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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Sep 20. 2019

꼰대와 자존감 높은 사람의 차이점

둘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나이가 들어 좋은 점 중 하나는 남의 말에 쉽게 상처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제 내가 들은 말 중에는 20대 때 들었으면 상처가 될 소리가 꽤 있었으니..


몇 가지만 적어봐도 참.

-그렇게 빨리 먹으니 살이 찌지.(저녁밥 먹는 내게 남편분이 하신 말씀)

또 학교에서 내가 젊었을 때 연기파 여자 배우 닮았단 소리 들었다니까 30대 여교사가 맞장구쳤다.

내심 내가 더 낫다는 아주 상투적인 대응을 할 거라 예상하고,  그에 받아칠 겸손한 멘트도 준비한 내가 머쓱해진다.

뒤이어 내가 그랬다. 원래 그 여배우가 미모는 평범하니 연기로 승부를 걸어서 그런지 나이 들어 너무 안 꾸민다. 지금은 내가 조금 더 낫지 않냐?(슬쩍 농담 모드로)

그러자 단호박 튀김 좋아하는 교사 하는 말,

-"에이. 무슨 소리예요.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연예인인데... 그 배우는 아직도 날씬하던데요?"

아주 잠시 울고 싶긴 했다. (그때 먹으려고 손에 든 오후 당 보충용 과자를 슬며시 내려놓으며.)

젊을 때라면 충격 먹고 며칠 운동하고 굶었을 테지만, 이젠 그 따위 말에 상처 받지 않는다.


100% 사실이기도 하거니와 내게 무슨 앙심을 품고 하는 말이 아니라, 팩트를 펼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의연해진 이유를 생각해봤다.


-우선 나이상 온갖 상처를 헤쳐온 매집이 있다.

-여성 호르몬 감소로 대담, 보이쉬해졌다.

-아주 좋게 해석하자면 요즘 화두인 '자존감 상승'도 있다.

그렇게 보람찬 마음으로 좋아하면서 살고 싶었는데...

그와 동시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즉 자존감 센(왠지 높은. 이 아니라) 게 꼰대가 가진 특성과 한 끗 차이더라는 것.

그래서 논문 쓰듯, 쓸 데 없이 고퀄 분석 모드에 들어갔다.

대체 사람들이 그렇게 바라는 자존감 있는 사람과 그렇게 싫어하는 꼰대에겐 무슨 차이가  있을까?


첫째 자존감 높은 사람은 배려심이 있고 꼰대는 배려심이 없다.

당연히 우아하게 행동하고 남에 대한 배려심이 돋보인다.

반면 꼰대는 남이 자기에게 뭐라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주변 사람이 눈살을 찌푸려도 본체만체한다. 아니 못 본다.

둘째 자존감 높은 사람은 남의 장점을 보고 꼰대는 남의 단점을 잘 본다.

셋째 자존감 높은 사람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꼰대는 남에게 엄격하다.

넷째 자존감 높은 사람은 자기 철학이 있고 꼰대는 아집이 있다.

다섯째 자존감 높은 사람은 검소하고 꼰대는 인색하다.

여섯째 자존감 높은 사람은 현재를 이야기하고 꼰대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외에도 많을 것 같다. 둘 사이엔 묘하게 닮은 데가 있는데 또 자세히 보면 완전히 반대다. 극과 극은 통하는 걸까? 나 스스로도 내가 어떤 부분은 꼰대 같고 어떤 부분은 자존감 높은 사람 같다.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게 많다. 동시에 조심스러워지는 것도 많다. 예를 들어 이렇게 꼰대와 안 꼰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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