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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Cactus Jun 21. 2024

13화 루저 로난

화요일은 피자 먹는 날



철창을 사이로 로난이 반갑게 손을 흔든다.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번호가 매겨진 제임스가 의자에 앉는다.

표정이 좋지 않은 제임스가 앉자 로난이 수화기를 가리킨다.

마지못해 수화기를  든다.

‘잘 지내지? 돈이랑 성경책 좀 샀어.  다음 주쯤에 받을 수 있을 거야 ‘

밝은 로난과 달리  제임스는 수화기를 들고 그저 노려본다.

‘저번에 말했지. 나이 많은 전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랑 유럽여행 갔다고

그래서 헤어지고 이번에 진짜 좋은 사람 만났거든.

아이가 먼저 생겼는데 볼래? 우리 곧 결혼식 올릴 거야.‘

로난은 지갑 속에서 사진을 꺼내 가림막에 바싹 붙인다.

‘헛소리하지 마 바람은 네가 핀 거겠지’

’무슨 소리야?’

‘왜 자꾸 나를 찾아오는 거야?’

‘그야 네가 내 친구니깐 친구는 비슷한 사람끼리 친구 하는 거 아닌가?’

흥분한 제임스가 가림판을 주먹으로 치며 위협했지만 곧 저지되었다

‘다음 달에 보자’

로난은 웃으며 면회장을 빠져나왔다.




로난은 어릴 때부터 친구가 없었다.

공립학교에는 많은 인종이 있었지만 일본인과 피가 섞인 로난의 친구가 되고 싶은 아이는 없었다.

아이들에게 일본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초밥이나 닌자 외엔 마땅한 정보가 없었다.

남자들 사이에서 키도 작고 고도비만인  로난은 따돌림의 대상이었다.

남자애들은 하이파이브하는척하며 수시로 머리를 가격했다.

수업시간엔 머리에 침을 뱉거나 의자를 세게 흔들었다. 수위가 높아지며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갈 수 없었다.

누군가 그를 보면 변기에 머리를 처박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폭행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주로 무시했다.

무차별한 따돌림은 수지가 전학 오며 잦아들었다. 큰 키와 화려한 미소로 치어리더를 하며 공부도 잘했다.  

거기다 생일파티에 전교생을 초대할 정도로 학교에서 인기도 많았다.  

수지가 로난과 같은 아시아인의 피가 섞였다는 것에 아이들은 충격에 빠졌다.

사사로이 로난을 괴롭히던 아이들은 수지의 지적에 따돌림은 줄어들었다.

절반이지만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뒤를 봐준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하지만 월터의 아들 제임스는 더욱더 로난을 괴롭혔다.

트레일러 파크에서 자란 월터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중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파트타임을 전전하다 졸업장이 필요해지자 위험한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몸이 성했을 때는 나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아이를 낳았지만 그 둘은 금방 헤어졌다. 월터는 아이를 버리고 간 그녀를 원망할 시간조차 없었다. 일을 하던 중 부상으로 몸져누울 때가 많았지만 아들 제임스에겐 말을 아꼈다. 제임스는 문제가 있는 아이였지만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

‘아버님 제임스문제로 학교에 좀 오셔야겠습니다.‘ 도착한 교장실엔 만신창이가 된 로난이 있었다.

부모가 없는 로난 뒤엔 웬일로 나이 지긋한 아시아 여인이 서있었다.

’ 반갑습니다. 저희 목사님 일을 봐드리고 있는 집사입니다. ‘ 비싸 보이는 옷과 가방 거기다 목에 진주목걸이가 풍성하다.

‘로난이 따돌림을 받는데 주동자가 제임스 같습니다.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연락 들렸습니다.’

집사님의 말이 끝나자 교장선생이 입을 열었다.

‘저희 학교에서 따돌림이라니 어울리지 않죠 다양한 인종과 융합된 사회성을 가르치는 것에 열의를 다하고 있습니다.‘

한창 이야기가 오간다.

’ 정학은 심합니다. 아이수업도 따라가야 하고요.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문 30장 어떠신가요?‘ 교장이 설루션을 제시했다.

집사님은 내키지 않은 눈치였고 월터는 재빨리 사과를 한다.

’ 아들을 잘못 키워서 죄송합니다 이번에만 봐주시면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겁니다.‘

 ‘단, 조건이 있어요’.  


주말아침 월터는 집 근처의 교회로 향한다.  때마침 모인 사람들이 예배시작을 알리며 따뜻한 믹스커피와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었다. 월터를 발견한 Mr.Lee가 두 손을 꼭 맞잡았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Mr.Lee는 수지의 아버지였다.

월터는 정학을 막기 위해 집사와의 약속대로 교회를 방문했고 Mr.Lee는 친근하고 온화했다.   

‘반갑습니다. 목사 Mr.Lee입니다.’

‘이젠 하원의원 되실 분이죠’ 옆에 집사님이 끼어들었다.  아이의 나이를 묻고 학교이름을 물었다.

’아 소식은 들었습니다. 조금만 신경 써주시면 저도 월터 씨에게 도움이 되겠습니다 ‘

마침 교회재건 사업을 시작하는데 일꾼이 필요하단 희소식이었다.

월터는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일자리를  약속받는다.  Mr.Lee는 자상한 미소로 책을 건넸다. 

두 손에 쥐어진 것은 성경책이었다.

집에 도착한 월터는 침대에 누워있는 제임스에게 말했다.

‘한 번만 더 문제 일으키면 너 혼자 살 테니 그렇게 알아라! 이거 보면서 공부해!’

괜히 불똥이 튀었다고 생각한 제임스는 화가 나서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반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로난에게 사과를 하고 매일 반성문을 작성하고 있다.

분명 다른 아이들도 똑같이 괴롭혔는데 자신만 벌 받은 것이 억울했다.

쉬는 시간마다 두 눈에 불을 켜고 로난을 찾아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약삭빠른 로난은 교사사무실 앞에 앉아있거나 수지 근처에 앉아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수지는 목사아버지뿐 아니라 한인회 회장의 손녀라고 한다.

거기다 엄마는 똑똑하고 돈 잘 버는 피부과의사라고 한다.  

수지는 공립학교에 다닐 이유가 없는 금수저였다.

제임스는 생각했다.

‘모든 건 수지 때문이야’



정문 뒤에 숨어있던 제임스 또래보다 두 배는 넘고 100kg은 거뜬히 넘었다.

지나가는 로난의 가방을 휘어잡는다. 방심하던 로난을 놀라서 소리도 못 질렀다.

‘따라와’ 고개를 숙이고 제임스를 따라가서 교회 공사장에 도착한다.

인부들이 떠난 공사장엔 위험한 도구들이 널브러져 있다. 공포에 떠는 로난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임스는 아무렇게 있는 벽돌을 집어든다.

‘너 조심해야 할 거야’ 벽돌을 손에 쥐고 떨고 있는 로난을 발로 차기 시작한다.

반항할 수 없는 로난은 재빨리 자세를 낮추고 머리를 감쌌다.

한참을 발길질을 하고 벽돌을 들었다.

‘제발’ 애원하는 소리에 제임스가 만족하며 몸을 일으킨다.

‘네가 해줄 일이 있어’ 겨우 고개를 든 로난이 제임스를 바라본다.

’내일 여기로 불러와 그러면 오늘은 집에 보내주지 ‘

공포의 떠는 로난은 벽돌 한번, 제임스를 한번 쳐다본다.

침을 꼴깍 삼킨다.

‘아니면 지금 머리를 박살 내줄까?’  

‘아니야! 내일 데려올게 방과 후에‘

‘단둘이 와야 한다. 내가 너네 집 아니깐 알아서 해 ‘

로난의 멱살을 잡고 흔들다 확 밀어낸다.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로난은 넋이 나가 제임스가 자리를 뜨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다음날

‘수지야 고마워’ 로난이 수지를 보며 작게 속삭인다.

치어리더옷을 미처 갈아입지 못한 수지가 로난과 공사장으로 향한다.

‘아무도 없는데’ 로난을 바라보던 수지의 뒤로 제임스가 나타난다. 

앞서나가던 수지를 벽돌을 손에 쥐고 내려친다. 쓰러진 수지의 뺨을 따라 피가 한줄기 흘러내린다.

‘네가 뭐라고 감히’ 여러 차례 벽돌을 내리친 수지는 정신을 잃었고 로난은 무서워서 눈을 꼭 감고 있는다.

캄캄한 시야에 갑자기 조용해진다.

‘넌 이제 가봐, 빨리 안 가?‘ 

피 묻은 벽돌은 든 제임스의 말에 뒷걸음친다.

정신없이 뛰어갔다.

로난은 집에 도착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친척집에 얹혀사는 그는 자기 방이 없었다.

거실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사촌 메이슨이 집에 들어왔다.

로난은 전화기를 들었다.

피자를 시켰다.

매주 화요일마다 20% 할인을 해서 화요일엔 꼭 시켜 먹는다.

메이슨과 피자를 나눠 먹고 잠이 든다.

다음날아침 등교를 하자 학교분위기가 스산하다.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아이들이 있었고 모두가 수군댔다.

수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장실에서 로난을 불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네가 수지를 부른 게 사실이니?’

‘뭐를요?’ 로난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교장선생님을 바라봤다.

엉망이 된 얼굴의 수진어머니와 아버지가 로난을 향해 울부짖었다.

’ 제발 사실대로 말해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로난은 끝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제임스는 벽돌로 수진을 폭행한 후 기절한 수지를 겁탈했다.

이에 성이 안 찼는지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순식간에 팔로워수가 늘어났고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되었다.  

스크리밍을 지켜보던 팔로워의 신고로 제임스는 체포됐다.  

체포장면도 실시간으로 스크리밍 되며 제임스는 제일 멍청한 강간범이 되었다.

구출된 수지는 의식이 없었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  

전치 6주 진단이 내려졌다. 마을 전체의 사람들이 병원을 찾아왔다.

하지만 로난은 병원 가기를 거부했다.

수지가족은 그의 죄를 묻지 않기로 하고 제임스 재판에 집중했다.

제임스는 살인미수혐의로 200년형을 받았다. 판결은 살인범보다 무겁게 측정되었다.

이에 부당함을 느낀 제임스의 아버지 월터는 항소를 준비하였다.

긴 법정싸움이 계속되었다.

몇 년 후 월터는 저수지에서 두개골이 부서진 채 발견되었다.

로난은 같은 해 종적을 감췄다.

수지는 회복 후 소셜미디어로 피해를 입은 사람을 돕는 모임을 만들었다.

10대임에도 성범죄와 생명의 중요성을 기반한 모임은 정식 협회로 등록되었다.

수지가 하버드대를 다니며  학부학생 및 교수들의 기부금으로 직업교육과 실생활쿠폰을 지원하였다.

현재는 미국에서 가장 큰 기부금을 걷어들이는 민간사회복지협회로 자리 잡았다.

수지는 약자들을 위한 사회지킴이 아이콘으로 국회의원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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