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는 길.
현장 가는 길.
사무실에 내 일이 없다.
잘리기 전에 할 일을 찾으러 내일 현장으로 떠난다.
현장 소장님께 드릴 뇌물은 한국 소주 3병.
한 병에 만원이다.
수입규제 때문에 돈 주고도 못 구하는 한국 소주.
뇌물로 충분하다.
토요일 퇴근 후 회사 차를 타고 떠난다.
요금소 입구를 지나며 사라져버린 도시 숲.
울창한 팜나무와 짖다 만 건물들이 도시 숲을 대신한다.
공장이 하나둘 보이자 차는 요금소를 빠져나간다.
폐건물을 끼고 한 바퀴 돌고.
또 다른 폐건물을 지나서 직진하면 숙소가 나온다.
토요일에도 현장에 나간 소장님들.
젊은 가정부가 나를 맞이한다.
내방은 싱글 침대 하나 있는 쪽방.
내방 앞 화장실에는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
흙탕물이 안 나오는 것에 만족한다.
찬물로 샤워하고 소장님을 기다린다.
저녁 6시. 소장님이 퇴근하셨다.
현장에서 검게 그을린얼굴.
햇빛에 빛바랜 옷들.
낡은 안전화.
새것이라고는 담배와 라이터뿐인 소장님이다.
소장님 손에 들린 검은 봉지 속 알록달록한 과일 소주 3병.
“사람이 왔으면 축하는 해줘야지. 소주가 이것밖에 없네.”
내가 사 온 초록 뚜껑의 소주를 보자 미소를 지으신다.
“넌 애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