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부수기 (2)
-환상 부수기 (2)
건설사 취업 후 한 달간 본사에서 교육을 받고 현장에 버려졌다. 발령이 아닌 버려졌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나중에 밝히기로 하고 발령지에 관한 이야기 먼저 하겠다.
발령을 받은 곳은 찌까랑이란 도시로 자카르타 옆에 붙어있는 공업 도시다. 한국으로 치면 안산 정도로 보면 된다. 면접이 끝나고 사장님이 술을 사주시면서 지방으로도 발령이 날 수 있다는 말을 이미 들어서 발령에 거부감은 없었다. 여기까지만 읽어보면 뭐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본론은 지금부터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다르다. 자카르타 중심지는 서울과 비교했을 때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오피스 빌딩 저층과 지하에, 작게는 카페, 크게는 쇼핑몰이 있는 곳도 많아 서울보다 더 괜찮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자카르타를 벗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발령받고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가정부가 뉴스 동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3 미터 길이의 뱀이 주택단지에서 발견됐다는 뉴스였다. 자막을 읽어보니 Meadow Green이란 주택단지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어쩐지, 뉴스 속 주변 배경이 익숙하다 했더니, 내가 살고 있던 주택단지였다.
사람들이 사는 주택단지에도 저런 일이 생기는데, 공사현장에 어떻겠는가. 주변 반경 1km 이내에 노점상을 제외하면, 카페와 식당이 없다. 공사장 옆에 있는 작은 무허가 와룽(식당+마트)이 우리에겐 스타벅스요, 김밥천국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캐러멜 마키아토? 그런 건 없다. 주문할 수 있는 건 커피믹스와 홍차 티백에 설탕을 부은 떼(티를 말한다. 여기에 우유가 들어가면 떼 따릭이라고 우리가 잘 아는 밀크티가 된다.) 단 두 가지뿐이다. 그래도 음식에 비교해봤을 때 커피믹스와 티백이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식당에서 메추리를 20마리 정도 키우고 닭도 5마리 정도 키운다. 새들은 공사장 인부들이 남긴 음식과 소똥에 붙어있는 파리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서 식탁 위에 올라온다. 진정한 무항생제 고기들이다. 단점이라면 내장엔 기생충이 많다는 것?
무허가 건물답게 주방도 개방형 주방이다. 식당 뒤쪽에서 음식을 조리하는데, 정말 더럽다. 비슷한 예를 억지로 들자면, 캠프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안 치운 상태에서 또 고기를 구워 먹는 걸 여러 번 반복한 것 같은 위생상태다. 그런 환경에서 음식을 만들고, 음식에 날파리 같은 벌레 몇 마리가 들어가면 음식이 완성된다.
소장님과 와룽에 가서 커피믹스는 마셔도, 음식은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달 때쯤 지났을 무렵, 일정이 꼬일 대로 꼬여, 아침도 굶고 출근하고, 점심에도 현장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고민하다 배가 너무 고파서 어쩔 수 없이 와룽 음식에 도전하게 됐다, 그런데 생각보다 맛이 너무 괜찮았다. 가격도 1,000원 남짓 밖에 안 한다. 어릴 때 메뚜기도 잡아먹었는데 소스에 날파리 들어간 것쯤이야 하면서 그 뒤로는 가끔 밥을 사 먹곤 했었다.
스타벅스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저 위생적인 카페 하나만 있어도 소원이 없던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