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힘.
현장의 힘.
인도네시아 현장은 돈으로 움직인다.
공사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진짜 내 사비를 들여 돈을 써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생짜 신입 현장 관리자는 사람들의 무시를 먹고 자란다.
무관심한 사람들. 동물원 동물 보듯 구경만 하는 사람들.
소장님의 지시를 받고 일을 시켜도 시늉만 할 뿐 일하는 사람은 없다.
EXK 카드로 ATM에서 현금을 뽑았다.
팀장들에게 담배를 사주고 음료수를 사준다.
그러고 나면 현장에서 내가 이야기할 때 들어주는 시늉을 한다.
현지인 최고 현장 관리자 라트민의 아들이 할례 의식을 치른다고 한다.
할례는 무슬림 의식으로 어린 남녀의 성기 일부를 잘라내는 의식이다.
현지인들은 축하의 의미로 돈을 건넨다.
나도 3만 원가량의 돈을 루피아로 건넨다.
그 뒤로 현장에서 팀장급 미팅을 하면 라트민이 내 자리를 만들어줬다.
현장에 도면을 담당하는 직원이 있었다.
내 도면을 출력해 주지 않는다. 소장님 도면을 몰래봐야했다.
한국 소주 2병을 사준 뒤에야 내 전용도면을 출력해 주기 시작했다.
현장 자재를 관리하는 로핸디.
교통비 하라고 만 원씩 주니, 현장 자재들의 인도네시아식 이름을 알려준다.
현장에는 네이버 어학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이름이 많다.
현장은 돈으로 움직인다.
첫 월급을 받기도 전, 첫 월급의 반을 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