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으로의 회귀 - 주역
연구위원 제도라는 것이 있다. 연구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연구리더나 연구원을 선정해 연구위원으로 발탁하여 그 공로를 인정해주고 다른 연구원들의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생긴 제도이다. 그런데 이 연구위원제도에는 묘한 징크스가 있다. 연구위원에 선임된 이후 그 팀이나 연구위원의 성과가 점차 내리막길을 걷게 되어 팀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징크스이다. 왜 이런 징크스가 생기는 것일까?
2년차 징크스라는 것이 있다. 신인으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가 2년차가 되었을 때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용어이다. 비슷한 것으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징크스’라는 것도 있다. 스포츠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은 선수가 이 잡지의 표지모델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표지모델로 발탁된 선수들이 그 이후부터 점차 성적이 하향세로 접어들어 생긴 용어이다.
왜 이런 용어가 생기게 되었을까? 징크스라고 하면 왠지 비과학적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해석해 보면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는 ‘평균회귀’ (regression toward the mean) 라는 현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거나 실험을 할 때 더 많은 시도를 할수록 모수가 늘어나고 결과 값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해질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결과 값들은 평균 근처에 모여 있게 되지만 어떤 경우에도 편차라는 것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평균값에서 멀리 있는 결과 값이 적은 확률이지만 얻어진다. 만약 초기에 이러한 값 즉 평균에서 멀리 있는 값들이 얻어지면 우리는 그 수치를 평균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시도가 이루어 질수록 원래의 평균값으로 수렴을 하게 되고 초기에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던 수치는 한쪽에 치우친 값이었던 것으로 밝혀질 수 있다.
2년차 징크스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징크스도 이러한 평균회귀 현상일 뿐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어떤 좋은 성과를 얻었을 때 실력이 좋아서 그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실력뿐만 아니라 운이라든지 환경적인 요인들 등 우리가 계산에 넣지 않은 요소들이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이러한 실력 외의 요소를 염두에 두지 않고 결과만 보니까 이러한 현상을 징크스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 전에 좋은 성과가 단지 실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운과 여러 환경적인 요인들이 잘 맞아서 얻어진 것이고 현재 얻고 있는 조금 안좋은 성과가 실제 실력인 경우가 많다. 평균 즉 본 실력으로 회귀한 것일 뿐이다.
회사에서의 성과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과제가 좋은 성과를 냈다면 실력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겠지만 거기에 더해져 이러한 과제가 성과로 이어질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정말 좋은 아이템인데도 불구하고 외부 환경, 시장환경이 맞지 않아 중단되는 과제가 비일비제하다. 반대로 전혀 주목 받지 못하던 과제가 어느 순간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아니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신규 시장에 도입되면서 뜨는 경우도 있다.
주역의 첫번째 괘는 모두 양효로 이루어진 건괘이다.
여기에는 네가지 용이 등장한다.
잠룡은 아직 물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용이다.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 힘을 기르고 준비하는 시기이다. 현룡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용이다. 준비를 마치고 슬슬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비룡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용이다. 최상의 때를 만나 능력을 발휘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시기이다. 항룡은 하늘의 끝에 이른 용이다. 끝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제 내려오는 것만 남았다는 것으로 슬슬 쇠퇴기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모든 과제들이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준비하고, 시작하고, 성공하고, 마무리한다. 재미있는 것은 현룡재전과 비룡재천에는 리견대인 (利見大人) 이라는 구절이 함께 한다. 현룡과 비룡 즉 어떤 일이 시작되고 성공하려면 조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순수 본인의 실력 만으로는 시작할 수도 성공에 이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말 그대로 누군가의 도움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앞서 말한 환경, 운, 때 등 실력 외에 성공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일 것이다.
실력과 외부 환경의 도움으로 올라간 성공에도 결국 끝은 있게 마련이다. 그 끝에 이르게 된 항룡은 결국 내려올 일만 남아있다. 만약 이러한 때를 알지 못하고 미련을 가지게 된다면 유회 즉 후회를 남기게 된다. 평균을 넘어선 성과가 오롯이 자신의 실력에 기인한다고 오판해서 오만해져서는 안되고,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은 결국 본래의 실력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실망하지도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