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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 나트랑

나트랑 최고의 식당

by John 강

나트랑 최고의 식당


호텔에서 한숨 자고 일어났다. 위도 푹 쉬었는지 꼬르륵 소리를 내며 열심히 달리기 시작한다. 극심한 허기가 찾아오면서 머릿속에는 배고픔 이외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일단 뭐든 먹어야 할 것 같다. 구글 지도로 숙소 근처 식당을 검색한다. 아이고, 점심때 먹은 기름 볶음밥 집이 평점 4.6이다. 내가 운이 없었던 건가 아니면 내가 이핼 살 수 없는 나트랑 사람들끼리 암묵적 입맛이 있는 것인가. 모르겠다. 그러니 적어도 점심때 가본 집보단 맛있는 식당을 가자는 생각으로 평점 4.6보다 높은 집을 찾는다. 물론 가성비가 좋은 식당으로.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음에 드는 식당을 발견할 수 있었다.


Nguyen Dat‘ 호텔에서 고작 5분 거리에 있는 식당이다. 하지만 구글 평점도 좋고 리뷰도 좋다. 가볍게 먹기엔 가격도 저렴하다. 목적지를 정하고 발길을 옮긴다. 오후 5시쯤 되니 그늘이 지고 선선한 바람이 분다. 걷기 참 좋은 날씨다.


5분간의 짧지만 기분 좋은 산책을 마치고 식당에 도착했다. 여기도 메뉴판에 수십 가지가 넘는 메뉴가 적혀있다. 점심때 먹었던 볶음밥 PTSD가 발생한다. 메뉴판에 메뉴가 많은 게 불안하다. 하지만. 그래도 왔으니깐, 그리고 다른 식당 찾아갈 힘도 없으니깐 이곳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기로 한다.


리뷰에서 극찬하던 모닝글로리 볶음과 맥주를 시킨다. 사실 물을 시키려 했는데, 물은 한통에 8 천동(430원)이고 맥주가 한 병에 1만 동(540원)이다. 식당에서 물을 시키면 손해를 보는 것 같고, 맥주를 마시면 이득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맥주를 주문했다.


20231121_153452.jpg 말이 안 되는 맥주가격


뻥 소리와 함께 병을 땄지만, 낮에 느꼈건 감동은 없다. 그래도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니 기분은 좋아진다. 핸드폰으로 나트랑을 검색하는 사이, 모닝글로리가 나왔다.


태국의 쏨땀, 무삥. 베트남의 쌀국수, 반세오. 말레이시아의 나시르막. 인도네시아의 미고랭, 나시고랭. 등 각 나라별 대표음식들이 있다. 하지만 동남아를 대표하는 음식은 뭐가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모닝글로리 볶음이 동남아를 떠오르게 하는 음식이라 생각한다.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나라마다 선호하는 소스가 달라 맛이 다르다. 그리고 조리법이 간단하다는 말은 주방장의 실력에 따라 맛 편차가 크다는 뜻이다. 두근두근 거리며 모닝글로리를 한 젓가락 먹는다.


너무나 맛있었던 모닝글로리


뭐지? 하는 의문형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센 불에 빠르게 볶아 모닝글로리에 아삭함이 살아있다. 다진 마늘은 튀기듯이 볶아내서, 마늘 특유의 알싸한 맛없이 약간 바삭하고 고소하다. 베트남에서 먹어본 최고의 모닝글로리다. 젓가락이 정신없이 움직이며 모닝글로리를 탐한다.


모닝글로리가 먼저 입에 들어가 위에 자리 잡더니, 가을전어가 집 나간 며느리를 부르는 것 마냥 모닝글로리는 맥주를 부른다. 모닝글로리의 초대에 맥주가 한 병 두 병 쌓여간다. 모닝글로리가 동나기 전, 베트남에 왔으니 반쎄오도 하나 시킨다. 원래라면 모닝글로리를 하나 더 시켰을 테지만, 소스가 너무 강하다 보니, 한 접시를 다 비울 때쯤 되니 입에 약간 물리는 느낌이 들어 다른 걸 주문했다.


반쎄오는 금방 나왔다. 크기는 손바닥 정도의 크기로 작았지만, 겉이 바삭하게 구워져 식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카레향이 심해 맥주와 친하게 지내진 못할 녀석이다. 식사를 끝내고 나니, 작은 맥주병이 5병이나 쌓여있다. 계산서를 받았는데, 10만 동, 한국돈으로 5천 원 조금 넘게 나왔다.

아마도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여기는 자주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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