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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팰럿Pallet Jun 29. 2020

사람에 지쳐, 한적한 시골 땅을 찾는 누군가에게

바쁜 도시를 떠나 나만의 시골 공간을 찾는다면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숲속의 은둔자

책 한 권을 읽었다.

책 제목이 '숲속의 은둔자'인데, 판타지 소설스러운 제목과 달리 내용은 참 흥미로웠다.

마이클 핀클. 숲속의 은둔자

미국의 메인 주. 캠핑장과 별장들이 자리 잡은 숲 속에서 꾸준히, 그리고 아주 조금씩 생필품과 식량의 도난사고가 났다. 그런데, 어렵사리 범인을 27년 만에 잡고 보니 산속에 혼자 은둔하며 사는 평범한 외모의 평범하지 않은 한 남자였다. 정신적으로는 다소 불안정한 면이 있지만 도시적인 깔끔한 외모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숲에 대한 통찰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를 아는 사람이나 본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는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사는 법을 자연을 통해 터득했지만, 먹고 자고 즐기는 문제만큼은 문명의 힘을 빌려야 했기에 훔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27여 년간 무려 1080회가 넘도록 은둔자는 이 도둑질을 지속하였고, 잡히지 않았다면 더 오랜 기간 도둑질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화다.

고등학교를 거쳐 사회생활을 할 때도 똑똑하고, 평범했던 이 사람은 왜 그랬을까? 왜 잘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말도 없이 그만두고 산으로 숨어들어, 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은 채 27년의 세월을 홀로 지냈을까.



현실에서 증발하여, 자연 속에 은둔하여 살고 싶은 마음

한적한 시골에. 또는 조금 도시와 가깝지만 강원도 시골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곳에서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거나, 적은 접촉만으로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보내고자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실행하는 사람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나 역시, 그중에 한 명이며, 나만의 공간에서의 여유와 행복을 찾아 이 곳 양평까지 왔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사는 곳이라면 혼자란 없다. 주변에는 이웃이 있고, 그 이웃이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간에, 그는 계속 내 이웃이다. 도시에서는 이웃이 맘에 안 들면 이사 비용을 좀 지출하고, 대출을 조금 더 받아서 이사를 가면 그만이겠지만, 시골은 쉽지 않다. 특히, 사람이 없는 외진 곳을 택하면 택할 수록 그곳에서 만나는 이웃을 피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다.



시골에서의 꼭 함께해야 할 존재. 바로 이웃

시골에서의 주말. 시골 한 달 살기. 귀촌. 그 깊이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이웃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시골이다.


작은 농막 하나를 짓고, 유유자적하고 싶은 일탈과 같은 꿈을 꾼다면, 꼭 현실을 정확히 보고 시작해야 한다. 만약 잠시 쉼이 필요하다면 굳이 어렵고 힘들고 비싸게 땅을 사고, 농막을 짓기 위해 여러 비용을 지출할 필요도 없다. 그냥, 체험이나 휴가를 떠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난 매주 주말을 이용하여 양평에서 농막을 조금씩 채우고, 밭과 주변을 가꾸고 있다. 농막 주변엔 평온한 자연과 산새들이 가득하고, 도시의 소음은 찾기 힘들다. 그리고 이웃이 있다. 어떻게 수돗가를 만들어야 하는지, 경사면 처리는 뭘로 하는 게 좋은지, 지하수가 깨끗하게 잘 올라오는지, 큰 귀뚜라미가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어떤 이웃은 불쑥 찾아온다. 내가 자다 일어나서 나왔든, 일하면서 땀범벅이 되어 꾀죄죄 하든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불쑥 찾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갑자기 수박이나 모종을 주고 가기도 하고, 인사만 하고 지나치기도 한다. 누군가는 나만의 공간에 침입했다고 불편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대부분 나처럼 이곳에 땅을 산 도시 사람이다. 시골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이 곳은 그러한 대화가 자연스러운 공간이라서 그렇다. 시골은 이웃이 중요하고, 이웃과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가 중요한 공간이다. 


물론, 모든 시골 공간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1번 체크리스트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피해서 시골로, 숲으로, 자연으로 와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은가? 그런 곳은 거의 없다. 있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당신이 '숲속의 은둔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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