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함에 대하여

by 샴스 Shams

"좀 비겁해도 되잖아요?"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스스로가 비겁하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광장을 멋지게 채워 승리를 이끈 사람들. 여기저기서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이어가는 이들, 보이진 않아도 빈틈을 채우면서 돌봄을 이어가는 사람들. 매일 자신의 몫을 다하면서 살아가려고 최선을 다 하는 사람들. 그들 앞에서 나는 너무나 비겁한 사람이었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 모르지만.


게다가 그뿐이랴. 쉴 틈 없이 나를 돌보는 나의 짝꿍, 일하면서 가족도 돌보고, 집도 돌보고, 음식도 하는 우리 엄마, 정말로 비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삶인데도 한없이 밝은 마음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 강아지까지.


그들 앞에서 나는 당당할 수가 없다. 나는 이미 너무나도 비겁해서 말이야.


근데 여기서 더 비겁해지라니. 더 물러날 데가 없는 느낌이다. 저기요. 여기서 더 비겁하면요, 애쓰는 것을 멈추면요, 저는 살면 안 되어요. 민폐만 끼치고 있어요.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아마 그분은 나에 대해서 잘 못 알고 있어도 한참을 잘 못 알고 있다. 내가 뭐 대단한 일들로 일상을 채우고 있고, 엄청나게 애쓰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나의 게으르고 이기적이고 취약한 모습 따위는 모르고 있으니까 그렇지 뭐.


무해한 삶은 가능하지도 않고, 내가 바라는 삶은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정말 그런가? 나도 모르게 무결한 삶을 추구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 스스로 '기여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도 시킨적 없는 일들을 찾아서 하면서 사랑받고 싶어한다. 실은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고 싶어. 무해하고 싶어. 실수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 비겁해지고 싶지 않아. 그렇지 못한 내 모습을 볼때마다 마구잡이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또 괴롭히는 것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다. 그러지 말고, 좀 비겁한 자신을 인정하라는 말에 대해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돌아서서는 나는 나의 비겁함을 나열해 보기로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이 비겁함을 낱낱이 전시해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고 말았으니까.


[한없이 비겁한 일상에 대하여]는 내가 일상 속에서 불화하고 마주하는 수 많은 비겁함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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