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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Cactus Jun 08. 2024

11화 프로포즈

오! 나의 기사님

‘우리 그만 만나자’


놀란 이반이 그대로 굳어버린다. 

반지를 집어넣고 천천히 일어났지만 여자의 시선은 카이의 차에 꽂혀있다. 

‘‘왜 헤어져야 하는 거야?’ 

여자는 차갑게 이반을 바라본다. 

‘내가 프러포즈를 했다고 화를 내다니 나는 이해할 수 없어. 

시간이 필요하면 내가 더 기다릴게. 이렇게 하는 건 공평하지 않아’


‘너도 결국 똑같구나’

이반의 손을 내친 여자는 에디의 차를 발견하고 뛰어간다. 





안나가 긴 금발을 귀뒤로 넘긴다. ‘안녕’  평소와 다르게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는 여자.

사무실로 따라 들어간다. 가재눈을 하고 안나를 내쫓으려 했지만 통하지 않는다. 

‘프러포즈는 어떻게 할 거야?’  벌써 여기까지 소문이 났구나.

에디가 사무실문에 노크를 한다. ‘아침 회의합시다.’ 

에디의 구출로 한숨 돌렸지만 소용없었다.

퇴근 후 주차장에 안 나와 곱슬머리 게리가 지키고 있다. 

순순히 그들을 차에 태우고 바에 도착한다.


셋은 종종 ‘Deer Bar’에 모인다.  

둘이 빨리 취하길 기원하며 데낄라 샷을 두당 두 잔씩 시킨다.

‘일단 마시면 말해줄게’ 

안 나와 게리는 재빨리 잔을 들이켠다. 

연거푸 두 잔을 삼켰더니 기침이 난다.

숨을 고르기 힘든 안나를 대신해 게리가 묻는다.

‘어떻게 된 거야?’

큰 눈을 굴리며 대답을 기다린다.

‘그 사람이랑 결혼 안 해’

‘왜?’

‘장례식에서 프러포즈하는 놈이 정상이라고 생각해?’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니 남자들이 다 왜 그 모양이야’

안나가 맥주를 주문한다.


‘말이 나와 말인데 전 남자 친구 결혼했던 여자 소피아 말이야.’ 

게리가 말을 꺼낸다.

‘알지, 그 작고 마른 여자애가 출산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 

사진을 기억하는 여자가 대답한다.

‘둘이 이혼할 수도 있다는데’

‘이제 막 애 낳은 거 아니야?’

안나가 묻는다.

‘여자 쪽에 가족생활비를 안 주고 이제 출산한 사람을 못살게 굴었나 봐'

‘지만 생각하는 건 여전한 사이코군'

여자가 말할 새도 없이 안나가 화를 낸다.

‘가장 큰 문제는……태어난 아기가 그놈 애가 아니래’


‘뭐?’

여자가 소리를 지른다.


‘아빠는 알 수가 없다네.’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그놈 사촌엄마가 우리 누나네 병원에 다니잖아, 

유전자검사부터 성병검사까지 아주 현란했다네'

‘성병?’

‘그놈 때문에 소피아도 성병 걸려서 치료받으면서 이혼소송준비한데 

물론 모든 비용은 그놈이 내야 할 거래 '


‘자기 애가 아닌데 왜 소송을 하지?’

‘소피아가 직장에서 바람피우는 것 몇 번이나 잡아냈데 그래서 혼전계약서를 쓴 거지'

‘같이 산지 몇 년 안 되지 않았어?’

‘그렇지 몇 년 안 됐지. 진짜 이상한 놈인 거야'

여자를 가만히 쳐다보던 게리가 어깨동무를 한다.

‘네가 이상한 게 아니라 그놈이 이상한 거였어’

씁쓸한 표정의 여자는 단숨에 술잔을 비운다.



밤이 깊어지면서 Bar 밖으로 나와서 담배에 불을 붙인다.

빨갛게 피어오른 불을 담배 끝에 지긋이 담는다.

깊게 들이마시다 크게 내뱉는다. 


‘끊기로 한 거 아니야?’

어둠 속에서 전 남자 친구인 로난이 나타난다.

볼품없는 모습은 볼수록 흉측했다.

‘여긴 웬일이야?’

‘여기도 내 동네야 못 올 곳온건 아니지, 너랑 해야 할 말도 있고’

‘나랑?’

‘여자몸에 담배가 얼마나 안 좋은 게 그걸 피우냐'

‘너는 몸에 좋아서 성병 걸렸니?’

대답이 없는 로난은 여자를 노려본다.

‘너랑 할 말 없으니까  눈에 띄지 마’

담배꽁초를 버리고 등을 돌리자 조난이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른다.

쓰러진 여자의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취기가 돌던 여자는 머리가 빙 돈다.


‘숨이 안 쉬어진다. 영화에서는 나를 지켜주는 기사가 나타나서 

이놈의 목을 베어 버릴 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구나.’


남자의 목젖을 주먹으로 올려친다. 

악소리를 주르며 주춤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부츠의 칼까지 손이 닿지 않는다.

목에서 십자가 목걸이를 끊어서 그의 허벅지와 허리춤을 내리찍는다.

처음 몇 번은 눈치채지 못한다.

이내 소리를 지르며 두 손으로 여자의 오른손을 붙잡는다.

그의 핏기가 신 눈이 여자를 향하기 전 왼손으로 그의 목젖아래 가슴을 있는 힘껏 올려친다.

숨을 들이쉬며 남자는 힘을 잃는다.

남자를 밀어내고 일어난 여자는 총을 꺼낸다.

‘계속할까?’

노려보던 남자는 상처를 감싸고 돌아선다.

여자는 남자가 점으로 사라질 때까지 총을 내려놓지 않는다.


Bar로 돌아온 여자의 몰골에 바텐더가 묻는다.

‘무슨 일이야?’ 

여자는 손에 쥐고 있던 피 묻은 십자가를 내려놓는다.

‘나의 기사님에게 데낄라 한잔’

술을 따라주자 여자는 데낄라를 원샷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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