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을 앞둔 백로

백로가 되어 쓰는 글

by 샴스 Shams



나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산들바람이 불어보고, 나무에 연두색 잎이 돋아나는 계절이었다. 굽이치는 강물 옆에 있는 큰 나무는 엄마의 엄마가, 아빠의 아빠부터 살았던 나무라고 했다. 이 나무는 어찌나 크고 오래되었는지, 왜가리, 황로, 해오라기 가족들까지 엄청 많이 같이 살아도, 끄떡도 없었다.

내가 청록색으로 반짝이는 작은 알을 깨고 나왔을 때, 엄마를 만나지 못했다. 엄마는 나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서 죽었다고 했다. 아빠는 홀로 나를 정성스레 품었다. 나에게는 다른 엄마들이 많았다. 형제자매들을 돌보느라 바쁜 아빠를 대신해서 왜가리 삼촌들과 해오라기 할머니는 나에게 날갯짓과 먹이를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가 사는 나무가 잘려 나간 날, 우리는 그저 먼 발치를 헤매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무서웠고, 막막했다. 시끄럽고 커다란 기계들이, 그리고 인간들이 오갔다. 낮과 밤 할 것 없이. 급하게 옮긴 집은 위태로웠다. 해오라기 할머니는 이곳은 안전하지 않으니 가능한 한 멀리 가라고 했다. 할머니는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서 나와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다른 백로 친구들과 형제자매들은 각자 살 곳을 찾아 떠났다. 그런데 나는 도통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다. 누구는 먼 곳에 있는 쌀이 자라는 논이라는 곳에 자리 잡았다고 했다. 가끔 커다랗고 큰소리가 나는 자동차란 녀석만 피하면 된다고 했다. 누구는 개천 주변에 자리 잡았다고 했다. 온통 이상한 회색 돌로 둘려 발 닿은 느낌이 이상했지만, 먹을 걸 구하는 게 쉬운 편이라고 했다. 엄마의 엄마, 아빠의 아빠가 살았던 이곳을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할머니는 내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는데, 이곳이 내게 전부나 마찬가지인데 도대체 어디로 가서 산단 말인가?



아빠가 나에게 늘 하던 말이 있다. “너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정말로 그럴까? 나는 살 곳을 찾아 헤매며 아빠의 말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종종 힘이 났고, 종종 더 막막해졌다.



살 곳을 옮기고 또 옮기다가 내가 살던 나무가 세 번째로 잘려 나갔을 때, 나는 사랑하는 것을 포기했다. 나는 엄마 아빠처럼 사랑을 하고 알을 낳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간신히 작고 반짝이는 청록색 알을 낳는다고 해도, 나도 엄마처럼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자랐으니까. 그렇지만 이제 마을은 없었다. 모두가 살 곳을 찾아 떠나고 이곳에 남은 건 몇몇 오리 가족과 우리들뿐이었으니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하늘을 가르는 일이다. 힘차게 날개를 젓다가 바람이 내 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면, 가만히 날개를 뻗기만 해도 됐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작아졌다. 강이 지렁이만 해지고, 숲이 돌멩이만 해질 때까지 높이, 그리고 멀리 갈 수 있었다. 내 위로 구름밖에 없는 순간.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었다.



몇 년 전에 낚싯줄이라는 것에 걸려서 오른쪽 날개가 조금 찢어졌을 때, 나는 이제 살 곳은 찾아 헤매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여전히 날 수는 있었지만, 이제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나도 할머니처럼 그냥 이곳에서 생을 마치고 싶었다. 엄마의 엄마부터 아빠의 아빠부터 살고 죽었던 이곳에서.




난 죽음을 앞둔 백로
하루를 살아가지

자, 구름을 닮은 나의 아름다운 깃털을 봐 튼튼하고 길쭉한 나의 다리를 봐
이 긴 목으로 무엇이든 사냥 할 수 있어!

난 내가 어떤 모습든 나를 사랑해
나는 내 존재로
그저 하루를 살아가지

제작년에 낚시줄에 걸려 날개가 조금 찢어졌지만,
여전히 인간을 포함해 여기 있는 그 어떤 동물들보다 멀리 날아갈수 있지
아프고 다쳐도
그저 하루를 살아가지

난 곧 세상을 떠나지만 죽어도 죽은게 아냐
난 알을 낳진 않았지만 모두를 자식처럼 키웠어
같은 나무에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지혜를 나누고
내가 싼 똥으로 숲에 나무와 풀이 자라고
강물 속 물살이들은 균형을 찾아가고
인간들은 나를 보며 꿈을 꾸지

슬프고 막막해도 나는
그저 하루를 살아가지

내가 죽는 날 모두 축하해줬으면 좋겠어
마지막까지 고요하고 나답게
하루를 살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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