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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Cactus May 17. 2024

9화 에디와 알래스카 올림픽

Bear Attack

인디언으로 사회 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급자족하고 전통을 지키고 살아가고 싶던 부류도 시간이 지나자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자본주의로 물들어가는 세상 속에서 건강한 신체나 사냥솜씨로 이력서로 쓸 수 없었다. 청소나 건설등 강도 높은 일을 밤낮없이 해야 했다. 일자리릴레이는 세대를 지나 계속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친 몸을 편하게 자게 해 줄 마리화나,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은 진통제로 하루를 삼키며 일을 한다. 저렴한 약이 효과까지 좋으니 너나 할 것 없이 먹으며 일을 한다. 양놈들 약이 어찌나 좋은지 배고프지도 않고 근육통 때문에 잠을 설치지도 않는다. 특히 일정이 빠듯한 일엔 태블릿 2개를 먹는데 마치 천하장사가 된 것처럼 12시간 이상 일을 해도 거뜬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다. 천하장사 진통제는 마약이었다.

눈치챘을 때는 이미 대다수가 중독된 상태였다. 심각한 사람은 마약 없이는 일어서 걷기도 힘들었다. 일하며 약을 먹고 약을 먹고 일을 했다. 돈이 부족해 약을 못하는 날에는 이웃의 물건을 훔쳐서 판다. 그렇게 산 마약을 입에 털어놓고 또 하루를 버틴다. 같이 잘살기 위해 서로 돕고 아끼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이웃끼리 자유롭게 왕래하던 문화는 잦은 절도로 이웃을 더 경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옛날 양귀비처럼, 작은 씨앗은 개인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마을로 긴 역사의 뿌리가 송두리째 뒤흔들 만큼 강렬했다. 불행한 현실에 다음세대에 전력을 다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자신들은 못했지만 열심히 일해서 자식을 좋은 학교를 보내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에디는 마을에서도 손꼽히는 자랑거리였다.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인디언의 특기도 잘 살렸기 때문이다.  젖을 땐 지 얼마 되지 않아 말위에 올려놓자 말의 갈퀴를 꼭 쥐고 말을 타려는 폼을 잡았다.  말을 하기도 전에 말을 타기 시작했다. 말에서 누워서 잠을 정도로 능숙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인디언의 두 번째 전통인 매사냥 또한 잘했다. 인디언의 아이들도 겁내는 독수리훈련을 잘했다. 제 몸뚱이만 한 새가 날아오는 데 절대 눈을 감거나 몸을 피하지 않았다. 자기 몸집만 한 독수리를 항상 어깨에 메고 사냥을 했다. 학교에 입학할 때 어깨에 독수리를 메고 등교를 해서 학교관계자들은 에디를 무서워했다. 하지만 에디의 취미를 오래가지 않았다. 매사냥을 주로 하는 독수리는 매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며 사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사냥을 안 하더라도 사람들이 겁을 내서 어디를 같이 다닐 수 없었다. 더 이상 집에서 키울 수 없게 된 독수리를 자연으로 방사했다. 입학을 하며 도시로 이사 온 에디의 부모님은 오버타임을 하며 더욱더 일에 매진했다. 하지만 그들의 임금으로는 보모를 둘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하루에 아이를 일정시 간이상 혼자 두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마침 태풍으로 집을 잃은 할아버지와 연락이 닿았고 그들은 같이 살게 된다. 할아버지의 취미는 정통약초였다. 전통의 끝자락인 할아버지와 다르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라고 길러진 에디의 부모는 전통약초를 무시했다. 부모와 달리 에디는 전통약초를 좋아했다. 어쩌다 한 번씩 알려주는 약초에의 특징과 효능을 잘 기억했다. 한 번 말한 것을 종이 적어 보관하는 에디를 보고 할아버지는 밖으로 나가 약초를 찾기 시작했다. 무료하게 집에서 티브이를 보며 시간을 보내던 할아버지는 삶의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에디가 물어보니 ‘우리 약초’라는 책을 쓰기 시작했다. 큰 직사각형을 그리고 안에 모양새를 그린다. 그 밑엔 맛과 효능을 적었다. 한 장 한 장 채워져 가며 에디는 많은 약초에 대해 알게 된다. 새벽부터 호텔 청소를 하는 엄마는 항상 근육통과 두통에 시달렸다. 약국의 진통제는 길어야 한두 시간 효과가 있었다.  보험 없이 의사를 만나기엔 비용이 부담됐다. 내가 무슨 병원이냐며 더욱더 일만 했다. 몸이 아프니 항상 화를 냈다. 하루는 에디가 화내는 엄마에게 약초를 내밀었다. 엄마는 손사례를 쳤다.

‘누가요새 이런 풀을 먹니 진통제 먹으면 다 나아’

‘나은 적 없잖아. 나 믿고 먹어봐’

엄마는 못 이기는 척 약초를 먹는다. 쌉쌀하고 상쾌한 민트향이 나면서 텁텁했던 입이 시원해졌다. 하루가 지나자 두통이 잦아들었다. 다음날도 약초를 씹어먹었다. 일주일 후 엄마의 두통과 근육통은 사라졌다.

엄마의 권유로 호텔직원들도 에디를 찾아왔고 소정의 음식이나 물건을 답례로 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답례는 음식에서 돈으로 변했다. 의사의 처방약을 받기 힘든 사람들이었기에 팁으로 받은 현금을 내놓고 약초를 받아갔다. 약초가 안 맞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공립학교를 다니는 에디는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아는 것이 많아 괴롭힘을 당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친구 중엔 인디언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했다. 선생님들에게 말해 봤지만 처벌방에 몇 시간만 있으면 풀려나서 또 괴롭혔다.  선생님들은 문제가 커지기만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에디는 친구들은 물론 이웃도 도울 수 있는 경찰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할아버지의 ‘우리 약초’ 책을 기반으로 약초를 판매하며 학비를 벌어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경찰대학을 졸업할 때쯤 책은 완성되었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인디언의 자부심을 잊지 말라는 유언에 따라 인디언행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경찰이 된 지 40년 그의 은퇴는 한층 다가왔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알래스카 올림픽에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걱정이 됐다.

알래스카올림픽에는 에스키모인과 인디언들이 참여한다.

올림픽의 막이 올라가고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입장한다. 

해맑게 웃는 젊은 참가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좌석을 채웠다.

알래스카 경기종목은 레슬링, 밧줄 올라가기, 전통춤등이다.

화려한 전통의상으로 치장한 인디언추장이 개막연설문을 읽는다.

'제가 대표가 되어 영광이고, 바쁜 일상 중에서도 훈련을 해준 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오늘은...'

보안요원 셔츠에 한 손에 총을 든 여자가 에디에게 인사를 한다.

‘올림픽 너무 재밌어요.

‘도와줘서 고마워 믿을 만한 사람이 자네뿐이라 총도 우리 중에 가장 잘 쏘잖아?‘

‘왜 이렇게 칭찬해 주세요. 오후까지 있어야 하나요?’

‘들켰네, 이런  8시까지만 하고 가면 돼’

‘그렇게 나오신다면 다음 주에 타코 쏘세요!’

‘당연하지 제일 비싼 걸로 쏘지’

‘안녕하세요’

이반이 에디에게 인사를 한다. 큰 키에 듬직하기까지 에디는 남자가 마음에 든다.

평소답지 않게 너털웃음으로 흘러나온다.

‘반가워요. 8시 이후에는 자네에게 돌려드릴게’

‘하하 네, 올림픽 너무 재밌네요. 덕분에 좋은 구경 합니다.’

’이 올림픽이 2년마다 개최되는데 곧 사라질 수도 있거든. ‘

‘네?’

‘아이들이 도시에 나가서 일하고 살겠다고 해서 말이야 참가자가 매번 줄어들어서 올해도 개최 못할뻔했지’

‘이렇게 좋은 올림픽을 못 볼 수도 있다니 안타깝네요.’

‘사람들이 보러 오면 활기도 찾고 좋을 텐데 말이야’

‘그럼 제가 유튜브에 올려볼게요’

남자의 말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에디가 사라진다.



‘고마워, 차 한잔 마실래?’

남자가 시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시동을 끄고 여자와 함께 집으로 들어간 남자는 쭈뼛쭈뼛 눈치를 본다.

데이트하자고 한참을 기다린 그가 안쓰러워 한말인데 오해한 것 같다. 그래도 상관없다. 

여자는 남자와 침실로 향한다.

남자는 완전히 곯아떨어졌고 여자는 물을 마시러 거실로 간다.

물을 따르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창가 쪽으로 다가가니 여우의 어미가 보인다.

움직임이 이상해 한참 보고 서있다가 창고로가 총을 꺼내 달려간다.

망원조준경으로 보자 상황이 보인다.

비쩍 말랐지만 그리즐리가 확실하다.

그리즐리가 여우의 새끼 중 하나를 입에 물고 있다.

어미는 곰에게 달려들지만 속수무책이다.

늦었다.  

꿈틀대던 몸이 축 늘어지며 새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맞출 수 있을까?

장전된 총을 확인하고 정확히 쏜다.

파괴음과 함께 곰이 고개를 휘젓는다.

3번의 헤드샷을 맞고 곰은 입안의 새끼를 뱉어놓고 도망간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새끼를 보며 우는 소리가 주방까지 들린다.

총을 내려놓고 거실로 돌아온다.

따라둔 물을 마저 마시고 돌아본다.

다시 나가 총을 집어 들고 돌아서다 다시 조준경을 본다.

여우가 없다.

총을 내려놓자 가깝게 다가온 여우가 보인다.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가깝다.

새끼를 입에 물고 멈춰서 여자를 가만히 쳐다본다.

뒤에 새끼들을 데리고 이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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