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에게 필요한 '진짜' 문제를 찾는 능력
해당 아티클은 남충식 님의 '기획은 2형식이다'라는 책을 읽고 얻은 인사이트를 배경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혹시 당신은 문제보다 '솔루션'에 집착하고 계시지 않은가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대다수 이 과정에서 문제를 직면하면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굉장히 노력한다. 하지만 쉬운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솔루션을 찾는 과정에서 골머리를 앓는다.
그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주 업무인 PO/PM는 어떨까? 그들도 일반인처럼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솔루션에만 집착할까?
지금까지 다양한 PO/PM과 기획자를 만나보며 느낀 것은 급박한 실무 과정에서 문제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솔루션에만 집착하는 사례를 종종 보았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심하게는 문제를 정의하지 않고 솔루션을 토대로 문제를 멋대로 정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을 대변하듯이 요즘 기획자들에게는 '사색'은 없고 '검색'만 있는 세대라는 이야기도 있다. 즉 우리는 검색을 통해 과정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검색된 정보를 통해 정해진 프로세스에 대입만 하는 경우를 일컬어 이야기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과거를 되돌아보며 본인 또한 문제를 해결하는 PM으로서 문제보다는 솔루션에 집착하여 정해진 프로세스에 본인 분석 결과를 대입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다.
기획자는 업무 범위가 굉장히 넓지만, 가장 핵심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충족하여야 우리는 흔히 '뛰어난' PM/PO/기획자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하는 '뛰어난' 실무자는 정말 본인만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솔루션을 도출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일까? 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본인이 경험한 바로는 뛰어난 제품 관리자와 평범한 제품 관리자를 구분하는 핵심 역량은 문제에 대한 'HOW'보다 'WHY'에 집중한 사람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뛰어난 기획자는 문제에 대해 'HOW'보다 'WHY'에 집중한 사람이라 했다. 그럼 문제에 WHY가 주는 이점은 뭘까? 유명한 사례를 통해 어째서 문제에 'WHY'가 중요한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예시로 본인이 엘리베이터를 만든 기획자라고 해보자. 하지만 본인이 만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고객은 '느리다'라는 문제로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본인은 기획자로서 고객이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솔루션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고객이 주장한 문제를 단순 '현상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솔루션은 어떨까? 정말 간단하다. 개발자를 통해 엘리베이터의 속도를 증가시키면 된다. 어찌 보면 우리는 고객이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리다는 문제를 제기한 순간부터 이미 머릿속에 '엘리베이터 속도 증가'라는 솔루션을 고정관념처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과연 엘리베이터 속도를 올리는 방법이 정답일까? 물론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획자로서 보다 효율적인 솔루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여기서 앞서 설명한 문제에 'HOW'가 아닌 'WHY'를 부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객이 엘리베이터를 느리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하게도 고객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낭비된다는 생각"이라는 원인적인 문제를 포함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엘리베이터가 느리다'라는 현상적인 원인이 아닌, '시간이 낭비된다는 생각'을 원인적인 문제로 규정해 보았다.
그럼 벌써 기획자라면 문제 규정이 다르게 되니 솔루션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된다. 실제 해당 사례에서는 '시간이 낭비된다는 생각'이라는 문제 규정을 통해 '엘리베이터 앞 거울 설치'라는 획기적인 솔루션을 통해 효율적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었다. 앞서 설명한 현상적인 문제를 규정했을 때의 솔루션, '엘리베이터가 느려 = 속도 올려'와는 다르게 '시간이 낭비된다는 생각 = 거울 설치를 통해 기다림 해소'처럼 문제 규정이 달라지니 솔루션 자체가 달라지게 된다. 정말 단편적인 예시지만 기획자로서 솔루션보다 문제 규정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사례다.
우린 기획자다. 고객은 우리 생각처럼 친절하게 문제에 원인부터 솔루션까지 전부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본인이 겪은 '현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앞서 이야기한 '원인적인' 문제를 제대로 규정한다면 그 속에서는 해결책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할은 '현상적인' 문제 속에서 '진짜' 문제를 규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획자로서 '중수'와 '고수'의 격차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앞서 설명한 '엘리베이터 사례'처럼 간단하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획자로서 솔루션에만 집착하지 않고 문제 규정에 많은 리소스를 투자해야 된다.
If I had only 1 hour to save the world, I would spend 55 minutes defining the problem and only 5 minutes finding the solution.
나에게 1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 55분의 시간을 쓰고, 해결책을 찾는 데 나머지 5분을 쓸 것이다.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 또한 현상에 집중하지 않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걸로 유명하다. 아인슈타인도 문제 규정에 90% 이상을 투자하는데 본인이 무슨 능력으로 솔루션에만 시간을 투자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까지 현상적인 문제를 보고 솔루션을 도출하기 위해 '조사'이란 도구를 사용해왔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조사란 유저 리서치, 시장조사, 벤치마킹, 데이터 추출 등을 이야기한다.
기획자에게 있어 'WHY'는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WHY'는 사전에 문제와 관련된 철저한 조사와 백그라운드가 없다면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획자에겐 조사는 늘 필수적이며 선행되어야 하는 요소다.
하지만 많은 기획자가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조사라는 도구에 집착하여 조사가 목적이 되고 사람이 도구가 되는 이른바 '조사를 위한 조사' 현상이 발생한다. 서두에 이야기한 요즘 기획자는 '사색'은 없고 '검색'만 있다는 이야기처럼 우리는 조사란 도구를 문제 규정보다는 이미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솔루션을 증명하기 위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자신이 생각한 가설, 솔루션을 증명해줄 적합한 자료를 찾는 데에만 분석을 한다는 이야기다.(나의 솔루션은 이거야! → 솔루션을 증명할 자료를 검색한다) 물론 자신의 가설이나 솔루션이 정답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과연 기획자로서 이러한 행동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조사란 도구를 이미 정의된 솔루션을 증명할 요소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위 그림처럼 엘리베이터가 느리다는 현상적인 문제 속에서 '시간이 낭비된다는 생각'이라는 원론적인 문제를 찾기까지 다양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사는 단순히 우리가 핵심 문제를 규정하기까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일 뿐이며 조사가 답을 찾아주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조사는 도구이고 도구를 통해 답을 찾는 것은 사람, 즉 우리와 같은 기획자의 통찰력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현상적인 문제 속에서 본질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항상 'WHY?'라는 마인드로 접근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본인도 예전부터 항상 본질에 집중하여 핵심 문제는 무엇일지 알아가는 것에 대해 노력해왔고, 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본인이 관심 있는 프로덕트를 대상으로 가진 본질적인 문제점을 정의했던 적도 있다. (숨고의 문제는 무엇인가?) 늘 그렇듯이 꾸준히 노력하면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해결책은 문제 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솔루션 보다는 문제 규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자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찌 보면 우리의 지난 삶이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획자로서 명확한 문제 규정을 우선시하고 고객이 느낀 문제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프로덕트로 성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급할수록 되돌아가자"라는 이야기는 수많은 성공을 경험한 사람이 이야기해오던 '진리'와 같은 이야기다. 오히려 이런 뻔한 이야기가 식상할 수 있고 실무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급할수록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은 저하되는 게 사실이고, 이는 기획자로서 고객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할 수 없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다른 직무와 다르게 PM/PO는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고객이 느끼는 문제가 무엇 때문인지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급하다는 이유로 현상을 도피할 수 있는 '솔루션'에만 집착하여 성과를 개선하려는 매너리즘에 빠져있지는 않은가?
물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훌륭한 기획자이기에 그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오로지 '성과'에 집중한 나머지 과정 속에서 얻게 되는 이점을 잊어버린 모습을 반성하고 기획자로서 '본질'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작성한 내용이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될 수 있지만 우리는 항상 본질에 집중해야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해당 글은 남충식 님의 '기획은 2형식이다'라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과 본인 의견을 더해 작성되었습니다.
항상 창의적인 크레이티브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기획자입니다
제안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Creative Owner l wogud54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