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에 길을 따라서 조금 오르면 보이는 풍경이 있다. 낮에 가면 산과, 물과 도로와 건물들이 어우러져 있고, 밤에 가면 반짝이는 빛들 위로 까만 하늘에 달이 걸려있다. 나는 그 풍경을 보며 앉아 있거나 담배를 태우는 것을 좋아한다.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높은 곳들을 찾아다니는 편이다. 도시에 있으면 건물 옥상으로 오르고, 언덕을 오르고, 산을 오른다.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은 주로 어떤 해소 감과 끔찍함이다.
나무나 풀, 바다나 땅으로만 채워진 곳을 가게 될 일은 많지 않다. 주로 숲과 나무, 강물과 함께 멈추지 않는 도시의 모습이 채워져 있다. 때로는 그것이 대부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땅을 가로지르는 도로 위에는 빠르게 내달리는 자동차가 수십 대, 수백 대가 올려져 있다. 끔찍한 마음이 들 때는 이 풍경이 인간의 욕심으로 가득 차 있고, 더 채워지기를 바라는 자가 증식하는 괴생명체인 것만 같다. 해소 감이 들 때는 마음 한편으로는 높은 곳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도시의 시스템에 일종의 안도감과 경외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나와의 거리감에서 느껴지는 안전함과 일종의 분리 감을 겪는다.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살해당했는가.
그리고 나는 이 풍경을 보며 그 살해를 즐기고 있는가
그런 걸 생각하면 더 이상 내가 서있는 곳에 서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견뎌야 한다. 그 모든 고통과 번뇌들은 담뱃재가 타들어 가는 시간 동안만이 허락될 뿐이고, 나는 곧 모두 잊은 채 그 풍경의 일부로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높은 곳으로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