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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자수 Aug 16. 2020

요가원에 가면 좋은 것들

하루라는 정해진 시간 안에 루틴을 만들어 매일 같은 생활을 반복해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동경이 있다. 불안정한 생활에 크게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계획을 짜 놓은 시간들에 의도치 않은 방해물들이 생기면 그것을 외면할 수 있는 힘이 그다지 크지 않은 탓이 크다. 


5월부터 나가기 시작한 요가원도 가끔은 루틴이 만들어진 것 마냥 며칠간 아침을 나서다 해야 할 업무나 하고 싶은 일들에 그것을 미뤄두며 잃어버린 루틴에 아쉬워하는 하는 자신을 마주한다. 이럴 때면 스스로가 일부러 방해물을 만들어 루틴을 어기려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반항의 방향성은 외부로만 향해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오늘 같은 날이면 내 안에서 무언가가 충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 역시 성과 없는 열전이다. 

이쯤 되면 타협점을 찾기도 한다. 엉뚱한 생각에 불과하겠지만 그저 들쭉날쭉한 것도 크게 보면 루틴이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수련에 집중하면 어느샌가 주변의 잡음보다 내 호흡 안에서 온전히 유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하는데 다소 산만하고 여전히 요가를 하는 중에도 주변에 신경 쓸 것들이 많은 나에게는 아직 더 충분한 수련이 필요한 듯하다. 인내심이 부족한 내가 요가원을 지속해서 찾는 첫 번째 이유는 그곳에 드러설 때의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향내가 주는 안정감 때문이다. 일정하게 매일 무언가를 해내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하며 요가원에 들어갈 때면 늘 요가원의 차분한 내음이 마음을 진정시켜준다.

두 번째는 요가를 하며 얻을 수 있는 작은 성취감이다. 요가를 할 때 기본적이지만 지키기 힘든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손 끝에 힘을 주어 팔을 뻗어내는 일, 허리를 곧게 피며 상체를 숙이는 일 그리고 다리를 펴고 앉았을 때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이 한 줄로 정렬되도록 만드는 일 등이 있는데 물론 몸을 더 유연하게 수그릴 수 있게 된다거나 머리로 서는 동작을 해내게 된다거나 하는 큰 성취감도 있지만 그보다 더 지키기 어려운 것들이라 생각된다. 사람의 뼈는 모두 곡선을 띄고 있다지만 양반다리를 생활화하는 나에게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을 한 줄로 나란히 새우는 일은 요가를 한 지 3달이 지나서야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는 한 시간의 수련을 3분으로 압축시켜놓은 듯 한 명상의 시간과 그 끝을 알리는 종소리이다. 요가를 끝낸 후에 사바사나 자세를 쉬하며 호흡을 하고 종소리와 함께 눈을 뜨면 무언가가 더욱 단단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종종 다른 동작들을 추가해서 요가 수련을 할 때 명상을 스킵하는 날들이 있는데 그럴 때면 정말 찝찝함이 그지없다는 것을 느낀 후로 그것의 소중함을 더욱 자각하게 되었다. 함께 요가를 하는 어떤 분의 이야기를 듣고 놀랐던 적이 있다. 그녀는 요가를 한 지 1년 정도 되는 숙련자이시고 딸 둘을 키우는 주부인데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때 그 명상의 시간을 버티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한다. 가만히 있는 것이 익숙지 않았기에 불안하게 느껴졌고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분은 내가 수련을 하면서 얻는 어떤 종류의 해방감 같은 것들을 곱절은 더 느꼈기에 그 후로도 꾸준히 수련을 해왔던 것이 아닐까.


요가원에 다니다 보면 어느 날은 유연성이 최고치를 찍는 날이 있고 또 한 날은 철제 구부리듯 몸이 뻣뻣해 집중이 되지 않는 날들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늘 좋은 날들을 유지하고 싶은데 삐걱대는 시간들이 존재하는 것인데 이 또한 크게 보면 순환의 곡선을 띄고 있다 생각한다. 오늘의 어떠한 컨디션이 내 인생을 말해주는 지표는 아니기에 작은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좋아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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