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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May 27. 2022

연극으로 책 읽기

너는 누구니?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를 졸라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샀다.   

그리고 교과서 세 권 두께의 소설책을 단숨에 읽어 버렸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영등포에 있었던 영화관에서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김정이 요동치던 열여덟 여고생에게 충격이었다. 영화라고는 TV에서 하는 명화극장이나 토요명화에서 보는 것이 전부였다. 야자(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친구가 상기된 얼굴로 들려주던 영화 '더티 댄싱'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던 시절이다. 친구가 가져온 소설책 '테스'를 영화를 상상하며 몰래 책 속에 끼워 보던 시절이기도 했다. 


영화관 화면을 가득 메우는 남부의 광활한 자연. 어른 두셋도 더 들어갈 것 같은 넓은 치맛폭에 하얀 주름이 생크림처럼 층층이 내려앉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스칼렛 오하라. 그녀의 눈부신 아름다움은 여고생의 가슴도 쿵쿵 나대게 했다. 오뚝이처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그녀의 당당함은 영화를 보는 내내 손을 불끈 쥐게도 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를 졸라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샀다. 그리고 교과서 세 권 두께의 소설책을 단숨에 읽어 버렸다. 





책이 영화가 되기도 하고, 영화가 뮤지컬이 되기도 하고, 연극이 되기도 한다.

'햄릿'을 한 번도 책으로 읽지 못한 관객이 '연극'에서 햄릿을 처음 만날 수 있다.   

무대의 감동을 이어 책을 사서 밤을 새워 읽었을 수도 있다.





이렇게 좋은 콘텐츠는 다양한 장르로 확장을 한다. 책이 영화가 되기도 하고, 영화가 뮤지컬이 되기도 하고, 연극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장르로 확장된 작품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갖는다. 영화와 책이 같지 않고, 책과 연극이 같은 이야기를 해도 전혀 다른 느낌인 것은 당연하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영화로 만들어진 흔치 않은 경우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빠른 속도감과 경쾌함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면, 영화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 찾기의 과정이 수채화처럼 펼쳐 쳐 감성을 사로잡는다. 



소설 <완득이>는 뮤지컬 <완득이>로 재창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소설이 만들어낸 상상이 무대 위에서 실체를 갖게 되면 새로운 작품이 된다. 원작에 매료된 독자들은 실체를 갖게 된 소설 속 인물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소설에서 연극, 뮤지컬에서 영화 같은 장르의 확장은 공연예술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는 풍성한 선택지를 준다. 



고전 중에 고전인 <햄릿>은 전 세계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연극, 뮤지컬, 영화로 재창작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장진 감독의 <리턴 투 햄릿>에서는 극중극인 햄릿을 마당놀이(마당극)로 번안하기도 했다. 1601년 영국의 햄릿의 수 세기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마당놀이 속 주인공으로 변신을 했다. 셰익스피어는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게다가 햄릿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책을 읽지 않아도 영화를 볼 수도 있고 영화를 보지 않아도 뮤지컬을 즐길 수 있다. 



'햄릿'을 한 번도 책으로 읽지 못한 관객이 '연극'에서 햄릿을 처음 만날 수 있다. 무대의 감동을 이어 책을 사서 밤을 새워 읽었을 수도 있다. 나  역시 읽어 보지 못한 고전이나 알지 못했던 작품을 연극을 통해 처음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것은 오리지널이 아니다. 연출이나 번역의 눈을 통해 재해석된 것이다. 하지만 '햄릿'을 소설로 만나건, 연극 무대에서 만나건 그것이 무엇이라 해도 '햄릿'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연극'은 '책'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연극으로 책을 읽는 경험이 흥미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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