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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Cactus May 31. 2024

10화 죽음의 그림자

이기적인 진실


‘이거는 어때?’  점원이 꺼낸 총에 여자는 고개를 젓는다.

‘그리즐리가 나타났다니깐’

맥스는 트레이드마크인 기름진 긴 머리를 넘기며 고민에 빠진다.

심각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여자에게 손짓한다.

‘이번엔 진짜 좋은 물건이 들어왔는데 한번 볼래?’

마침 매장은 바쁜 시간이 아니었고 사무실을 따라 들어간 곳엔 다른 문이 존재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간 곳은  밖에서 볼 수 없는 값이 나가 보이는 총들이 가득했다. 총마다 유리로 된 수납장은 물론이고 맨 끝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금고가 있었다.  비밀번호를 치고 으스대며 여자를 쳐다봤다. 그럴만하다. 여자가 평소에 관심은 갔지만 구경도 못한 총들이 가득했다.  물론 의기양양한 꼴을 보기 싫었지만 오랫동안 원하던 모델이 눈앞에 있으니 침착할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가리킨 총을 꺼내주었고 손에 쥐어본다. 이감촉, 이 무게 여자는 눈이 커졌다. 건네받은 총을 홀더에 놓고 셔츠포켓에서 꺼낸 작은 수첩에 숫자를 적어 보여준다. 말하기도 조심스러운 가격인 것이다. 놀란 눈의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구입할 수 있는지 재차 확인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여자가 평정심을 잃은 모습에 불안했기 때문이다.



미소 가득히 도착한 집 앞엔 처음 보는 차가 세워져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던 전남자친구의 말이 스치면서 문고리를 잡고 주위를 둘러본다. 식은땀이 난다.  조심스럽게 문은 닫고 집주위를 크게 돌아간다. 마당으로 이어지는 뒷문에 그림자가 보인다. 말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린지 들리지 않는다. 허리를 숙여 총을 잡고 천천히 뒷문으로 다가간다. 침을 꼴깍 삼킨다. ‘그래서’ 작은 키에 살집이 있는 남자의 다리가 보인다.  권총집 뚜껑을 연다. 여자목소리가 들린다.  여자는 천천히 총을 몸 앞으로 가져온다. ‘저기 있다!’ 큰소리의 여자는 총을 발사할뻔했다.  전남자친구 때문에 바뀐 열쇠로 집안에 못 들어가던 엄마는 여자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재빨리 총을 집어넣은 여자는 뒷문을 연다. 김치와 불고기로 추정되는 스티로폼박스를 집안 옮긴다. 새 남편인 카이의 대머리가  땀범벅이 되었다.  여자는 부츠에서 꺼낸 사냥칼로 맥주를 연이어 딴다.  맥주를 받아 든 카이는 단번에 들이켠다. 부츠에 칼을 왜 넣고 다니냐를 시작으로 시작된 엄마의 잔소리는 벨소리에 잦아들었다. 이반이다. 푸른 눈이 잘 어울리는 깔끔한 복장의 꽃 한다 발을 들고 있다.  세상 태어나서 처음 듣는 엄마의 높은음의 인사에 카이와 여자는 깜짝 놀란다.  꽃을 받아 든 엄마는 여자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내가 오늘 솜씨 좀 부려야겠네’  가져온 음식을 요리하기 시작한다. 카이와 이반은 맥주를 들고 마당으로 나간다. 부엌에 여자와 엄마만 남는다. 프라이팬요리가 끝나고 오븐안도 음식으로 가득 찼다. 따뜻한 물을 가득 끓여서 컵에 따른다. 녹차티백이 뽀얗게 떠오른다. ‘너무 완벽한 사람을 찾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자란사람을 만나면 안 돼’ 이반이 맥주를 몇 개 더 가져간다. 카이를 위해 맥주를 몇 개 더 가져가는 이반을 바라보며 엄마의 눈빛이 애잔하다. ‘저런 남자가 좋은 남자야’



‘그럼 아빠는?’ 친아빠는 자신을 버리고 떠났기 때문에 한동안 공석이던 자리는 엄마를 행복하게 해 주는 두 번째 남편을 아빠라고 불렀다.  ’ 아빠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아니야. ’ 황당한 표정의 여자는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는 긴 시간 두 번째 남편의 가족과 소송을 하며 값비싼 변호사를 썼다. 비싼 것은 값을 했다. 변호사가 고용한 사립탐정들은 정기적으로 상대의 수작에 그만두었지만 돈이 급한 진짜들은 끝까지 진실을 밝혔다. 그는 상류층중에서도 최고로 여유로운 배경을 기반으로 좋은 학교를 나왔다. 졸업 후 좋은 직업도 가졌지만 성공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마약을 시작한다. 그의 싱그러운 젊은 날은 약물중독으로 병원만 들락거리며 막을 내렸다. 긴 시간 소용없던 치료는 사냥을 시작한 후 점차 차도가 보였다. 그는 사냥을 위해 구입한 땅에 나무집도 손수 지었다. 불행히도 그 나무집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안전한 파티장소가 되었다. 주로 마약을 같이하던 길거리 부랑자를 초대해서 파티를 즐겼다. 그가 가진 몇 개의 핸드폰에서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지만 나무집 근처의 강가 밑바닥에서 발견된 핸드폰에서는 마약딜러연락처와 데이팅앱이 깔려있었다. 사진 안에는 기괴하고 불쾌한 사진이 가득했다. 사냥을 하고 가져온 동물을 난도질하거나 유린하는 영상도 있었다. 성관계를 하는 사진이나 영상은 평범한 축에 속했다. 10대에서 40대까지로 다양했다. 그가 사망한 날의 사건은 동양상과 사진으로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마약을 같이하던 사람들 중 하나가 약에 취해 총을 발사했고 순식간에 얼굴의 절반이 날아갔다. 동영상은 머리에 구멍이 난 남자가 주삿바늘을 발가락사이에 꽂는 것에서 끝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 현장에 도착한 익숙한 사람들이 증거를 조작하기 시작했고 핸드폰은 강으로 던져졌다. 그의 가족들은 엄마를 철저히 속였다. 몇 년간의 싸움으로 지쳐있던 엄마는 드디어 증거를 확보하며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같이 싸워온 경력 10년의 변호사 존슨도 같은 생각을 했다. 끔찍한 증거를 노트북으로 확인의사를 물었지만 엄마는 끝내 거부하고 자료만 받았다.  존슨은 거대한 변호사군단을 무너트릴수록 생각에 신나서 발을 동동거렸다. 발견된 자료 중 아동 관련영상과 사진도 찾았기 때문이다.  분명히 모든 증거와 정황이 변호사 군단에게 분리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패배했다. 소송은 증거불충분이라는 황당한 판결을 내려졌다. 며칠 후 서류와 총 한 자루가 도착했다. 서류는 쓴 적 없는 혼전계약서 카피본과 소송장이었다. 계약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살아생전 혼전계약서를 쓴 증거가 있으며 너의 모든 재산은 모두 뺏어야 마땅하지만 혼전계약서에 따라 소정의 신탁기금을 넘겨줄 테니 소송을 그만하라는 내용이었다.  엄마는 소송을 포기했고 받은 총을 집 아무 곳에나 세워두었다. 총을 발견한 딸이 기뻐하는 모습에 버벅거리다가 유품이라고 말해버렸다. 딸이 총을 좋아하는 것엔 거부감이 생겼지만 비상시에는 총을 쏠 수 있어야 했다.  생존을 위해서도 딸이 총이나 칼을 쓰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자신보단 딸의 인생엔 총이 필요했다. 그것이 추악한 전남편을 죽인 증거품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말을 잊지 못하는 여자는 시간이 멈춘 듯 엄마를 빤히 바라본다. ‘미안’ 엄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반이 사색이 돼서 주방으로 들어왔다.



‘미안 나 가봐야 할 것 같아’ 같이 있던 카이가 정황을 설명한다.  단속을 안 하는 시즌이지만 맥주를 많이 마셨다. ‘얘기를 갔다 와서 더해 엄마!’ 씁쓸한 표정의 엄마를 뒤로하고 집 앞에 차에 시동을 걸었고 자신의 차로 걸어가는 이반에게 손짓을 했다.  ‘할머니가… 할머니가’ 정신이 나가서 겨우 말하는 사람에게 소리를 질렀다. 되뇌는 작은 목소리 겨우 병원의 이름을 듣고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고 몸집이 큰 병원의 응급실에 실려왔던 할머니는 긴급수술에 들어갔다. 밤을 새웠다. 하루 반나절이 지났다.  울다 지친 이반은 넉이 나가서 수술실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시작했다.  누군가 주위에 오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여자는 이반 옆을 밤새 지켰다.  중환자실로 옮긴 할머니는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일회용 가운과 모자를 건네는 간호사를 보는 이반은 흐느끼기 시작한다. 떨리는 그의 손을 꼭 잡고 모자를 씌어준다.  여자와 같이 가고 싶어 하는 이반을 아무도 막지 않는다.  호흡기와 손발에 주삿바늘이 연결되어 겨우 살아있는 할머니는 눈을 뜬다. 보고 싶었다는 듯 웃으며 눈물을 흘린다. 이반은 할머니의 작은 몸에 포개져 엉엉 운다.  여자도 참았던 눈물이 흘려 나왔다. ‘정, 한국인들은 정이라는 게 있어, 그렇지?‘ 훌쩍이며 대답한다. ’ 이반 정 부탁해 ‘ 이반의 울음소리가 무색하게 그녀의 호흡은 점점 떨어져 갔다. 할머니는 사망한다.  며칠을 정신을 못 차리는 이반은 여자의 집에서 지낸다. 새아빠카이가 장례식비를 부담해 주어서 빠르게 식은 진행할 수 있었다.  장례식이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 엄마가 보였다. 손에는 샷건을 든 채 나타났다. ’ 뭐 하는 거야?‘ 놀란 여자는 엄마를 불러 세웠다. ’ 해야 할 일이야‘  어디서 힘이 났는지 총을 관 아래쪽에 넣는다. 여자가 총을 다시 꺼내려하자 이반이 나타났다.  ‘감사합니다’ 눈이 퉁퉁 붓고 얼굴은 바싹 말라있었다.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깊게 판 구멍 안으로 관으로 들어간다. 흙이 덮어지고 할머니가 좋아하던 화려한 비석이 올려졌다.  불안한 눈빛의 여자는 슬픈 사람들 사이로 곁눈질을 한다.  엄마는 슬픈 표정으로 이반을 위로하기 바쁘다.  장례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로 엄마를 찾는 여자 앞에 이반이 나타난다. ’ 나랑 결혼해 줘 ‘ 무릎을 꿇고 여자를 바라본다. 엄마는 카이와 이미 차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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