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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 회사원 김씨 Sep 17. 2023

소중한 것

 어떤 것이 당신에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자. 그 대상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때 당신이 어떤 느낌을 가질지 상상해 보는 것이다.


 지갑을 잃어버렸다? 현금이 많이 들어있었다면 조금 화가 나겠지만 요즘 누가 현금을 잔뜩 들고 다니나. 신용카드는 분실신고하면 되고 신분증이 있었다면 조금 곤란하겠다. 귀찮은 일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으니. 

 에어팟이 떨어져서 하수구에 들어갔다면? 매우 짜증이 나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재수가 없었다 치겠지.

 당신의 대학 동창의 부고를 들었다. 안본지 한 20년된 친구다. “저런 어쩌다가. 지병이 있었나? 아니면 사고인가?” 약간 안타깝다. 장례식장에 가야 하나 고민된다. 


 이번에는 중학교 때부터 친한 절친이다. 두주 전에도 술 한잔 했던 친구인데 갑자기 부고를 들었다. 정신이 혼미해질 것이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목놓아 울 것이다. 

 만약 가장 가까운 가족이 갑자기 죽게 된다면? 이건 생각하기도 싫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이 사라졌다.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다. 앞날이 캄캄하다는 것이 비유적 표현이 아니게 된다. 상상만으로도 답답해 진다. 


 그럼 매일 숨쉬는 공기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당황은 잠시일 것이다. 10분을 못넘기고 죽을 테니까.

정말 소중한 것은 사라진다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몹시 나빠진다.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그럼 다시 돌아가보자. 오늘 내가 신경쓰고 에너지를 쏟아부은 것들은 무엇인가? 

 오늘 회사에서 동료가 일을 잘 못 처리하는 바람에 일이 잘 안풀렸는가? 덕분에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는가? 정말 운도 없는 날이다. 화가 나서 술 한잔 하고 싶다. 

 오늘 오랜만에 큰 계약을 성사시킬 뻔했는데 마지막에 틀어졌다. 보너스를 두둑히 챙길 기회를 날려버리다니 정말 짜증나는 하루다. 


 당신이 보낸 하루일 수 있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승진하는 것, 두둑한 보너스를 받는 것 일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다. 


 자 이제 상상해보자. 회사에서 받을 인정이 사라진다. 회사에서 승진기회가 사라진다. 보너스가 사라진다. 끔찍한가? 못 참을 정도로 끔찍한가? 내 절친의 부고를 듣거나 공기가 사라지는 것만큼 끔찍한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하루의 대부분을 신경쓰는 것들 얻으려고 아둥바둥하는 것들이 사라진다고 상상해보면 실상 그렇게 끔찍한 경우는 거의 없다. 약간 기분 나쁘거나 조금 불편하거나 그냥 그럴 뿐이다. 저녁에 친한 친구와 술 한잔 하면서 신세한탄 한번 하고 나면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며 해장은 뭘로할지가 더 중요해 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조금 대범해져도 된다. 그깟 것 없어도 난 살 수 있다. 조금 화나거나 조금 불편할 수는 있지만 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렇다 정작 내게 정말 소중한 것들은 평소에 그리 눈에 띄지도 않고 시시때때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 삶에 녹아 존재도 의미도 잊은지 오랜 것들이 대부분이다. 


春有百花秋有月 (춘유백화추유월)

夏有凉風冬有雪 (하유량풍동유설)

若無閑事掛心頭 (약무한사궤심두)

便是人間好時節. (변시인간호시절) 


봄에는 온갖 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밝은 달뜨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눈 내리네

만약 매사 마음에 걸리는 것없이 한가롭다면

이것이 인간 세상 좋은 시절이리라


<무문혜개 선사>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건강한 몸이 있고 공기와 햇빛은 공짜고 물과 쌀은 비교적 저렴하다. 어떻게든 살수는 있다. 그러니 조금 더 중요한 것들에 내 신경과 에너지를 나누어 보자. 내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 내 건강 또 조만간 겨울의 추위 속으로 사라질 이 선선한 날씨와 맑은 하늘에. 그렇다 언젠가 사라져 버릴 수 있는 나의 소중한 것들 그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맘껏 사랑하자.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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