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달아보는 답변
**동생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아이의 말이라, 아이들의 이름을 그대로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엄마, 수아는 왜 사고가 난 거야? 찻길에서 사고 났어? 구급차가 왔어? 구급차가 와서 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왜 천국으로 보냈어? 안 보내면 안 될까? 죽었어? 죽었으면 죽었다고 말해.
└할머니, 수아, 엄마, 아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더더욱 네 잘못도 아니야.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사고로 일어난 일이야. 엄마도 보내기 싫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 천국으로 보냈다고만 이야기해줘서 미안해. 죽음이라는 단어가 엄마도 힘들고 어렵게 느껴졌어. 할머니와 수아는 죽어서 이제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지만, 우리가 마음으로 기억하자.
나도 핸드폰이 생겼네. 이제 보고 싶을 때마다 전화할 거야. 1번이 엄마, 2번이 아빠, 3번이 할아버지... 고모랑 고모부도 저장해. 근데 엄마, 우리 아직 핸드폰에 수아 번호는 저장 안 했어. 수아는 몇 번에 해? 수아한테 전화하고 싶다.
└핸드폰이 생기고,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할 수 있다고 하니까 동생 생각이 났구나. 번호를 만들어서 보고 싶을 때마다 전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들 보고 싶을 때마다 언제든지 전화하자.
엄마 동생 다시 데려오면 안 될까? 수아가 늘 내 곁에 있었는데, 없으니 보고 싶어. 아기가 필요해. 수아 말고 다른 동생은 안 돼.
└정말 보고 싶다. 우리 이렇게 보고 싶을 때마다 말하자. 생각날 때마다 이야기하자.
‘이놈-’ 하고 장난치면 좋아했어. 이제 세 살이라 혼내는 건지 알 거야. 아이스크림을 좋아했지. 꽃도 좋아해서 꽃 만지면 할머니가 ‘이놈-’ 했었어. 그러면 엄청나게 웃었지.
└그러고 보니 수아는 이제 세 살이구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저도 동생 있어요. 세 살이에요. 지금은 천국에 있어요.”라고 말하는 네가 부러울 때가 있어. 그 사실을 전하면서 너의 마음은 어떨까? 많이 보고 싶고, 생각나겠지. 같이 먹은 과자도 기억하고, 좋아하는 것들도 기억하네. 네가 동생을 많이 사랑하고 아껴줬지. 넌 참 좋은 언니구나.
‘이놈-’하면 웃는 소리 다시 듣고 싶다.
엄마 너무 외로워. 아기들 보면 수아가 더 생각나. 아직 살아있을 거 같아. 남동생도 필요 없고, 다른 동생도 필요 없어. 수아가 있어야 해.
└울어도 괜찮아. 외롭고 보고 싶을 때 이렇게 같이 울자. 자꾸만 문 잠그고 몰래 울지 말고, 엄마에게 와줄래? “엄마, 수아가 너무 보고 싶어서 울었어.”라고 말해줄래? 네가 엄마에게 눈물을 숨길 때마다 엄마는 너에게 너무 미안해져. 눈치 보느라 제대로 울지 못할까 봐 걱정돼. 그러니 용기 내서 엄마에게 안겨줄래?
이만큼(축구공 크기)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이~~ 만큼(머리 위로 큰 동그라미) 좋아해.
└어떤 마음인지 알 거 같아. 이전에도 많이 사랑했지만, 함께하지 못하니 그 사랑이 더 커지고 있어. 사랑하기만 할 때보다 후회와 아쉬움과 그리움이 더해져 사랑이 커져. 엄마도 너의 표현에 공감되네.
엄마 백 살까지 같이 살기로 약속했잖아. 엄마는 절대 죽으면 안 돼. 백 살 되면 천국 가서 할머니랑 수아랑 놀자. 그때도 “까꿍” 하면 웃을까? 근데 내가 백 살 되면, 수아는 몇 살이지?
└그래, 꼭 백 살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천국에서 만나면 까꿍 놀이하자. 사실 엄마는 가끔 ‘못 찾겠다 꾀꼬리’를 평생 해야 한다는 생각에 괴로워. 그만 숨어있고, ‘까꿍’하고 나왔으면 좋겠어. 처음 ‘까꿍’이라고 말하던 날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 지금은 또 어떤 말을 배웠을까. 혹시 엄마 보고 싶다고 말하고 있을까?
수아야. 언니가 기도하면 들려? 보고 싶어. 사랑해.
└수아야. 언니가 기도하면 들려? 엄마도 보고 싶어. 사랑해.
오늘 아쿠아리움 가? 고모랑 수아랑 부산에서 아쿠아리움 갔잖아. 수아가 생각나. 수아는 상어 안 무서워했는데, 제주에 같이 있었으면... 아쿠아리움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아랑 100살까지 같이 살자고 약속을 못 했네. 내 동생이 제일 귀여웠는데... 100살까지 살자고 약속 도장 꽝 할걸... 천국에서 돌아오면 좋겠다.
└같이 할 수 있는 재밌고 즐거운 일들이 많은데, 못해서 너무 아쉬워. 수아랑 함께한 곳에서는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이야기하고, 같이 못 해본 일을 하면서도 늘 생각하자. ‘함께하지 못해 아쉬워. 우리 보고 있어?’라고 물어보자.
엄마 꿈에서 할머니 만났어. 천국에서 잠깐 나 만나러 놀러 왔나 봐.
└할머니랑 놀아서 재밌었겠다! 할머니랑 노는 거 정말 좋아했잖아. 엄마는 꿈을 거의 안 꿔. 꿈을 자주 꾸는 고모랑, 시아가 참 부러워. 엄마 꿈에 할머니랑 수아가 나와주면 좋겠어. 꿈이라도 한 번 더 보고 싶다.
우리 가족은 왜 세 명이야? 언니, 오빠도 없고 아기도 없어.
└우리는 원래 네 명이었는데, 세 명이 되었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세 명보다 더 많아. 할머니, 할아버지도 계시고 고모 고모부 삼촌도 있어. 사촌 오빠도 가족이고, 사촌 동생들도 가족이야. 꼭 같이 살아야만 가족인 건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고, 사랑하고, 위해주면 가족이지.
너무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 하나님한테 수아 다시 돌려달라고 기도해. 사고 났을 때 말이야. 내가 전화가 있었어야 해. 그래서 전화받아서 사고 난 걸 알았어야 해. 기도해서 하나님이 사고 난 거 알아서, 죽지 않게 해야 했는데... 살려달라고 기도해야 했는데...
└너무 안타깝지만... 전화로 막을 수 없는 일이었어. 더구나 시아가 기도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은 절대 아니야. 엄마도 너무나 되돌리고 싶어. 왜 그건 안 되는 걸까?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아서 영화처럼 시간이 되돌아가면 좋겠어.
엄마, 엄마!! 꿈에서 수아가 살아났다고 했어. 그리고 수아랑 놀았어.
└(그게 진짜면 정말 좋겠다.) 그 이야길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 날아갈 듯 기뻤어? 수아랑 노는 꿈을 자주 꾸네. 수아도 언니랑 노는 게 좋은가 봐. 꿈에서는 뭐 하고 놀아?
하늘의 구름이 먹고 싶게 생겼어. 장난감 같기도 하다. 수아는 구름 만지고, 가지고 놀고 있을까? 혹시 구름 먹는 건 아닐까?
└(엄마는 가끔 네가 부럽다.) 엄마도 수아가 하늘에서 구름 먹고, 놀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아마 처음 솜사탕을 먹을 때처럼 놓지 않으려 구름을 꽉 잡고 있으려나. 하얀 얼굴에 예쁜 드레스 입고 구름 위를 뛰어다니려나.
할아버지랑 고모 고모부 보니까 할머니랑 수아 생각이 많이 났어. 할머니랑 수아가 있었으면 행복했을 텐데... 천국에서 생일 축하하겠지?
└우리 시아가 많이 컸구나. 할머니 생신날 모였는데, 할머니가 안 계시니 많이 허전했지? 엄마도 ‘우리 모두 살아있다면, 정말 행복했을 텐데...’라고 자주 느낀단다.
엄마 곧 내 생일이야. 생일 선물로 수아가 다시 오면 좋겠어. 눈을 감았다가 뜨면, 짜잔 하고 나타나면 어때? 아니면, 내가 다시 6살로 돌아가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거야. 할머니도 있고, 수아도 있고, 친구들도 있어. 그리고 엄마도 내 옆에 있어.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할머니와 수아를 볼 수 없는 현실이 얼마나 힘들었니. 그런데 제주라는 낯선 곳에 와서 더 힘들었구나. 네가 좋아하던 집도 유치원도 친구들도 떠나게 해서 미안해. 새로운 환경이 오히려 너에게 더 짐이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했지만, 이전에 살던 곳에서 계속 사는 건 엄마 아빠에겐 너무 힘든 일이었단다. 아직도 가끔 전에 살던 곳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너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해 미안해. 그래도 제주에 적응하고, 친구도 사귀고, 엄마 아빠랑 셋이서 다니는 걸 좋아해 주는 우리 딸. 이렇게 살아줘서 고마워. 많이 사랑해.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생일 축하해.
(사진을 보며) 수아 엄청 귀여워. 눈동자도 귀엽고, 손가락도 귀엽고 다 귀여워. (뽀뽀하며) 수아 사진 보니까 더 보고 싶다. 만나서 안아보고 싶어. 이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수아야. 이렇게 귀여운데, 죽었네. 수아한테 장난감 다 줄 수 있는데, 수아가 없어. 엄마, 수아 다시 만나면 어때? 오랜만에 만나서 쑥스러울 것 같아.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 나는 한 가지 잘못한 게 있어. 미리 알았으면 말이야. “교통사고 날 거 같아요. 나가지 마세요.”라고 할걸. 수아랑 할머니는 백 살까지 살자는 약속 못 지켰네. 안 되겠어. 할머니는 다시 인천으로 가고, 수아는 다시 여기 오라고 하자. 부산 천국에 갔으니 우리가 부산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시아도 그런 생각 하는구나. 엄마가 여러 번 말하지만, 사고는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엄마도 너처럼 생각해. “오늘 나가지 마세요.”라고 말할걸. 할아버지도 ‘영상통화 더 해서 늦게 나가게 할걸’하신대. 천국은 어디든 상관없이 다 연결되어있어. 부산에 가지 않아도 여기도 천국이 있어. (우리를 다 보고 있을까? 우리 이야기 다 듣고 있을까?) 우리가 하는 말을 다 듣고 있을 거야.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