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코로나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했을 때, 그간 열과 성을 다해서 지켜오던 '양약'없이 감기 몸살 버티기의 원칙이 깨졌다. 견디기 힘든 온몸 근육통, 고열에 타이레놀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었다. 그때 나는 약발이 듣는다는 느낌과 약발이 다했다는 느낌을 동시에 깨닫게 되었다. 아픈 몸에 생체시계는 기가 막히게 돌아갔다. 아파서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다가도 복용 30분쯤 지나면 잠이 들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더 우스운 건 8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다되어 몸이 아파 잠에서 깬다는 것이다. 다시 약을 먹고 30분을 견디고 눕는다. 약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다 보니 약이 좋아졌다. 약 먹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즐거워진다. 그걸 일주일 즘 하고 나니 괜찮아지더군.
그 이후로도 여러 가지 바이러스 및 세균 감염, 수술, 나와 주변인들의 몸과 마음의 병들을 겪고 나는 양약 거부자에서 신봉자로 탈바꿈했다. 어떤 증상에 어떤 약을 먹어야 할지, 각종 약들의 기전과 부작용에 점점 통달하고 있다. 타이레놀 ER 서방정은 상비약을 넘어서 외출 필수품이 되어가는 중이다. 오늘도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약발이 다한 내 몸을 통해 알아챈다. 이제 약 먹을 시간! (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