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봐요. 저는 아기라니까요.
첫 독립을 위한 이사를 마치고 다른 집에서 산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체감으로는 반 년쯤 지난 것 같다. 아니, 내일이 계약 만료일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립 첫날 밤, 솔직히 엉엉 울 줄 알았다. 이렇게 완전히 낯선 공간에서 내 짐을 한가득 끌어안고 혼자 자 본 적이 언제였지? 세어 볼 수 없었다. 처음이었으니까! 그런데 아침 일찍 시작된 고된 짐 옮기기와 이사 과정에서 해결해야 했던 부동산 문제, 중고 가전 구매 등등 다양한 정신적 피로까지 몰려오니 혼자 남겨지자마자 몸이 천근만근 늘어지기 시작했다. 눈물까지 흘릴 기력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거다. 그렇지만 하늘은 내가 지친 몸으로 늘어지는 게 꽤나 보기 싫었던 건지 잽싸게 방 안으로 러브버그를 넣어 주셨다.
하나님,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면서요. 저 너무 과대평가 중이신 것 아니에요?
엉엉 울고 싶은 마음도 잠시, 이 집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용감하게 휴지 몇 장을 겹쳐 수많은 러브버그들을 해치웠다. 아,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죽여도 되는 건가.... 하는 허튼 생각도 솔직히 좀 했다. 근데 어떡해, 저들의 사랑이 멈춰야 내 삶이 계속되는걸.
마침 걸려 온 짝꿍의 전화에 첫 독립날 밤의 소회를 나누면서 오 분에 한 번, 십 분에 한 번씩 벌레를 잡다가 속상한 마음에 투정을 부렸다.
나 지금 갈까?
밤 열두 시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 날 만나기로 했어도, 짝꿍은 오전부터 일정이 있었기에 일찍 나가야 했고 준비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어른이다.
올 수 있어...?
하지만 짝꿍은 더 어른이었다. 순식간에 택시를 타고 와 준 짝꿍을 본 순간, 독립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박 3일, 짝꿍과 신나는 시간을 보내며 자취의 맛을 느꼈다. 아직 풀지 못한 옷과 정리되지 못한 사소한 짐들은 흐린 눈으로 애써 무시해 주고, 늘어지게 늦잠자고 일어나서 인스타 보며 시시덕거리는 오전을 보내며 이게 바로 자취의 맛! 을 외쳤더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