 점심시간에 남는 짬을 활용해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일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인터뷰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분들도 집에 가서 쉬고 싶으실 테고, 인터뷰한다고 소정의 사례비를 드리는 것도 아니니 짧은 시간 그분을 간파해서 빠른 시간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은 베테랑이나 가능한 일이니 초짜인 나에겐 힘든 과정이었다. 어쨌거나 있는 머리, 없는 머리를 굴리고 짜내서 인터뷰를 이어갔다. 인터뷰하는 방법을 어디에서 배운 적이 없으니 정말 내 맘대로 인터뷰인 셈이었다. 


힘든 부분이 많지만 인터뷰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을 갖고 있다. 한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는 돌아오는 발걸음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하나의 우주가 온다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를 갖고 있는 엄청난 존재다. 그런 엄청난 존재를 어설픈 글로 기록해서 시간이 지나고 나니 부끄러을 뿐이지만 그 하나하나의 우주는 수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퇴근을 하고 집에 가면 꼭 책을 읽는다는 문학을 사랑하는 제주공항 청소미화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하고 싶어서 일을 하면서 이어폰으로 영어를 공부한다는 카트관리 노동자, 건물도 완공되기 전에 들어와서 지하주차장 청소부터 온 건물을 청소했다는 세종청사의 숨은 주인공 청소노동자분들, 모두 잠든 시간 거리 쓰레기를 청소하며 자식을 키워낸 환경미화원, 열 명도 넘는 환자들을 혼자서 돌보느라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던 요양병원 요양보호사님, 백만 원도 안 되는 보수를 받으며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그분들의 이야기를 다 담기에 내 우주는 너무 작았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대로 다시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자신만의 위대한 우주를 갖고 있는 평등한 사람이다. 어떠한 것으로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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