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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Cactus Jun 28. 2024

14화 첫 만남

두 권의 무게



’ 저기..‘

어깨로 늘어지는 가방끈을 올리며 안내데스크로 다가간다.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붉은 체크무늬 난방의 남자를 바라본다.

’ 하버드에서 오셨나요?’

검은 뿔 떼안경을 고쳐 쓰는 로난이 고개를 끄덕인다.

’ 학부생이시면 11시에 옆건물의 303호로 가시면 됩니다.’

발길을 옮기는 남자를 불러 세운다.

긴장한 눈빛의 남자가 안내데스크로 쭈뼛쭈뼛 다시 돌아온다.

’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로..‘

’네?

‘로난이요 ‘

’ 이름을 차트에 적고 가주세요. 이메일도 적어주시면 추첨을 통해 상품권도 드린답니다.’

안나가 웃으며 방문자 차트를 내민다.

로난은 방문자차트에 이름만을 쓰고 사라진다.

안나가 커피를 쪽 마신다.


‘오늘은 무슨 팀이지?‘

게리가 유니폼의 이름표를 만지작거리며 묻는다.

’ 오늘은 하버드 학생들 논문자료를 위한 코스야’

커피 내려놓으며 게리를 게슴츠레 바라본다.


게리는 눈알을 돌리며 한숨을 푹 쉰다.

준비를 마친 여자가 들어오자 불러 세운다.

‘오늘 오래 걸릴 수도 있어. 옷 단단히 입어‘

핀잔을 들은 게리가 옷을 챙겨 입는다.


긴 총을 어깨에 들쳐 매고 문을 나선다.

굉장에는 인도, 중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필리핀인등 다양했다.

하나같이 무거워 보이는 백팩에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뿔테안경을 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코스를 같이하게 될 관리자입니다.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므로 향수, 육포, 치즈, 오래된 옷 모두 금지입니다.

규정상 저를 제외한 개인의 총기소지는 금지입니다.‘

여자가 자신의 총을 들어 올린다.


‘일정은 반나절정도로 예상되는데 필요한 충전기나 와이파이는 버스 안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지금 들어오는 차를 타시는데 그전에 가방검사를 간단하게 하겠습니다.‘

게리가 버스문을 열고 내려 맨 앞사람의 가방을 체크한다.

금지물건을 발견한 게리는 준비한 봉투에 담았다.

봉투가 부족하자 게리가 급히 센터로 돌아간다.


여자가 다음 사람의 가방을 연다.

‘이건..’

로난이 난감한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본다.

두 권의 성경책과 청바지와 티셔츠 속옷이 있었다.

’이게 있어야 마음이 놓여서요..’

할 말을 잃은 여자는 가방 안에 물건을 넣고 건네준다.


여자를 마지막으로 버스가 출발한다.

‘앞으로 40분 정도 달리면 알래스카 자연 대공원 입구에 도착합니다.

그전까지 휴식을 취하세요.‘


맨 앞에 자리 잡은 여자옆으로 로난이 다가온다.

‘제가 맨 앞창가에 앉아도 될까요? 멀미가 좀 나서 ‘

‘그럼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어색한 적막이 흐르고 로난이 말을 건다.

‘감사합니다. 관리자님은 이일을 오래 하셨나요?‘

‘아니요 ‘


짧게 대답한 여자가 어두운 얼굴로 바닥을 바라본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며칠 전 제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죄송합니다. 불편하시면…’

슬픈 눈으로 여자를 주시하다 창밖을 바라본다.


’ 아니에요. 저희 아버지랑 일요일마다 갔는데

성경책은 꼭 제 것도 들어주셨어요. 무겁다면서

말을 잇지 못하던 남자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잘 가요 ‘

안나가 여자를 향해 손을 힘차게 흔든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문을 나선다.

밤하늘의  올려다보니 보름달이 떠있다.

어두워지는 알래스카의 공기가 차갑다.

등뒤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놀란 여자가 확 돌아본다.

가방을 멘 로난이다.

‘안녕하세요. 그냥 가려다가 드릴 게 있어서요 ‘

경계하는 여자 앞에 성경책을 내민다.


센터 앞 벤치에 자리를 잡는다.

로난은 자신 앞에 하나, 여자 앞에 하나 놓는다.

‘기도할까요?

눈물 머금은 여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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