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찾아가는 마음의 교실
처음에는 디지털 그림 도구인 페인터(Painter)를 배우는 것이,
그림의 skill을 먼저 배우는 것에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걱정으로 쉽게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아내는 미술학원을 다니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했고, 나 역시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페인터를 배우면서 느낀 것은,
도구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그림에 대한 마음 가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누구일지라도, 지금 그림을 그려보라고 한다면 쉽사리 펜을 움직이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 하더라도, 평소에 낙서했던 그 무엇이거나. 아니면 눈 앞에 보이는 무엇일 것이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시작을 해 놓고 마무리를 짓지 못하거나, 아니면 마무리를 지었더라 하더라도 매력 없는 그림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감정이나 목적을 담을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그림을 그리는 도구를 배우는 수업을 통해서 주로 배운 것은 그런 점이다.
내 마음 한편에 있는 그림 그릇에 뭘 채워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초심가들에게, 자 이걸 먼저 채워봐 하고 던져 준다. 그리고 던져준 그 재료는 결국 자신의 관심과 감정과 목적으로 겹겹이 쌓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맞는 재료는 이런 재료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재료를 스스로 찾아내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구나.
이런 속마음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아마 잘 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재료를 찾게 되면, 그 재료를 잘 깎아주고 잘 칠해줄 도구들을 스스로 찾게 된다. 그게 결국 내가 배우고 있는 그림 도구였고, 그 function 들이었다.
아래 그림은 내가 그림을 배우며 첫 3주간 그린 그림 들이다.
마음을 담으며 그리려고 노력했기에, 그림의 수가 많지는 않다.
그림 속에 많았던 욕심들은 그리고 나서야 보이고, 그렇게 조금씩 성숙해 가는 나를 찾아가게 된다.
두 번째로 그렸던 그림은 딸내미와 춤을 추는 나의 모습이다.
과제의 주제는 일상의 캐릭터를 그리는 것이었지만, 아직 캐릭터를 잡기에는 누추한 실력이었기에.
이렇게 퇴근 후 가끔 딸내미와 춤을 추며 즐거웠던 시간을 그림으로 담아봤다.
기법을 많이 쓰지 않고도 따뜻한 느낌을 잘 그린 것 같아서 나름대로 만족했던 작업이었다.
오일파스텔을 활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는데,
역시 또 딸내미를 그렸다. 내복을 입고 노는 딸의 모습을
딸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과 함께 그려줬다.
딸내미도 무척 맘에 들어했던 그림이어서 그리고 나서도 스스로 매우 흐뭇했다.
네 번째 시간은 수채화 기법을 배웠다. 수채화 기법은 쉽지만은 않았다. 다음 색이 올라갈 때 어떤 느낌을 줄 지도 생각을 해야 했고, 그 생각을 겹겹이 쌓아 올리듯이 수채화의 색상을 입히는 것에 실수를 하면, 진짜 종이 위에서 처럼 되돌릴 수가 없었다.
결국 그렇게 맘에 드는 결과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봄날과 딸내미의 따뜻한 느낌을 잘 표현한 것으로 만족했다.
실력이 부족해서 아직은 어떤 캐릭터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다.
그래서 더 나 자신이 잘 보인다.
그래서 그림이 참 좋다.
그래서 오늘도 그림.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