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십대 회사원 김씨 Oct 22. 2023

자네 꿈이 뭔가?

 꿈이 뭐냐는 질문은 보통 어떤 직업을 갖고 싶냐는 의미로 통한다. 대부분 이런 질문은 어린 시절 받기 마련이다. 다 큰 어른에게 “자네 꿈이 뭔가?”라고 묻는다면 뭔가 이상하다. 맥락상 “넌 도대체 뭔 생각으로 사는 거니?”라는 냉소적 의미로 들릴 수도 있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뭐야?”라고 묻는 것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건 다 큰 어른에게 “너 무슨 직업을 갖고 싶어?”라고 묻는 것은 좀 이상할 테니까.


 내가 어렸을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나는 자신 있게 “제 꿈은 의사 입니다.”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피만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는 소심함에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전에 이미 그 꿈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 이후 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없다. 내 나이 또래가 어린 시절 갖는 가장 흔한 꿈인 대통령도 의사도 판사도 과학자도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그렇게 흘러 흘러 어쩌다 보니 남들처럼 취직해서 연구직으로 먹고 살고 있다. 


 큰아들과 작은 아들에게 물어봤다. “넌 꿈이 뭐야?” 큰 아들은 작가, 작은아들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큰아들은 밥벌이가 쉽지 않은 직업을 갖고자 하니 걱정 작은 아들은 하고 싶은 것이 딱히 없으니 걱정 이래저래 걱정이다. 꿈이 있으면 꿈을 이루기 힘들어 걱정, 꿈을 이뤄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 할 까봐 걱정이고, 꿈이 없으면 도대체 뭐를 하고 살아갈지 막막하기 이를데 없으니 또한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이 부모의 쓸데 없는 걱정일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도 뭔가 되고 싶은 것이 없었어도 그럭저럭 잘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면 정말 쓸데 없는 걱정 같기도 하다.  


 꿈이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꿈이 있다고 꼭 이루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꿈이 없으면 또 어떤가? 없다는 것은 무한한 것과 통한다. 딱히 없으면 뭐든 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 좋다. 무수한 선택지 중 내키는 대로 가도 되고 안되어도 큰 미련이 없을 테니 (꿈이 아닌데 뭔 미련이 있겠는가?) 그 또한 나쁘지 않다.

“아! 이 길은 여기에 연결되어 있구나. 재미있었어. 하지만 내 길은 아닌 것 같아.” 

안녕을 고하고 전혀 다른 길을 가도 되고 그 길에 연결된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 있는데 이중 절반은 전공과 연관 있는 일을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이미 20년 넘게 그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그쪽 전문가가 되었다. 그냥 흘러가도 걱정한 것처럼 삶이 엉망진창이 되지는 않는 듯 하다. 


 꿈을 가졌지만 안 이루어진 경우는 조금 힘들 수 있다.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면 더더욱. 그러나 무언가를 직업으로 생각할 정도의 나이 즉 스스로 밥벌이를 걱정할 나이면 대부분 이미 어른이다. 그럼 좀 더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나와 내 꿈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꿈이 야구선수나 화가라면 재능이 없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나 예술의 영역은 재능이 어느 정도 필요한 분야니까. 내 재능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 둘 중 하나다. 포기하거나 그래도 가거나. 어느 선택을 해도 괴롭지 않으면 된다. 포기해서 괴로울 것이면 취미로라도 하면 된다. 계속 하는 것이 괴롭다면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닐 것이다. 


 나이 오십이 되니 그런 생각이 든다. 

“내 꿈은 뭐였지?” 그 꿈이 없어서 불안한 나날을 보냈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고민도 많았는데 이제 많은 시간 지나고 보니 꿈이 없었어도 구체적이지 않아도 그리 불안할 필요는 없었던 듯 하다. 어쩌면 그 불안을 버티고 살아온 것만으로도 면역이 생겨 그럴 수도 있다. 

나이든 지금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다. (냉소적, 비꼼 등등은 아니다.)

“너 꿈이 뭐야?”

이건 아마도 이렇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인생 무엇을 위해 살고 싶어?”

글쎄 내 꿈이 뭘까? 우습게도 내 어린 시절 그렇게 고민해도 찾을 수 없던 꿈이 지금은 너무나도 많아서 걱정이다. 

 

 기타를 배워 연주회 한번 해보고 싶다. 베이킹을 배워서 근사한 베이커리를 차려보고 싶다. 내 이름을 딴 양조장을 하나 운영하며 유니크한 전통주도 빚어보고 싶다. 펜화나 수채화를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을 더 멋지게 찍고 싶고 책도 몇 권 내고 싶다. 여행을 좋아하니 2~3년 여행을 하고 책하나 내는 거다. 하나하나 나를 설레게 한다. 점점 게을러져 가고 쉽게 지쳐가서 죽기 전에 다 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시작해 보고 싶다. 

가슴이 설렐 때 시작해야겠다. 손발이 떨리면 못할 일이 태반이다. 

작가의 이전글 보고서, 보고서, 보고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