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비행기를 예약한 변명.
급하게 비행기를 예약한 건에 대한 변명.
작은 단지 아파트로 들어가는 골목. 그곳에 내 식당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익숙했던 골목에 작은 굴착기 한 대가 서 있었다. 불안한 느낌이 들어 뭔가 싶어 다급하게 식당 앞 과일가게 할머님을 찾아갔다. 동네 골목에서만 20년 넘게 장사하셨던 분으로, 동네 대소사를 전부 아시는 정보통이시다.
“앞집 총각 몰랐어? 내일부터 골목 우수로 공사하잖아. 저짝 반대편부터 하고, 이쪽은 목요일인가 시작한다던데?”
모기와 쥐가 있는 골목에 우수로 공사를 한다니 고마워해야 하는 게 맞지만, 고맙다는 말 목구멍에 턱 걸린다. 굴착기가 땅을 파 뒤집어 놓으면 골목에 차가 들어 올 수가 없고, 사람도 다니기 힘들다. 심지어 가게 앞에 있는 우수구도 파낸다고 하니 산 넘어 산이다.
한 10분 정도 고민했나? 카톡이 딱 하나 날아왔다.
“형 나 지금 비행기 탄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들렀다 방콕에 간다는 친한 동생의 문자다.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답장을 하곤 허무하게 카운터 앉는다. 재료준비는 끝났는데,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긴 지금 주문 들어올 시간도 아니니 할 일도 없다.
마음속 깊이 올라오는 부러움을 달래 보려 한 손에는 걸레를 잡고, 노트북으로 여행 유튜브를 튼다. 저들의 자유로움과 행복이 부럽다.
그런데 다음날 문제가 발생했다. 반대쪽 도로 공사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면서 당장 내일부터 굴착기로 우리 쪽 골목을 파헤친다고 한다. 가게 앞 땅을 파헤쳐 놓으면 장사를 할 수가 없다.
땅을 파는 걸 시작으로 우수관 모양의 형틀을 세우고 콘크리트를 붓고, 콘크리트가 마르길 기다렸다가, 콘크리트로 만들어 놓은 뚜껑을 덮어야 공사가 마무리된다. 콘크리트 굳는 시간이 필요해 적어도 일주일이다.
즉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장사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 핸드폰을 켠다. 그리곤, 방콕행 비행기를 검색한다. 진에서 왕복 27만 원. 일정도 괜찮다. 내일 가서 딱 일주일 후에 돌아온다. 공사가 끝나고 내가 돌아오면, 딱 맞다. 박스 하나를 찢어서 글씨를 적는다. 그리고 새벽 퇴근길에 가게 앞에 박스를 붙여놓고 퇴근한다.
[도로 공사로 인한 임시 휴업]
기쁨 90%, 슬픔 1%, 고민 9%. 그래서 그런가, 무거운 마음과는 달리 퇴근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인상을 써야 하는데 왠지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새벽에 도착한 집, 가족들이 다 잠들어 있기에, 일단 잠부터 자고 내일 일어나서 짐 싸고 숙소예약을 해야겠다. 어차피 비행기는 밤 7시 출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