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독립], 준비 중

네? 제가 혼자 살 수 있다구요? 저는 아직 아기인데요?

by 해윤

독립, 자취, 혼자 살기....

언젠가는 막연히 내게 다가올 일이라고 생각했지 정말 닥쳐올 일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만 그런 일이 일어나고 만 것이에요. 그것도 나이 서른에.


"이제 네 힘으로 살 수 있어. 나가."


청천벽력이 이런 건가? 평소에 독립 좀 하라던 부모님의 눈은 이제 농담이 아니었다. 꽤나 구체적인 지원책을 제시한 후로는 마음에 드는 집 좀 봤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30년을 부모님 품 속에서, 멋들어진 집 내 방 한 칸에서 지내온 내 눈에 차는 집이 있을 리가!

눈에 차면 내 돈이 아니오, 내 돈은 그야말로 땡전 한 푼 정도 있으니 어느 집인들 마음에 찰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부모님의 결연함에 슬쩍슬쩍 부동산 사이트도 들어가 보고, 부동산 사장님께 전화도 걸어 봤다. 그렇게 실물 집을 몇 개 보고 다녀보니 글쎄... 나 좀 설레는 것 같아.


그래도 여전히 독립을 준비하라는 부모님한테는 어리광만 부렸다.

"내가 어떻게 혼자 살아! 나는 아직 아기인데!"


콧소리도 안 나는 비웃음으로 회답.


근데 사실 마음으로는 좀 설렜다. 내 공간, 내가 꾸미는 내 집. 한 칸 방이 아니라 내 집. 와, 이거 진짜 설레잖아! 내 스스로도 설레는 게 느껴지는데 낳고 키운 부모님 눈에는 오죽 보였을까.

독립의 결정에는 설렘도 컸지만, 부모님의 설득이 더 컸다.


"언젠가는 혼자 남을 텐데, 엄마랑 아빠는 네가 혼자 살 줄 아는 상태에서 혼자 남았으면 좋겠어."


내 오랜 비혼 결심-어쩌면 더 깊은 비밀-을 인정해 주는 말 같기도 해서 단번에 설득됐다.


그래서 결심했다, 독립하기로.

내가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진다는 1인 가구의 삶에 기꺼이 뛰어들기로.


결심한 다음은 오히려 쉬웠다. 두려움은 애써 외면하고 설렘과 신남으로 점철시켜 열심히, 시간이 날 때마다 부동산을 들락날락거렸다. 결국 부모님을 호출하고, 같이 본 집, 부모님이 골라 준 집에서 내 첫 독립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게 아기 독립러의 첫걸음인 거지! 완벽히 눈에 차고 마음에 차는 집은 아니었지만, 처음 문 열었을 때 느껴진 밝음과 연륜이 찬 부모님의 느낌을 믿기로 했다.


계약까지 완료하니까 본격적으로 설레기 시작했다. 부동산 계약서를 펴고, 또 보고. 잊어버릴세라 주소를 외우고.


내심 내보내는 게 걱정도 됐던 것 같았던 부모님도 어느새 내 오두방정에 열렬한 리액션을 보내고 계셨다. 작은 집임에도 수 번 바뀌는 가구 배치도에 이런 말, 저런 말을 해 주기도 하고, 무엇을 사야 할지 함께 고민해 주시기도 했다. 이렇게 꾸밀 거라며 종일 떠드는 내 옆에서 혀를 내두르시기도 했고.

막상 설레는 마음으로 가구며 가전을 담을 때에는 다시 현실의 벽 앞에 무릎을 꿇고 당근, 중고가전/가구매장을 전전하게 되지만....


비록 집이며 꾸미는 것까지 부모님에게 기대고(?) 있지만 그래도 많이 배우고 있다. 임대차 계약 신고, 확정일자, 도시가스 신청 모두 인터넷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더라도 인터넷 설치 계약을 해내고, 이사 업체를 고르고.


이사를 채 일주일도 앞주지 않았다. 내 세상이 넓어질 날도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겠지.

첫 독립, 치열하게 준비 중.

기꺼이 만들어낼 내 가정, 반가워! 잘 살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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