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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May 04. 2022

연극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

이것은 결혼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결혼’에 대해 묻고 ‘관계’에 대해 답하는 사랑과 결혼 이야기, 
       연극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          









“엄마 내가 지금 결혼하겠다고 하면 엄마는 어때?”

“뭐가 어때. 하겠다는 걸 하지 말라고 해?”

“그럼 내가 결혼 안 하고 혼자 산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

“그럼 혼자 사는 거지.”

“엄만 나한테 관심이 없어?”

우리는 정말 뜬금없이 결혼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우리 모녀는 평소 속 터놓고 살뜰하게 이야기하는 성격들이 아니다.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간 뒤 흐르는 공백 속에서 아이는 커피숍 창문 너머를 응시했고 나는 그런 아이를 곁눈질해서 바라볼 뿐이었다. 삶과 결혼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표와 마침표를 찍으며 살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 대동소이할 것이다.            





여기 행복이 있어요?”  

   

연극이 소환한 며칠 전 기억은 초현실적인 결혼과 이별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결혼을 했던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 결혼이 하기 싫은 사람과 결혼이 인생 계획표에 아예 없는 사람이 있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이제 막 이별을 한 사람도 있다.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고 현재 진행형인 사람도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한 무대에서 유기적으로 이합집산을 한다.     


 

단 네 명의 배우는 모두 멀티맨처럼 아홉 사람의 역할을 나누어 연기한다. 이 연극은 3개의 파트가 옴니버스로 연결되어 있다. 최보은, 진주, 황정은 세 명의 작가는 한 파트씩 맡아 서로 다른 색깔로 ‘결혼’이란 주제를 풀어간다.           




연극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의 관계를 세심하게 들춰낸다     


[Part 1]은 이혼 후 9년이 지난 희수와 그녀의 애인 재훈, 그리고 지나의 이야기이다. 두 번 다시 결혼을 할 생각이 없는 희수와 결혼이 너무 하고 싶은 재훈은 연인 사이다.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기를 원하는 재훈과 아이를 키워야 하는 희수는 자꾸만 사이가 틀어진다. 결국 재훈은 희수 몰래 지나를 만나고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다.  

    


[Part 2]는 남일과 여은, 여은과 선웅의 이야기다. 비정규 강사생활을 하며 행복주택에 살고 있는 여은은 남자 친구 남일과 결혼을 고민 중이다. 여은은 비혼주의자이지만 불안정한 생활에 지쳐만 간다. 행복주택 퇴거일은 다가오고 강사일도 불안하기만 하다. 현실 문제에 치여 사는 여은은 남일과 섹스 문제로 갈등을 겪다 헤어진다. 여은은 우연히 만난 연하남 선웅에게 이끌리지만 선웅 역시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연극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의 관계를 세심하게 들춰낸다. 사랑과 이별, 결혼과 이별의 과정은 더함도 덜함도 없다. 지나친 감정 과잉도 없고 추상적인 미화도 없다. 대사 하나하나가 우리 입을 튀어나온 언어들로 재구성된 것 아닌가 싶을 만큼 담백하다. 여은은 남일이 내민 아파트 홍보지를 들고 묻는다. 

“여기 행복이 있어요?”

“아니, 거기에는 집이 있지.”          




이 연극은 현명한 자기 목소리를 찾아간다     


이제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 이야기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어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다다른다. [Part 3]는 희수와 재훈, 윤숙과 갑구의 이야기다. 재훈은 희수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아버지 갑구의 애인 윤숙은 희수를 찾아와 갑구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다.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 갑구에 이어 전남편 남일까지 희수의 집에 모인다. 이 정도 그림이면 막장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연상할 수도 있지만 이 연극은 현명한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간다.      



외길로 나있는 무대 양 옆으로 객석이 배치되어 있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기에 좋은 무대 배치다. 연극 <이것은 실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는 2020년 두산아트랩에서 처음 쇼케이스로 선보였던 작품이다. 2021년 서울 국제 공연예술제에 초청되어 첫 정식 공연을 올린 뒤 4월 28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다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연극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

공연 날짜 : 2022년 4월 28일 ~ 5월 15일

공연장소 :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

공연시간 : 화, 목, 금 19시 30분/수, 토, 일 15시

관람연령 : 15세 이상

창작진 : 작 최보영, 진주, 황정은/연출 이인수/조연출, 무대감독 송은혜/음악감독 이승호/움직임 지도 권영호/조명 디자인 신동선/무대 디자인 송지인/의상 디자인 이윤진/음향 디자인 박재식

출연진 : 김수아, 변효준, 양나영, 임준식








*이 리뷰는 민중의 소리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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