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부 수산
가정부 수산
수산을 아냐고요?
수산은 제가 겪어 본 가정부 중 최고였어요.
요리도 잘하고 다림질도 잘하는 팔방미인 수산.
가끔 유튜브에서 본 이상한 한식을 해주는 것만 빼면 완벽했다.
토마토 버섯 말이 삼겹살 버터구이는 한식인지 아니면 괴식인지.
알 수가 없다.
타짜 고니에게 밑장 빼기가 있다면,
수산에겐 배추김치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맛없는 배추로 한국에서 파는 김치맛을 재현했다.
요리라기 보단 연금술에 가깝다.
수산이 떠난 뒤에도 수산의 배추김치는 가끔 회자가 됐다.
인니어가 부족하던 시절.
수산은 가정부이자 가정교사였다.
퇴근하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서로의 신변잡기를 재잘된다.
친구가 없던 숙소 생활.
수산은 동갑내기 친구였다.
딸을 위해 가정부일도 하고 부업도 하는 모습을 보면 누나 같은데,
가끔씩 틱톡을 찍는 모습을 보면 동갑이란 게 느껴졌다.
수산이 그만두는 날
가정부가 떠난다는 생각보단, 가족 중 한 명이 독립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로 2시간이 걸려 수산의 고향까지 바래다줬다.
고향에 있는 수산의 딸, 조카를 만나 맛있는 밥도 사주고.
작별 인사를 하며 몰래 수산의 손에 십만 원을 쥐어준다.
"조카 옷이나 한벌 사줘."
내 친구 수산,
고마웠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