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파괴하고 있는 다섯 가지
bts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업을 하기 위해 2005년 중국 상해로 건너갔다. 상해는 중국이라고 하기엔 물가가 너무 비싸고 세련된 구석이 있었다. 신천지라는 번화가에 가면 중국어보다 영어가 더 많이 들리는 듯했다.
상해는 어느덧 세계의 허브가 되어가고 있었다.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한국이 10년 걸려 이룬 걸 3, 4년 만에 해치우는 것 같이 보였다.
그 당시 나는 한국 사무실까지 운영하느라 중국과 한국을 자주 오갔다. 그때 피부로 직접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바로 세계가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 《세계는 평평하다》, 《올리브나무와 렉서스》와 같은 책이 읽히고 있었다.
호모-시리즈로 인류의 이기심을 지적하는 유발 하라리나 그가 이런 책을 쓰게 만든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같은 책들, 또 메가- 시리즈로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을 강조했던 존 나이스 비트 등 수많은 미래학자들은 사람들에게 사고의 궤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인류가 원래부터 지구의 주인인 줄 아는 오만이나 신자유주의 경제의 이기주의 등등에 대해.
그리고 지금 세계는 미래학자들이 예고한 대로 되어가고 있다.
첫째. 가진 자들의 이기심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둘째,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모든 정보가 쉽게 공유되고 모든 나라의 문화는 비슷비슷해져가고 있다.
K-POP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정확히 그 두 가지의 접점에 위치해 있다.
첫째 이유로 인한 결과 우울한 세계 젊은이들. 그들은 방탄소년단의 신나는 노래와 춤, 또 진정성 있는 가사에서 위로를 받는다.
둘째 이유로 인해 요즘은 누구나 손쉽게 컨탠츠에 접근하고 만들 수 있다.
진입 장벽이 쉽다는 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단 이야기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잘 만들어야 팔리는 시대. 그 무한경쟁 속에서도 공식은 늘 똑같다. 맥락을 잘 파악하고 몰입해서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
한국은 무한경쟁에 내 던져진 젊은이들이 기성세대가 하는 갑질까지 감내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해있다. 핑계 댈 것도 많고 실제로 하는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모든 걸 뛰어넘어서 결과를 냈다. 그 열매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공식을 보면 기존 성공 공식과 다르다.
그들은 기존 병폐에 반기를 들었다. 처음부터 그들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그들이 파괴하고 있는 것들을 보면 아래와 같다.
(무엇이든 망가뜨린다고 그룹의 리더 알엠은 '파괴 몬'이라고 불린다. 역시 리더답다.)
1. 결과주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지.' 하는 결과주의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었다. 그 결과 목적 아래 수단이 합리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대형 기획사에서 음원 사재기로 순위를 일단 올리고 보거나 음악적인 영감을 위해 때로 나쁜 약도 섭취하곤 했다.
이 전 시대에 기자들에 의해 연예기사가 독점되었다면 요즘은 네티즌 수사대부터 내부자 고발까지 다양한 기사가 만들어진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연예인에게서 도덕성이 요구된다. SNS를 통해 순식간에 정보가 공유된다. 인성이 나쁜 사람은 섣불리 연예인 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천성이 착하다고 소문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언제 어느 영상을 찍고 심지어 라이브로 개인방송을 해도 인성에 흠잡을 데가 없다.
즉 그들은 활동 과정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피드백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이 소중한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다.
2. 핑계 주의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됐지 외모가 무슨 상관이야? 하는 생각에 일침을 가한다.
가무에 능했던 민족 후손답게 우리나라엔 일반인 중에도 노래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외모도 보기 좋아야 노래도 찾아 듣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만히 서서 노래 부르는 거면 누군 못 해? 하듯 격렬한 안무 중 마이크를 잡고 노래도 잘한다. 즉 그 어느 것에도 핑계를 대지 않고 다 해 보인다.
랩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혼자 즐기는 순수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듯.
그들의 믹스테이프를 들어보면 문학과 순수음악과 철학이 사이좋게 뒹군다.
3. 학벌주의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 그들은 대신 방탄소년단을 학교로 생각한다. 서로서로 부대끼면서 배워나가고 있으니.
그들은 대학 간판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기 위해 대기업 입사 시험 준비를 위해 애쓰는 많은 사람들과 다르다. 자기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한다. dna속에 새겨진 명령을 따르라고.
4. 무 감성증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감성을 닳아 없애왔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초등학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짧은 기간에도 많은 변화가 보인다. 1학년 학생들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미술시간에는 온통 밝은 색으로 기발한 상상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 감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둡고 단조로워진다.
그들은 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지민의 독무를 보면 예술 작품을 볼 때 느끼는 감흥이 있다.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접점을 늘 고민하는 듯하다. 그 결과 차별화된 감성이 작품에 드러난다. 그 대가로 그들은 인기도 얻고 돈도 많이 번다.
5. 이기주의
방탄소년단은 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게 눈에 보인다.
긴장되는 콘서트 중간중간에도 멤버들의 실수가 눈에 띄거나 위험에 노출되면 곧바로 나서서 해결한다.
연예인 이미지가 추락되는 사례는 주로 마약이나 미투 운동 등 인성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방탄소년단은 인터뷰에서 종종 말한다. 연예인 가십거리로 오르지 않고 스캔들 관리를 잘하는 이유는 팀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이는 팀의 이미지에 해가 되는 행동은 삼가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기에 가능하다.
'혜자스럽다'라는 말은 이제 형용사가 되어 버렸다. 혜자 도시락은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양도 푸짐하고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이다. 이에 대한 감사로 생긴 고유명사의 형용사화 현상이다.
방탄소년단에게도 감사의 표현 하나 하고 싶다.
'방탄스럽다.'로.
해묵은 병폐를 파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나가는 것들에 이름을 붙인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