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위하여. 호치민행 슬리핑 버스표 예매하기.
낭만을 위하여. 호치민행 슬리핑 버스표 예매하기.
예전부터 유튜브를 보면서 꼭 해보고 싶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태국 방콕-치앙마이를 오가는 슬리핑 기차 체험이었고, 다른 하나가 베트남 슬리핑 버스 체험하기였다. 한국에서 타본 프리미엄 버스와 누워가는 건 같지만, 낭만이 있어 보이는 슬리핑 버스를 꼭 한번 타보고 싶었다. 그래서 호치민에 갈 때 비행기 대신, 슬리핑 버스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예매하자니 다른 건 괜찮은데, 픽업 장소 때문에 망설여진다. 리뷰를 살펴보니 픽업 장소를 잘못 예약해서 픽업 버스를 놓치곤, 20분 떨어진 슬리핑 버스를 터미널에 택시를 타고 갔다는 글을 읽었다. 내 미래일 것 같아 불안하다.
호텔 앞 도로가 그리 넓지 않다. 픽업 버스가 못 들어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시나 픽업 버스가 근처에 차를 대놓고 버스 기사가 전화를 걸어 베트남어로 떠들면 멘붕도 오고 여행하는 기분도 망칠 것 같다. 문제없이 확실한 여행을 위해 버스회사에 찾아가서 버스표를 직접 가서 예매하기로 한다.
나트랑에서 호치민 가는 슬리핑 버스회사가 2곳이 있는데, 원하는 시간대에 맞는 곳은 풍짱버스 한곳 뿐이다. 풍짱버스 매표소는 숙소에서 약 4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4Km, 걷기에는 멀다. 하지만, 어플을 보니 오토바이 택시 비용이 천원 조금 넘는다. 그 돈이면 어제 모닝글로리 맛있는 식당에서는 맥주가 두 병이다, 한국에서 아무 식당에 들어가 맥주 두 병을 시키면 최소 8천 원이다. 즉, 따지고 보면 여기서 오토바이 택시를 타는 건 실질적으로 8천 원을 소비하는 것과 같다는 괴상한 계산법을 떠올리며 걸어서 매표소까지 가기로 했다.
땀이 잘 마르는 기능성 티셔츠를 입고 땡볕에 나트랑 거리를 나선다. 10분 정도 걸으니 등에 땀이 흐르기 시작하고 20분 정도 지나니 등은 다 젖고 등에서 흐른 땀에 바지까지 젖어간다. 오토바이 탈걸, 맥주에 정신 나간 놈이라며 후회하며 걷는다. 머리가 띵해진다.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서 눈앞에 보이는 식당 중 괜찮아 보이는 식당 아무 데나 들어간다.
뭘 파는 식당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배달기사들이 식사시간도 아닌데 와서 한 번씩 음식 픽업해가는 걸 보니, 맛집이겠거니 싶다. 식당에 메뉴판은 없고 가판대에 있는 음식을 골라서 말해주면 접시에 밥과 함께 담아준다. 손가락으로 청경채 볶음과 돼지고기 그리고 닭고기를 골랐다.
마음 같아서는 시원하게 맥주 한잔 들이키고 싶지만, 더운 날씨에 술 마시고 걷다가 쓰러질 수도 있기에 참는다. 맛은 무난했다. 5만 5천 동이란 적당한 가격에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시 매표소를 향해 걷는다. 체력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쯤 매표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전에 필요한 문장들을 번역기를 통해 베트남어로 번역해 놨었기에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건넨다, 어? 그런데 접수원이 영어를 한다. 핸드폰은 집어넣고 편하게 영어로 대화하면서 버스를 예약한다.
접수원은 버스 일자, 시간 그리고 픽업 장소를 어디로 할지 물어본다. 날짜와 시간을 알려준 뒤, 구글 지도를 켜서 호텔 위치를 보여준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골목에 차를 보내준다고 걱정하지 말란다. 다행이다. 그리고 혹여 픽업 버스가 픽업을 제시간에 오지 않으면 연락하라며, 매표소 직통 번호도 챙겨준다. 든든하다.
이제 예매는 끝났고 계산만 남았다. 나트랑에서 호치민까지 6시간은 넘게 걸린다는데 그리고 슬리핑 버스라는데 100만 동 (약 5만 원)은 나오겠지 하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데, 푯값이 26만 동이다. 한국 돈으로 만 3천 원밖에 안 한다. 기분 좋게 계산하고 나왔다.
생각지도 않게 교통비에서 돈을 크게 아꼈다. 여행경비가 늘어났다는 생각에 신이 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매표소를 나서려는데, 그때, 매표소 입구에서 거슬리는 얼굴이 보인다.
문 앞에 걸린 거울 속에, 땀범벅에 더벅머리인 못생긴 남자 한 명이 들어있다. 못생긴 건 고치기 힘들어도 머리는 단정하게 깎을 수 있지 않을까? 구글 맵을 열어서 근처 Barber shop을 검색한다. 머리는 어차피 또 자라니깐 저렴한 현지 이발소를 찾아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